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마필산업 종사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녹아든 경마소재 영화 ‘그랑프리’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그랑프리’는 16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에서 일제히 개봉된다.

는 경주중 사고로 애마 ‘푸름이’이라는 경주마가 죽자 좌절에 빠진 여기수 ‘서주희’(김태희)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안락사 시킨 ‘푸름이’의 유골을 안고 내려간 제주에서 만난 새로운 경주마 ‘탐라’와 자신을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 ‘이우석’(양동근)과 함께 여기수 최초 그랑프리 우승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렸다.

사실 영화는 밋밋한 편이다. 경마와 여기수를 소재로 하기는 했지만, 경마의 본질 자체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는 김태희의 연기력은 그 자체로만 본다면 ‘스크린 참패’의 여주인공답게 큰 변화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두 요소가 김태희의 연기력을 급부상시켰다. 하나는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과 그랑프리 1위를 향해 달려가는 여기수의 캐릭터다. CF 장면을 통해 익숙해진 김태희의 이미지는 영화에서도 보여지면서, 관객들은 ‘배우 김태희’보다는 ‘CF모델 김태희’를 만나 어색함이 사라졌다. 여기에 김태희가 가지고 있는 엘리트적 느낌은 고스란히 최초 여성 기수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캐릭터와 일치하게 된다.

또다른 하나는 상대 배우 양동근이다. 김태희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내는데, 양동근의 진부하지만 털털한 연기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태희의 웃음이 연기로서가 아닌, 양동근이라는 재치있는 배우를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관객들은 느끼게 되는 셈이다.

드라마 장르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객을 사로잡을 강력한 집중점(appeal point)이 필요하다. 영화의 소재가 남녀간의 사랑이라면 로맨스에 집중할 것이고, 동물과 사람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라면 교감에 치중해 집중점을 찾기 마련이다. 물론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는 법은 없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조화롭게만 엮는다면 감동은 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이야기를 구성할 때는 그만큼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경마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2006년 개봉한 임수정 주연의 영화 `각설탕`을 떠올리게 한다. 다소 진부한 소재와 설정이라는 우려 속에 `그랑프리`가 던진 승부수는 `동물`보다는 `사람`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교감에 이야기의 대부분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는 주희와 우석의 로맨스만큼 말을 둘러싼 우석과 우석 모(고두심 분)의 갈등을 부각시킨다. 또 우석 모와 조련사(박근형 분)의 사연과 화해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이처럼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이야기가 분산되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진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한편의 작품에 여러 에피소드를 엮은 듯한 느낌을 줘 영화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에피소드 역시 전형적이다. 경마 영화에서 부상을 당한 기수가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경주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평이한 구성이다. 좀더 창의적인 대본을 완성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먼스토리와 해피앤딩을 통해서 경마가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또는 은유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모쪼록 ‘그랑프리’가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말끔하게 해소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