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경주마 중 최강을 가리는 제26회 KRA컵(舊 한국마사회장배) 클래식은 ‘터프윈’(마주 탐라사료)이 우승의 영예를 안으며 새로운 대형 유망주의 탄생을 알렸다. 또한 지금까지 최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동반의강자’(마주 구자선) 역시 63Kg 이라는 과도한 부담중량을 극복하며 준우승을 차지해 기존강자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값진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는 몇몇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대회를 앞두고 ‘동반의강자’의 구자선 마주는 높은 부담중량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마주실에서 필자를 만난 구자선 마주는 눈물을 흘리며 ‘마주를 그만두고 싶다’는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높은 부담중량(63kg)으로 인한 상대적인 불리함과 마필 부상을 우려해서였다. ‘동반의 강자’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었으면 칠순을 넘긴 노인이 눈물까지 흘리며 하소연을 할까? 여러 위로의 말을 해주었지만 마필보호를 위해 출전을 취소시키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동반의강자’의 준우승을 비롯해 높은 부담중량을 부여받았던 마필들이 대부분 5위내에 진입하면서 부담중량에 대한 논란은 어느 정도 수그러지는 분위기이지만, 경주당일 구자선 마주가 ‘동반의강자’를 출전을 취소하겠다고 나서는 등 대회 진행과정에서 여느 대회와 비교해 매끄럽지 못한 면을 드러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대회결과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경주마 수준의 양극화`라는 왜곡된 구조가 자칫 한국경마를 심각한 수준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번 KRA컵 클래식에 출전했던 경주마간의 핸디캡 중량격차는 최고 63kg, 최저 51kg으로 무려 12kg의 차이였다. 그럼에도 상위 고(高)부담중량 마필들의 선전은 그만큼 마필간 전력의 극심한 격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990년대 초중반 혼합1군 경마대회의 출전마간 핸디캡 중량의 편차는 최대 17kg까지 벌어진 적도 있었다. ‘포경선’, ‘차돌’, ‘대견’ 등 시대를 풍미했던 명마들은 높은 부담중량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2000년대 들어 개별구매가 허용되면서 외산마 전체의 질이 상향평준화돼 경마대회 출전마간 부담중량 격차는 10kg 이내로 들어왔다. 전통의 호주 멜번컵을 비롯한 세계적인 핸디캡 대회의 출전마 부담중량 격차가 많아야 8-9kg 수준이란 점에 비추어 볼때, 우리나라도 세계경마의 흐름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 출전마의 부담중량 격차와 경주결과는 시대를 거슬러 흡사 과거 8-90년대를 재현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산마 도입가와 개별구매 제한 등을 이유로 들고 있기도 하다. 한때 외산마 도입이 자유로웠던 시절에는 미국의 클레이밍레이스 등에서 혈통이 우수하고 능력이 검증 된 경주마를 싼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섭서디’ ‘보카플라이어’ ‘보헤미안버틀러’ ‘아일랜드피버’ ‘언어카운티들리’ ‘퍼펙트챔피언’.....등이 모두 클레이밍레이스에서 구입한 경주마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매마로 한정을 하고 있는 데다 구입가격에 제한을 두고 있어 경주마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 나라의 경주마 수준은 특출한(excellent) 마필 1,2두가 아닌 전체적인 수준을 놓고 평가한다. 경주마 생산 측면에서도 경주마 수준의 양극화는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경주마의 질을 놓고 볼 때 후진국의 경우 다수의 질좋은 외산마 도입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펼쳐진 KRA컵을 계기로 상향평준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경주마도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