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사례 공모] “승마로 나의 두 번째 인생 시작”
[승마 사례 공모] “승마로 나의 두 번째 인생 시작”
  • 안치호 기자
    안치호 기자 john337337@horsebiz.co.kr
  • 승인 2019.06.0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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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2018 승마 사례 공모전 당선작 발표
장려상(전국민승마체험 부문)에 윤현미 씨 수상
한국마사회가 2018 승마 사례 공모전 11개의 수상작을 발표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가 2018 승마 사례 공모전 11개의 수상작을 발표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말산업저널] 안치호 기자= 승마를 경험한 이들의 긍정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국마사회는 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주제는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로 △학생승마체험(포니3등급포함) △기승능력인증제 △유소년승마단 △전국민승마체험 4개 부문으로 진행해 총 108명이 참여했습니다. 최우수상과 말산업특구상, 우수상 등 11개 수상작이 선정됐으며, 배추용 씨(50세, 학원강사)의 전 국민 승마체험 수기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말산업특구상은 박시온(경기도), 장민석(경상북도), 이승윤(전라북도), 안지선(제주특별자치도) 씨가 수상했고, 우수상(한국마사회장상)은 김도현, 장려상은 박지연, 김은지, 양현희, 손영희, 윤현미 씨가 수상했습니다. <말산업저널>은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의 협조 아래 공모전 체험 수기 수상작을 종합 연재합니다. 열 번째 순서로 윤현미 씨의 ‘불혹에 시작된 나의 두 번째 인생(전국민승마체험 부문)’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은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를 주제로 진행됐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은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를 주제로 진행됐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불혹에 시작된 나의 두 번째 인생 - 윤현미

몸이 안 좋은 나, 우연히 시작한 승마체험

말이 무서웠지만, 다시 찾게 된 승마장

승마로 약도 안 먹고 병원도 안 가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삶 살게 돼

어릴 적 이런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곤 했다. ‘나는 언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극히도 보수적인 아버지와 지나치게 순종적인 어머니. 크게 웃거나 떠들지도. 친구 한번 불러보거나 여행 한 번 갈 수 없던 집안.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자유롭기 위해 도망치듯이 선택한 결혼생활. 그 선택에 대한 또 한 번의 후회. 축제도 엠티도 그리고 졸업도 하지 못하고 시작된 시집살이와 육아. 그렇게 시부모님을 모시고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삼십 대 후반의 나. 그 시간이 아파서 괴로워서 그렇게 조금씩 병들어갔던…. 자존감을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만큼 떨어져 있었고 정신과상담과 약이 없이는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있는 날이 없었고 하지 말아야 할 생각들에 매일을 잠 못 이루기만….

한때 무료하고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 선택했던 미술. 그것을 함께해준 친한 동생의 전화. “언니. 승마 어때?” 승마… 동물, 강아지도 무서워서 만질 수 없었는데 승마를 하자는 동생. “언니. 내가 들었는데 승마가 정신건강에도 좋고 겁나!! 힐링 된데~~ 한 번만 같이 가보자 응?”. “그거 비싸잖아. 나 돈 없어”. “나 쿠폰선물 받은 거 있어~ 일단 가보자~”. “아…어…그래 그러자” 항상 걱정만 시키는 언니를 언제나 찾아주고 위로 해주는 동생의 부탁,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부탁이 아니라 나를 위한 동생의 걱정 어린 추천이었던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병원을 가기 위해, 집안 살림을 위해 잠시 장 보는 정도? 그 외에는 몇 달, 아니 근 2~3년을 집 밖 출입조차 하지 않던 내가 그렇게 승마장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이른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동생을 기다려 함께 승마장으로 갔다. 그런데 말이 너무 크다. 무서웠다. 아주 많이…. 타기는커녕 만져 볼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말과의 첫 만남은 끝이 났다. 동생은 즐겁게 타고 다음 날은 몸살이라고 못 나왔다. 그런데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말을 타지도 않을 승마장에, 동생도 없이 나 혼자 왜 다시 간 것일까. 시원한 아침 공기에 잘 정돈된 마장, 말을 타고 역동적으로 운동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 그것이 부럽고 또 다시금 보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동생은 가끔씩. 그리고 나는 매일을 타지도 않을 말과 운동장, 그리고 말을 타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승마장을 찾았다. 사람들이 공원을 산책하듯이 그렇게 말이다. 시간이 지나서 승마코치님이 해주신 말씀. 저분은 뭐지. 이상한(?) 분인가 싶었다고 하하….

이상했다. 승마장을 가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조용히 노트에 말 그림을 끄적여 보게도 되었다. 승마장 대표님께 허락을 받고 잠이 안 올 때면 승마장의 마방으로 가서 조용히 쉬고 있는 말을 보기도 했다. 그곳에서 나를 반겨주는 한 마리의 말을 봤다. ‘진저’ 고래 눈? 의 말. 처음에 진저와 눈이 마주치고는 한참을 울었다. 왜 뭐가 그렇게 슬펐을까. 진저의 눈은 너무 크고 슬퍼 보였는데 왠지 나를 보고 슬퍼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몇 번을 찾아가서 보고 울고.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장갑을 두 개나 끼고 아주 긴 당근의 끄트머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진저에게…. 고개를 쑥 내밀어 팍! 하고 먹었다. 그때는 놀라서 울었었다. “진저 나쁘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 맛있게 먹는다. 물론 옆 마방의 말들이 자기들도 달라며 울부짖는(?) 통에 무서워서 도망 나왔다. 그렇게 집에만 있던 나의 삶에 낮과 밤의 일탈(?)이 생겼다.

