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모든 스포츠에는 경기에 따른 작전계획이 있다. 경마는 살아 있는 말과 함께하는 스포츠이기에 더욱 작전이 중요하다. 경주에 출전하는 마필들의 각질과 기수들이 선호하는 기승전개, 경주당일의 날씨와 주로상태, 마필의 컨디션, 게이트번호와 경주거리등이 경주시 작전을 수립하는데 있어 참고로 하는 요소들이다. 경주작전은 대다수가 경주당일 오전10시면 거의 마무리 된다. 그러나 가끔은 기수가 예시장에 나가기 직전에 더욱 세밀하게 조교사에게 지시를 받는 경우도 있다.
경마일 새벽조교가 끝나게 되면 기수들은 사우나를 하거나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는다. 그리고 기수숙소에 도착되어 있는 출마표를 보고 레이스분석을 한다. 마필의 각질과 경주마의 거리별 능력과 기록을 참고로 살펴본다. 그런 후 어떻게 레이스를 전개할 것인지 작전구상을 하고 나면 조교사 숙소로 향한다. 경주에 출전하는 마필을 관리하는 조교사에게 경주작전을 듣기 위해서다.
이때 작전형태는 대체로 세가지 유형이다. 첫 번째 유형은 기수가 계획한 경주작전을 조교사가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조교사가 생각하고 있는 경주작전을 기수가 수용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기수와 조교사의 의견이 혼합된 경우이다. 이때 경주에 출전 할 마필을 기수 본인이 직접훈련 시켰을 경우 기수는 마필상태 등에 대하여 본인이 느낀 대로 조교사에게 설명한다. 조교사는 기수의 설명에 별 의견이 없을 경우도 있고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경우는 해당마필을 기수 본인이 직접 훈련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 경우는 조교사가 그 마필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기수에게 설명해 준다. 조교사의 타입에 따라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주기도 하고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교사가 먼저 기수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우는 이러하다. “오늘 경주는 어떨 것 같으냐” 또는 “오늘 레이스전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우리말은 어떨 것 같고, 어떻게 탈 생각이냐” “어느 마필을 상대마로 생각하느냐” “선행은 어느 말이 갈 것 같으냐” “우리말은 몇 번째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 등을 질문한다. 이와 반대로 기수가 조교사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 “조교사님, 이 마필이 어떨 것 같아요” 또는 “어떻게 타야할까요” “이 마필의 상태는 어때요” “몇 번째 따라 갈까요” 하고 질문을 한다. 이러한 대화들이 오고간 후에 최종적인 경주작전이 세워진다. 능력이 있고 경험이 많은 기수들이 기승하는 경우에는 그들의 작전대로 조교사가 따라 주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아무리 베테랑기수가 기승을 하게 되어도 조교사가 세운 작전대로 타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전에 경주작전을 세워 놓지만 발주기 문이 열리고 나면 계획된 작전대로 레이스가 전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2차 작전을 세운대로 작전변경을 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는 기수의 임기응변에 따라 작전을 변경해야 한다. 임기응변에 포함되는 내용은 게이트에서 출발 후 몇 번째 따라갈 것인지, 어느 말이 치고 나갈 때 자기말도 따라 나갈 것인지, 막판 스퍼트는 어느 시점에서 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힘 안배를 하고 탈 것인지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기수에게 필요한 것이 순발력이다. 기수는 경주를 전개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레이스의 흐름을 읽어야 하며 상대마가 어느 상황에서 언제 치고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이러한 상황파악을 잘못할 경우 “상대 말에게 당했다”는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말의 작전에 말리거나 당한 경우에 우승 확률은 그만큼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말에게 당하고도 우승한 경우는 기수가 우승했다기 보다는 말이 우승했다고 표현한다. 경마는 소위 말하기를 ‘마칠인삼(馬七人三)’이라고 한다. 기수의 능력이 30% 모두 사용될 때 말이 70%인 것이다. 그러나 말의 능력이 70%라고 해도 기수가 20%의 능력밖에 발휘하지 못할 경우 70%인 말의 능력이 30%~40%로 떨어 질 수 있는 것이 경마이다. 그래서 경마는 기수와 말과의 호흡을 어느 정도 이끌어 내는가에 승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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