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주의 경마공원 산책
가끔 한 경주에 같은 소속조의 마필 2두가 동반 출주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같은 마주소유의 마필이 동반 출주하기도 한다. 2010년 11월 28일 Breeders` Cup에서는 서범석조교사 소속의 마필 2두가 동반 출주하였다. 두 마리 모두 이신근 마주의 마필이었다. 우승과 준우승을 모두 같은 조교사와 마주가 차지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한 경주에 동반 출전한 말이 같은 소속조이거나, 같은 마주 소유일 경우 경마팬들은 베팅전략을 짜는데 있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과연 조교사의 전략이 어떨 것인가, 기수들의 기승작전은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하여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2월 19일 제 9경주 1700미터에서도 재미있는 경주 결과가 있었다. 우순근 마주 소유의 마필 2두가 같은 경주에 동반 출주하였다. 그중 한 마리는 ‘타이거윙’으로 하재흥 조교사가, 다른 한 마리는 ‘선바이킹’으로 우창구 조교사가 출주시켰다. 경주결과는 ‘타이거윙’이 1위, ‘선바이킹’이 2위를 하였다. 두 마리가 같은 마주 소유이지만 조교사가 다른 경우였다. 경주전개 상황을 보면 ‘타이거윙’은 10-5-3순으로 경주를 전개하였고, ‘선바이킹’은 8-7-3순으로 경주를 전개하였다. 두 마리 모두 추입작전을 펼쳐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내가 금악목장 사장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2009년 11월 15일 9경주 2000M 대통령배가 열렸다. 여기에 금악목장 소유의 마필 2두가 동반 출주하였다. ‘칸의제국’(이희영 조교사)과 ‘내추럴가이’(김명국 조교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내추럴가이’는 전력상 우승권에서는 멀었지만 ‘칸의제국’은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다. 대통령배가 열리기 두 달 전 실시된 일간스포츠배(1800M)에서 우승을 하였기 때문이다. 금악목장 관계자가 나에게 대통령배에서 어떤 작전을 펼쳐야 좋겠느냐고 질문을 해왔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두 조교사에게 각자 어떤 작전을 펼칠 것인가를 들어 본 후 그 작전을 서로의 두 조교사에게 알려준 다음 그것을 토대로 다시 종합작전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나의 의견도 제시했다. 2000M이기 때문에 선행을 가면 우승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추럴가이’와 ‘칸의제국’은 선행이나 선입을 갈 수 있는 마필이기 때문에 ‘내추럴가이’보다는 전력상 한수 우위에 있는 ‘칸의제국’이 유리한 레이스를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추럴가이’가 일단 선행을 가고 ‘칸의제국’이 두 번째 따라가다가 4코너에서 ‘내추럴가이’가 안쪽을 열어주면 그곳으로 ‘칸의제국’이 쏜살같이 치고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작전계획을 제시 하였다. 그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칸의제국’이 2번째 쫓아가면서 최대한 힘을 비축하고 가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려면 ‘내추럴가이’가 선행을 가면서 최대한 뒤에 있는 말들이 서로 싸울 수 있도록 느린 걸음의 선행을 가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두 조교사 사이에서 최종 어떤 작전이 펼쳐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추럴가이’가 선행을 가고, ‘칸의제국’이 4번째 따라갔다. 경주결과는 2마리 모두 하위권이었다. 보통 같은 조에 소속된 말이 같은 경주에 동반 출주 할 경우 경주작전은 기수의 의견보다는 조교사의 의견이 반영된다. 한 마리가 출주했을 경우는 기수의 의견도 많이 반영되지만 동반 출주에서는 조교사의 작전에 힘이 실린다. 그리고 A마필의 기승작전을 B마필을 기승하는 기수에게, B마필의 기승작전을 A기수에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두 마리 모두 각자의 작전을 알아야 서로가 싸우거나 견제당하지 않고 서로의 말에게 유리한 전개를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같은 마주 소유의 마필 2마리가 다른 두 조교사 소속으로 동반 출주하는 경우는 어떨까? 경마대회의 경우는 두 조교사가 작전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경주에서는 서로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마주가 두 조교사를 만난 후 서로의 작전에 대해 알려주는 경우도 가끔 있다. 조교사 소속이 같거나 동일 마주가 소유한 마필이 같은 경주에 동반 출주할 경우 우승 가능성이 더 많은 어느 한 마필을 위하여 함께 공동작전을 펼칠 것이냐, 아니면 두 마리가 각자의 개별작전을 펼쳐 두 마리 모두 승부를 걸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로 출전한 선수가 컨디션이 좋을 경우 그대로 1등으로 골인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경마에서도 그와 같은 경우가 있다. 한 경주에 2마리가 동반 출주 하였을 경우 조교사나 경마팬 모두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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