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를 맞아 둘째 주 경마가 진행되는데도 아직 올해의 경마계획이 공표되지 않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경마를 시행하는 지구상 120여 국가 중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

우리는 상품의 질이나 제품의 질이 좋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 상품의 브랜드, 포장, 내구성, 실용성, 기능성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특정 제품에 대해 질이 좋다는 표현을 쓴다. 올해의 경마계획도 공표하지 않은 채 지난해 계획에 준해 1월달 경마를 시행하고 있으니 소비자인 경마팬을 업신여겨도 한없이 업신여기는 태도이며 ‘경마’라는 상품을 한없이 추락시키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러고도 ‘한국마사회의 결승점은 고객’인가?

마필생산과 경주마를 육성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경주편성방식을 포함한 경주계획의 획기적 개선이야말로 소비자인 경마팬에게 제공되는 ‘상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경주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군체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군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상금 수득액과 승률을 고려하여 등급을 메기고, 동일 등급마를 기준으로 경주를 편성하는 체제인데 이 체제는 장점보다는 단점과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 경마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데도 마사회는 이 체제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그 부작용의 단적인 예가 승군을 앞둔 경주에서 많은 변수를 있게 함으로써 그 피해가 선량한 경마팬에게 미치고 경마의 공정성을 해치는 동시에 경마 이미지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따라서 군 간의 경계 막을 제거함으로써 승군의 변수를 없애 주는 것이 경주의 공정성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외국의 경우 일류 경주마를 만들어 가는 경주 프로그램이 정착되어 있으나 한국경마는 그저 경주마를 한낱 소모품으로 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숱한 경마대회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무엇 때문에 시행하고 어떻게 시행되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이 없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호주의 멜버른컵이나 미국의 삼관마 경주처럼 경마팬이 함께 하고 생산자가 우수마 생산에 몰두할 수 있는 그러한 경주계획이 도입되어야 한다.

경주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주로나 마방 환경 등 모든 면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야 한다. 기수의 기승술 향상과 평준화의 기대효과는 경마팬이 우승마를 판단 하는데 경주의 외생변수를 줄여 줌으로써 경주의 공정성을 기하고, 적중률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것이 당연한 결과다. 하루속히 기수간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진 출입이 자유로운 제도 도입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조교사의 경우도 간판만 내걸면 경주마 위탁 관리가 이루어지는 현행 체제에서 과감히 벗어나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런 오픈된 체계만이 불법 부정경마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리고 시행체인 마사회나 현장을 담당한 생산자, 마필관계자의 의식 전환과 선진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주의 질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없다. 그렇다고 도식적으로 기록단축이나 순위차 만을 계산하여 경주의 질이 좋아졌다고 논하기 전에 진정으로 경주의 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하여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데 진력해 주기를 당부 드린다.

올해부터는 아무리 늦어도 12월에는 다음 연도의 경마계획이 공표되기를 기대한다. 소비자인 경마팬과 국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 아닌가? 아무 상품이나 사가라고 하면 소비자는 화가 나게 되고 결국 외면하게 된다는 냉엄한 시장원리를 깊게 새겨보기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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