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신(神)은 끝내 ‘빅 브라운’(Big Brown)을 외면했다. 우리시각 8일 오전 뉴욕 벨몬트 파크에서 열린 제140회 벨몬트스테익스에서 3관왕 등극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빅 브라운’은 결승선 전방 400미터 지점에서 마체이상으로 주행중지, 실격처리 되며 30년만에 삼관마 탄생을 고대했던 세계 팬들을 실망시켰다. 또한 5전 전승을 달리던 ‘빅 브라운’에게는 생애 첫 패배이기도 했다.

경기 중반까지는 ‘빅 브라운’의 삼관을 향한 행보는 쾌조인 듯 보였다. 1번 게이트에서 출발한 ‘빅 브라운’은 출발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권 외곽으로 빠지는데 성공, 3위권을 유지해 나가며 릭 듀트로우 조교사의 전략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선두마 ‘다 타라’를 필두로, ‘테일 어브 에카티’와 치열한 2위권 다툼을 벌이던 ‘빅 브라운’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것은 3,4코너 중반 무렵. 중위권 마필들이 서서히 선두권과 간격을 좁히는 가운데 ‘빅 브라운’ 역시 직선주로로 빠져나가기 전까지 선두권과의 거리차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었지만 좀처럼 선두권과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4코너를 턴하는 과정에서 외곽으로 크게 밀리며 오히려 뒤로 처지기까지 했던 것. 결국 결승선 전방 400미터 지점에서 켄트 데저무 기수는 마체이상으로 인한 마필의 부상을 우려한 듯 고삐를 제어하며 경주를 포기하고 말았고, 30년을 기다려온 삼관마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빅 브라운’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하던 직선주로 초반 선두나서기는 온데 간데 없이 한수 아래로 평가된 상대마들의 대반란에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고, 무패의 삼관마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벨몬트 파크를 찾은 15만의 관중들은 결코 지지 않을 것 같았던 ‘빅 브라운’의 충격적인 패배에 할말을 잃은 듯 보였다.

다행히도 ‘빅 브라운’은 경주후 마체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빅 브라운’의 마주 IEAH 스테이블의 마이클 라바론 대표는 인터뷰에서 “빅 브라운의 몸상태는 현재 전혀 이상이 없다. 모든 경마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벨몬트에서의 충격적인 패배는 나로서도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IEAH측은 현재 ‘빅 브라운’에 대해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라면, 예정대로 9월에 있을 트래버스 스테익스(GⅠ)에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빅 브라운’의 듀트로우 조교사는, 경주후 마체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빅 브라운’이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기승한 켄트 데저무 기수의 의도적인 주행중지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해 한동안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1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북미 삼관경주가 그동안 단지 11두의 삼관마 만이 나온 데에는 경주거리 2000M의 켄터키더비에서 2400M의 벨몬트 스테익스에 이르기 까지 2주, 3주의 짧은 삼관경주 일정과 경주거리의 부담감이 경주마들에게는 결코 쉽게 넘지 못할 산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빅 브라운’ 역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고 말았다.

비록 2008년의 북미 삼관경주도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지만, 2004년 ‘스마티 존스’ 이후 3관달성의 희망을 가져다준 ‘빅 브라운’의 출현으로 올해 삼관경주는 어느때 보다 재미와 기대감을 선사해준 한 해였다. 예년에 비해 3세마들의 전력이 약세라는 평가 속에서 ‘빅 브라운’의 2관 달성이 일부 평가절하 되는 경향도 있었지만, 삼관경주의 험난한 일정 속에서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빅 브라운’이 다시금 예전의 위력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서주기를 고대해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경마장에서 활동중인 ‘픽미업’이 미국 원정길에 나선다. 모쪼록 미국에서의 맹활약으로 국위선양에 앞장서주길 기대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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