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2003년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의 권기술 의원은 마주실의 환급률이 일반 관람석보다 19~24%이상 높은 것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했던 적이 있다. 이것은 일부 마주가 조교사와 내부 거래를 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주경마장의 경우에는 일반석의 74%보다 무려 24%가 높은 98%라는 경이적인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일반고객이 접하지 못하는 고급정보를 마주들만 제공받고 기수를 선정하고 작전권을 쥔 조교사를 접견할 수 있는 권한을 악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반 경마팬들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불공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주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주는 경주마의 주인들이다. 적게는 1두에서부터 많게는 10두까지 경마장에 입사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주는 일반인들은 출입을 할 수 없는 마방이나 마사지역을 방문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본인이 소유한 마필을 보러 마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마주가 소유한 말을 보러 마방에 갈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주의 권리를 너무나 제한하는 것이다. 어떤 마주는 새벽훈련 시간에 마방을 방문하거나 훈련상황을 보러 오기도 한다. 그러나 마주라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마방에 찾아오거나 또는 전혀 한 번도 마방을 방문하지 않은 마주는 조교사와 관리사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말에 대한 구입에 열의가 많으면서도 가끔 마방을 찾는 마주들을 선호한다. 마주와 조교사는 언제든지 만나 말에 대한 의사교환을 나눌 수 있다. 말에 대한 구매에서부터 경주출주시기, 경주상금 및 관리비, 말의 건강상태 및 채식상태 등에 대하여 많은 의견교환을 하는 것은 자기재산(말)을 맡긴 마주의 권한인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게 되면 마주는 조교사에게 본인마필이 어느 정도의 경주성적을 기록할 것 같은지에 대한 의사교환을 하기도 한다. 이는 결코 부정이 아니다. 마주의 권한에 벗어나지 않으며 조교사는 이러한 질문을 하는 마주에게 답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길 수 있는 마필을 이기지 않겠다든지, 전능력을 발휘하지 않겠다든지 하는 것은 경마부정이다. 아마도 이러한 것은 마주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마주가 누릴 수 있는 것을 고급정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매 경마일 서울 경마공원의 마주실은 거의 만원을 이룬다. 제주경마공원도 별 다르지 않다. 그러나 부산경마공원은 한산한 편이다. 부산경마공원의 마주 중 일부가 서울경마공원의 마주실을 이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주와 조교사가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자기 말의 여러 정보를 공유하다보니 일반실보다 마주실의 환급률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각자의 마주들이 한 경주에 출주하는 경주마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 전혀 없다고 배제할 수 없다.

필자는 여기서 이러한 생각을 해본다. 한국마사회에서는 현재 기수와 조교사가 가지고 있는 경주마에 대한 정보들을 마주만이 아닌 경마팬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 경마예상지를 통하여 이러한 정보들을 알리기도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 솔직하게 알려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마팬들의 성숙도가 중요하다. 기수나 조교사가 솔직하게 공개하였다 해도 그 내용과 판이한 경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필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는데 우승을 한다든지, 마필상태가 무척이나 좋다고 했는데 형편없이 꼴등을 한다든지 했을 경우 그것에 대하여 질타를 하게 된다면 과연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주 중에도 조교사가 말의 상태를 이야기 해주어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을 때 조교사의 능력을 운운하면서 질타를 하는 마주도 있다. 마주가 이정도인데 경마팬들은 어떨까? 기수와 조교사 그리고 마주와 경마팬 모두가 성숙된 경마문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대하여 한국마사회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주실의 환급률이 높다고 질타한 것만 놓고 본다면 분명 잘못된 지적이다.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질타의 이면에는 좀더 구체적인 경마정보를 마주만이 아닌 경마팬들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긴 것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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