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9월4일)부터 서울경마공원에 우리 기술로 제작된 출발대가 도입되면서, 기존 일제 출발대에 비해 기술적인 업그레이드와 함께 외화 절약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RA 한국마사회(회장 김광원)는 국내 기술로 자체 제작한 14칸 일체형 출발대(모델명 : KRA10-14) 개발에 성공하여 실전 경주에 투입되었다.

공정한 경마를 위해서는 출발대의 문이 동시에 열리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출발대 앞문의 동시개문을 위해서는 매우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데 앞문 개폐장치, 전기제어시스템, 유압제어시스템, 뒷문구조가 핵심기술이다. 그동안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자체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출발대 제품을 고가(대당 약 8억8첨만원)에 일본에서 수입하여 사용하였고, 관련 부품도 연간 6천만 원 이상을 수입하면서 막대한 외화를 지급해야 했다.

한국마사회는 막대한 제품비용 및 관련부품의 수입으로 인한 관리상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그동안 출발대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지난해 6월 12칸 출발대의 국산화에 성공하였고, 이에 힘입어 올해 14칸 일체형 출발대 개발에 착수하여 올해 6월 개발을 완료하여, 주행조교검사 등에 시범적으로 운영해 왔으며 이번 주 드디어 공식경기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14칸 출발대는 경마대회 등 출전두수가 많은 경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나 그동안 마사회는 14칸 출발대를 보유하지 않아 8칸짜리 출발대 2대를 연결하여 운영해 그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이번 14칸 출발대는 2대가 제작되었으며 대당 제작가격은 약 3억 8천만 원 정도로 일본 제품의 수입가격 16억 원의 1/4 수준이다. 작동방식은 전기제어 및 유압제어 방식으로 일본제품과 유사하나 실질 시스템은 자체기술을 접목하여 일본산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서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마사회는 이번 14칸 일체형 출발대의 개발로 기존 8칸형 연결방식에서 탈피하여 사용 및 유지관리의 효용성을 향상시켰으며, 8칸형·12칸형 등 다종의 출발대를 운용해야 했던 문제점을 개선하여, 향후 14칸형 1종으로 경마시행을 가능케 하였고, 관련 기술의 개발로 일본에 비해 기술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또한, 출발대 제작 기술 2건에 대해서는 특허권 출연(출발대 핸들식 조향방식, 미세 개문속도 조정장치)을 진행 중에 있다.

이제 한국경마는 시설과 기기 부문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경마산업의 주인공은 경주마다. 경주마의 질을 놓고 세계와 견주어보면 우리 경주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필미업’ ‘백파’ 등을 미국에 보내 현지에서 레이스참가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제는 모두의 역량을 집결시켜 질좋은 경주마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후진적인 경주편성 제도와 상금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경주를 시행하는 목적은 우수 경주마를 발굴하는데 있다. 그런데 한국경마는 그러한 목적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주마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스프린터(단거리에 강한 경주마)가 있고 마일러(중거리에 강한 경주마)가 있으며 마라토너(장거리에 강한 경주마)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경마는 모든 거리에 강한 경주마 만을 우수한 경주마로 평가하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각종 시설과 기기 부문에서 앞서가는 만큼 경주마의 질을 높이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코자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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