서울경마공원 경주장면
올해로 88주년을 맞이한 한국경마는 1922년 봄,가을에 주기적으로 형태를 갖춰 경주를 시작했고, 신설동에서 명맥을 유지하다, 뚝섬시대의 근대화시기를 보내고 과천시대를 맞이하면서 전국민적 레저스포츠로 도약을 해왔다.
한해 7조원을 넘어서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단일기업으로는 최대 세수제공자로 국가 재정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한국 경마산업은 그러나 2004년에야 파트Ⅲ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되었다.
경마가 산업으로 불리울 수 있는 것은 바로 경주마 생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마산업은 8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경주마 생산의 역사는 일천하기 그지없다.
한국경마가 세계 경마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국내산마가 외국경마에서 경마선진국의 유명마와 동등한 실력을 보여야 한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파트Ⅰ국가인 일본이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선데이사일런스’라는 걸출한 마필을 가질 수 있어서다.
국산마 수적 증대에 힘써온 국내 경주마 생산계는 이제 과잉생산을 염려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높기만 하다.
본지는 창간 12주년을 맞이해 지난 88년간 경주마 생산 역사와 현재 상황, 국내 생산계가 직면한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 ‘Ⅰ 한국 경주마 생산 1백년 대계 역사를 본다!!’에 이어 현재 국산마 생산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목차】
Ⅰ 한국 경주마 생산 1백년 대계 역사를 본다!!
Ⅱ 국산마 생산 현황과 문제점
Ⅲ 질적 향상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Ⅳ 1백년 대계, 세계 최고를 지향하라!!


Ⅱ 국산마 생산 현황과 문제점

▲ 현재는 질적 향상을 위한 과도기
세계경마의 경쟁의 핵심은 경주마에 있다. 어느 나라가 더 잘 달리는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여 경주에 투입시키는가가 경쟁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질 좋은 경주마의 생산과 육성은 어느 나라가 가장 질 좋은 씨수말을 생산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국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질 좋은 경주마를 생산-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의 경마산업은 「Ⅰ 한국 경주마 생산 1백년 대계 역사를 본다!!」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듯이 `80년대 태동기를 거쳐 현재 성장기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서러브렛 경주마는 1323두에 달하며, 경주마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생산농가는 181농가에 이르고 있다.
국내 경주마생산은 1998년 국내산마 자유거래 도입 및 경매시행으로 생산농가의 성마매각으로 인한 기대수익 증가에 따라 농가의 자체육성이 점차 증가하면서, 마사회가 주도하던 육성분담이 현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마사회는 최소한의 매입을 통해 사실상 생산농가에 대한 망아지 매입을 중단했다. 결국 마사회의 대폭적인 생산지원에 힘입어 양적 팽창을 거듭한 경주마 생산은 이제 생산농가 스스로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주마 생산농가도 상당한 변화를 거쳐왔다. 초기 몇몇의 규모있는 생산농가가 경주마 생산에 뛰어든 이후 젖소와 돼지, 닭 등을 키우던 소규모 축산농가들이 경주마 생산에 눈을 돌리게 되고, 소규모 생산농가의 참여는 생산농가의 급격한 증가를 가능케 했다.
또한 개인마주제 정착 이후 적지 않은 마주들이 생산에 관심을 기울이며, 직접 생산에 참여를 하면서 관심과 재력을 보유한 생산자가 대규모 생산목장으로 이어지게 됐다.
생산농가중에는 기업형 목장이 탄생하면서 자체 씨수말을 보유한 생산농가가 늘어나고 있으며, 초기 육성·순치 등을 자체적으로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일부 목장은 생산을 뛰어넘어 타 생산농가에서 경주마를 구매해 후기육성에 주력하는 목장들도 나타난 상태다.
이러한 생산농가의 변화는 `90년대초 1백여두에 불과하던 씨암말의 운영두수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와 2000년에 씨암말 운영두수가 1천두를 넘어서게 됐고, 지난해에는 무려 2,351두의 씨암말이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국내 경주마 생산 역사에서 상당기간 마사회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씨수말 분야에서도 서서히 생산농가 자체 씨수말을 마련하기 시작해 지난 3년간 평균 10두 이상의 씨수말을 도입해 점차 씨수말 분야에서도 생산농가 자체의 자립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경주마 생산분야의 문제점
현재 국내 경주마 생산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선 생산과열에 따른 부작용 발생을 꼽을 수 있다.
최근 경마산업이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 농축산업의 대체산업으로 대두되면서 지자체의 경주마 생산 클러스터 추진 및 신규 참여 희망농가의 증가 현상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현재로는 한계에 이른 양적 팽창을 더욱 부추기면서 국산마의 가격 하락은 물론이고 생산과 육성 기술이 부족한 생산농가로 인해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산농가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열악한 농가의 비중도 적지 않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마사회가 생산분야에서 생산농가의 자체 능력을 요구하는 과정인 반면, 실질적으로 이러한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생산농가가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결국 생산에는 참여를 했지만 재정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육성을 실시하지 못하고, 질적 향상을 위한 변화에도 참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질적 향상을 위해선 초기 육성과 함께 후기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생산농가가 재정적 자립도가 열악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육성을 엄두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 육성목장을 이용한 후기 육성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주마 생산, 크게는 경마산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이중적인 태도도 국내 경마산업을 어렵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우선 사감위 탄생으로 인해 경마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로 인해 국내 경주마 생산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양적 팽창은 이뤘지만 경주마 수요가 늘지 않음으로써 불용마가 생기게 되고, 생산농가에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자체에선 새로운 농가소득을 위한 대체산업으로 경주마 생산 및 관련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유치를 시도하고 있지만, 마필산업의 재원이 되고 있는 경마 자체에는 부정적인 모습을 같이 하는 이중적 행정을 보여 경마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마환류시스템의 미정착도 국내 생산분야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마선진국으로 진입을 노리는 한국경마의 기초가 바로 생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수 국산마가 생산에 참여해 뚜렷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활약한 경주마가 생산에 참여해 좋은 자마를 배출해 경주에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되풀이 돼야 실질적으로 질적 향상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외산마에 대한 구매가 제한도 우수 경주마를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마는 여타 스포츠와는 달리 혈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물론 세계 경마국이 서러브렛이라는 단일종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경주마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80%이상의 능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혈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국산마 생산 목표를 국제경마대회 우승마 배출로 삼은 마사회의 중장기적인 생산분야 지원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우선 정확한 현실 인식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마사회는 지난해 최고 국산마의 기록이 세계적 수준과 비교해 1800m를 기준으로 96m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국산마의 경주력 향상을 위한 생산 기반이나 환경 요소가 미약하고, 육성·조련시설 부족과 육성기술·인력 부족 등이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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