“언니. 언니는 말 안 타?”, “다음에 돈 생기면. 첫째 학원비가 엄청나”, “언니!! 전 국민 승마체험! 돈 얼마 안 들어~ 이건 당장 신청해. 언니 여기 대표님이랑 친하잖아.” 황당하게도 대표님과 어느새 친해져 있었다. “아, 그럴까?” 돈 얼마 안 들고 승마라….

강습 첫날. 여느 때와 같이 매우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언제나처럼 승마장으로 갔다. 물론 내 마음은 매우 달랐다. 매우 떨었다. 이미 승마장의 대표님부터 코치님, 관리사님. 모두 잘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것에 대한 떨림은 아니었다. 그냥 말을 탄다. 즉, 탄다는 것은 접촉을 의미한다. 내가 과연 진저에게 아직도 장갑 두 겹을 끼고 당근을 던지듯이 주고 있는 내가 탄다고? 대표님이 말씀하신다. “김 코치. 우리 회원님 진저 태워주세요.” 내가 진저를 탄다. 마음이 이상했다. 떨렸다. 한편으로는 진저라서 다행이다 했다. 이미 수십 번은 읽어봤을 안전수칙을 다시 한번 듣고 마음에 되뇌고 원형트랙으로 들어갔다. 진저다. 진저가 서 있다. 나를 태우기 위해 서 있다. 코치님의 지시대로 다가갔다. 진저가 반가워(?)한다. 진심으로 나를 반가워한다고 느껴졌다. 나는 두 겹의 장갑을 끼고 있지만, 이미 진저와 나름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무섭다. 결국 코치님이 말 끌기를 해주시고 나는 한 발짝 떨어져서 졸졸…. 그렇게 5분 그리고 드디어 잡게 된 고삐가 아닌 리드라인. 그것도 긴~거. 신기했다. 긴 리드라인을 잡고 어설픈 혓소리를 내는데도 너무 말을 잘 듣는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예쁘게 처음으로 동물을 만지고 싶어졌다. 조금 더 짧게. 조금 더 짧게. 그렇게 리드라인의 길이가 짧아져갔고 그렇게 수업이 끝났다. 못 만져 보고.

집에 와서도 그 아쉬움 이 멈추질 않았다. 당근을 힘주어 움켜쥐고는 다시 승마장으로. 진저가 나를 보고 있다. 사실 나인지 내 손의 당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장갑 두 개의 보호를 받으며 당근을 무사히(?) 주고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진저도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음… 만져보고 싶다. 말은 왼쪽에서 접근하여 목덜미를 천천히! 나에게 트랙의 울타리도, 리드라인도 없지만, 장갑 두 겹이 있었기에 용기 내어 다가갔다. 그리고 쓰다듬었다. 아, 감동? 아니 한 번 더…. 어느 순간 장갑을 벗고 진저의 온기를 손으로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따듯했다. 그날 밤은 설렘에 잠을 들 수 없었다.

강습 둘째 날. “코치님! 저 진저요! 저 진저 만질 수 있어요!” 강습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이미 진저와 많이 친해져 있었기에 자신 있게 말하고는 진저에게 다가가 덥석 잡았다. 코치님도 놀라셨다. 그렇게 나는 진저를 무려 5번이나 타지 못하고 끌고만 다녔다. 열심히.

강습 일곱 번째 날. 드디어 기승. 진저가 나를 태워줬다. 무거울 텐데라는 걱정을 1초쯤 했나 높이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그저 신기함만이 있었다. 나를 태우고 움직인다. 꿀렁꿀렁? 말을 끌며 이미 말 움직임의 느낌과 보법에 대한 설명, 자세 등은 수도 없이 들었기에 진저가 움직여 줄 때마다 그저 신기하고 행복한? 기분만이 들었다. 그리고 코치님께 수없이 많은 칭찬을 들었다. 첫 기승인데 경속보 반동까지 완벽하게. 이미 동생이나 다른 분들의 기승을 보며 수없이 머리로 반동을 되뇌었다. 그 결과 아주 쉽게 진저의 반동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집에서 의자로 연습했다.)나를 사뿐사뿐 들어주었고 나는 아주 조금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진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렇게 기쁨과 설렘이 가득한 첫 번째 기승이 끝이 났다.

강습 마지막 날. 마지막이라는 것이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승마장이기에 앞으로도 매일 진저를 보러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마지막 기승을 한 후 샤워 수업을 해주신다며 진저를 씻기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따뜻한 물로!! 물을 뿌리고 물을 빼고 닦아주고 말려주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갑 두 겹이 없으면 당근도 주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껴안고 뽀뽀도 한다.

시간은 흐른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승마를 알기 전에는 정말이지 죽을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말뿐인 죽을 것 같아 가 아니라 진심으로 삶에 대한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그런 시간들…. 자존감은 이미 바닥이라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었고, 삶에 대한 미련조차 생기지 않는…. 그렇게 하루하루 약에 의존하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내가 바뀌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니 승마를 알게 되고, 진저를 본 순간부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더 이상 병원을 가지 않는다. 약을 처방받지도, 먹지도 않는다. 나를 걱정하던 동생도 더 이상 걱정의 시선을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삶의 의미들이 채워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는 시간들이 생긴다. 나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승마장으로 간다. 나는 불혹의 나이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나의 두 번째 인생. 그것은 바로 승마코치이다.

장려상(전국민승마체험 부문)을 받은 윤현미 씨(사진 제공= 윤현미).
장려상(전국민승마체험 부문)을 받은 윤현미 씨(사진 제공= 윤현미).

원고 제공=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
교정·교열= 안치호 기자 john337337@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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