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새강자’, ‘동반의강자’, ‘터프윈’, ‘차돌’, ‘포경선’, ‘가속도’.. 이모두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경주마들이다.
경주마로서 이름을 날린 마필 중에는 마명이 코믹하거나 촌스러운 마필들은 없다. 사람도 작명을 잘해야 된다고 하는데, 이는 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마명을 짓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마명은 마주나 마주가족, 조교사들이 대부분 짓는다. 마주의 고향이나 회사와 관련 있는 단어를 합성하는 경우도 있다. 심상춘 마주는 아들이 다니는 대학의 앞자리만을 따서 ‘서고대’라는 마명을 지은 적이 있다. 두 명의 아들이 있는데 서울대와 고려대를 다니고 있어 서울대의 ‘서’와 고려대의 ‘고’를 따서 ‘서고대’ 라고 지었다. 마주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름이 들어가기도 한다. 라온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주)라온건설 법인마주는 “라온”시리즈로 짓는다. ‘라온챔버’, ‘라온글로리’ 등 여러 두의 라온 시리즈(?)가 있다. 그리고 법인마주인 (주)수성은 “수성”시리즈로, 초원목장과 초원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동식마주는 “초원” 시리즈로 마명을 짓는다. 그리고 샘물목장의 대표인 고창범 마주는 “샘물” 시리즈의 마명을 선호한다.
어느 마주들은 자기가 선호하는 단어를 넣어 시리즈로 짓기도 한다. ‘에이스갤러퍼’, ‘프라임갤러퍼’, ‘스마트갤러퍼’ 등 “갤러퍼” 시리즈하면 신준수 마주의 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법인마주인 금악목장의 경우는 ‘칸의제국’, ‘칸의후예’, ‘칸의전설’등 “칸”시리즈로 마명을 짓는다. 이밖에도 이태식 마주는 “야호”, 박흥길 마주는 “희망”, 박정재 마주는 “용왕”, 이신근 마주는 “선”, 최병욱 마주는 “블루밴드”, 김종식 마주는 “드리머”, 이종원 마주는 “~번쩍” 시리즈를 가지고 있다. 오페라단장을 맡고 있는 양수화 마주는 “오페라”시리즈로 짓는다.
지명과 관련된 시리즈를 짓는 경우도 있다. 전 마주협회장을 지낸 남승현 마주는 고향이 충주이며 태어난 곳이 남촌마을이기에 “남촌”시리즈를 선호한다. 명문 골프장으로 소문난 남촌CC도 그런 맥락에서 남승현 마주가 지은 이름이다. 기독교 신자인 안병기 조교사는 성경글귀에 나오는 단어들을 선호한다. ‘기쁨의근원’, ‘동방의기적’, ‘만남의축복’, ‘축복의통로’가 그가 관리하는 마필들이다. 박희철조교사는 ‘센걸’, ‘센데이’, ‘센스마일’, ‘센왕’, ‘센친구’ ‘센프라이드’ 등 “센”시리즈의 마필들이 많다. 강함을 나타내는 단어인 “센”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이렇듯 마명과 관련되어 여러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좋은 마명을 짓는 것도 고민거리지만 마명을 짓는 데는 여러 제한사항이 있다. 한글은 6자 이내, 알파벳은 18자 이내, 외산마의 마명은 부여된 원마명의 한글을 8자 이내로 지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에 해당하는 마명은 마명을 부여할 수 없다. 1)기부여된 마명 또는 유명한 말의 마명과 동일하거나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것 2)회사명, 상품명 등 영리를 위한 광고 선전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 3)공인이나 널리 알려진 사람의 성명 4)의미 또는 발음이 공공질서나 미풍양속에 반하는 것 5)씨암말의 마명은 사망 또는 용도종료 후 10년이 경과 되지 않은 경우 6)씨수말의 마명은 사망 또는 용도종료 후 15년이 경과 되지 않은 경우 7)기타 말의 마명은 사망 후 5년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부여된 마명은 변경할 수 없지만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해당 말이 첫 경주에 출주하기 전 1회에 한하여 변경할 수 있다. 이처럼 마명을 짓는데 있어 여러 가지 제한 규정이 따른다.
좋은 마명을 짓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거나 스포츠 관련 신문의 기사제목을 보는 경우도 있다. 조교사의 경우 마필관리사에게 좋은 마명을 지어 보라고 하기도 한다. 아예, 어느 마주는 마명 짓는 것이 쉽지 않으니 조교사가 알아서 지으라고 일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많은 고민을 한 후 마명을 짓지만 간혹 코믹하거나 촌스러운(?) 마명도 있다. ‘조마조마’, ‘윙크’, ‘자기야’, ‘복길’, ‘바로너’, ‘순옥이’ 등의 경주마와 ‘딩동댕’, ‘니캉내캉’, ‘기고만장’ 등의 신마가 여기에 해당한다. 코믹하거나 촌스러운 마명을 가진 말들 중 좋은 경주성적을 가진 마필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위에서 예를 든 코믹하거나 촌스러운 마명을 가진 경주마들의 성적은 별 신통치 않다. 위에서 나열한 신마들도 얼마나 뛰어줄런지 자못 궁금하다. 지난해 성폭행 살인범 김길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와 동일 이름을 가진 사람들 중 열아홉 명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개명 신청을 요구 하였다고 한다. 사람이나 말이나 이름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