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영의 고려아리랑 ④]노 알렉산드르 대한고려인협회 초대회장 인터뷰 2회 분재(1)
[최희영의 고려아리랑 ④]노 알렉산드르 대한고려인협회 초대회장 인터뷰 2회 분재(1)
  • 최희영 전문기자
    최희영 전문기자 yryr1998@hanmail.net
  • 승인 2019.06.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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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독립운동가 후손 찾아주기’와 ‘독립운동기념비 건립’ 추진 위해 지난해 9월 협회 결성
연해주 대한국민회의 3.17 독립선언기념과 고려인 독립운동기념비 건립 국민추진위 출범식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노 알렉산드르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단법인 너머

 

제법 굵은 빗줄기였다. 6월 6일 현충일 저녁. 경기도 안산 고려인마을로 향하는 빗길에서 ‘현충’(顯忠)을 다시 생각했다. 사전적 의미의 ‘현충’은 ‘충렬을 높이 드러냄’이다. 그렇다면 충렬은 또 무슨 뜻인가? 의외로 쉽다. ‘충성스러운 열사’의 줄임말이다. 그렇다면 열사는? 국어사전은 ‘나라를 위해 굳게 절의를 지키며 충성을 다해 싸운 사람’이라고 풀어준다.

노 알렉산드르(47 한국명 노송달) 씨. 그의 직함은 국내 85,000여 고려인들의 연합체인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이다. 지난해 9월 협회 발족과 함께 초대 회장을 맡게 됐다. 그의 국적은 러시아다. 아내와 딸의 국적은 카자흐스탄.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누나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이다. 가계 모두가 순혈이다. 일찍이 두만강을 건넜던 증조부모 이래 3대에 걸쳐 양가 모두 고려인끼리만 결혼했다.

현충일을 앞두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한고려인협회가 추진 중인 독립운동기념비 건립의 진척 상황이 궁금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독립운동가 계봉우 지사(1880~1959)의 유해 송환에 대한 감회를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 계 이리나 씨가 바로 계 지사의 증손녀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해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립운동가 유해 봉환식을 직접 주재했다. 사진은 계봉우 지사와 황운정 지사의 유해를 대통령 1호기로 직접 모시고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이다. [YTN 뉴스 캡쳐]

 

“국민 여러분, 고려인 동포 여러분, 우리는 오늘 시간과 국경을 뛰어넘어 독립운동의 역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계봉우 지사님, 황운정 지사님의 삶은 조국의 독립과 단 한순간도 떨어져있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고국을 그리워하셨고, 고향과 연해주, 카자흐스탄, 그곳이 어디든 항상 한반도의 독립과 번영, 평화를 염원하셨습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했다. 마지막 일정은 카자흐스탄이었다.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두 분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4월 21일 릭소르 알마티호텔에서 있었던 동포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독립 운동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뿌리’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계봉우·황운정 지사 내외분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유가족과 카자흐스탄 정부와 협의해왔고, 마침내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애국지사들을 고국에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미래를 열어갈 힘을 키우는 일입니다.”

노 회장의 아내 계 이리나 씨는 이날 동포간담회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서였다. 행사에 참석한 고려인들 역시 문 대통령의 격정적인 연설을 들으며 연신 눈가를 훔쳤다. 그러면서 임시정부 수립 후 북간도 대표로 임시 의정원에 참여해 활동하고,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후 조선문법과 조선역사 등을 집필하며 민족 교육에 힘썼던 계봉우 지사의 생애 업적을 재삼 되새겼다.

 

노 알렉산드르 회장은 지난해 9월 발족한 대한고려인협회 초대회장을 맡아 고려인 독립운동가 후손 찾아주기 운동과 고려인 독립운동기념비 건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최희영

 

계 지사님의 유해 송환을 바라본 감회가 남달랐겠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전히 타국 땅에 묻혀 있는 수많은 고려인 1세대와 2세대 어르신들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 문 대통령도 말씀했듯 그분들 모두가 대한민국의 뿌리다. 문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동포간담회에서도 고려인 1세대와 2세대들 모두가 독립운동가라고 강조했다. 우리 협회에서 고려인 독립운동기념비를 건립하려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육신을 모셔오지 못하니 혼이라도 모셔오자. 그런 취지에서 협회 창립과 함께 독립기념비 건립 운동부터 시작하게 됐다.

현재 진척상황은 어떤가?

솔직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래 목표는 1만원씩 기부하는 시민 5만 명이 참여해 5억 원가량의 건립 기금을 모으는 것이었다. 지난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려인독립운동 기념비 건립 국민추진위원회’ 100인 대표자 회의를 통해 그같이 의결하고, 오는 10월 기념비 착공을 목표로 지난 5월부터 국민 모금에 들어갔는데, 6월 5일 현재 고작 220만원 수준이어서 안타깝다.

기념비 건립 추진위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가?

김원웅 조선의열단 대표와 김자동 임정기념사업회장을 비롯한 독립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김명연, 전해철, 김철민, 김정호, 박찬대 의원 및 김현 더불어민주당 부사무총장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 그리고 허위 의병장의 후손인 기가이 소피아, 독립투사 마춘걸 선생의 후손인 한 블라디슬라브 씨 등 여러 고려인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그밖에도 윤화섭 안산시장.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을 비롯한 지자체 단체장들과 시도의원,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도 대거 참여 중이다.

 

대한고려인협회와 사단법인 너머는 고려인 독립운동기념비 건립을 위한 국민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에 있었던 연해주 대한국민회의 3.17 독립선언기념과 고려인 독립운동기념비 국민추진위원회 출범식을 마치고 거리 행진을 하는 행사 참가자들 모습이다. ⓒ사단법인 너머
대한고려인협회와 사단법인 너머는 고려인 독립운동기념비 건립을 위한 국민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에 있었던 연해주 대한국민회의 3.17 독립선언기념과 고려인 독립운동기념비 국민추진위원회 출범식을 마치고 거리 행진을 하는 행사 참가자들 모습이다. ⓒ사단법인 너머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지난 2월 13일 대한고려인협회와 고려인 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이사장 신은철)는 김명연, 박찬대, 전해철 의원실과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념비 건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리고 ‘굴복하지 않는 용기’라는 주제 아래 △2019년 고려인들의 독립운동 전사적 기념비를 50만 고려인의 모국인 대한민국에 세운다 △고려인 독립유공자들의 이름표를 작성하고, 그 후손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감사장을 전한다는 사업 목표를 정했다.

또 8월까지 기념비 규모를 확정하고, 9월에는 기념비 건립 선포 문화제를 개최하는 한편 공모를 통한 기념비 디자인 확정과 설계를 거쳐 10월 중으로는 기념비 착공식을 갖겠다는 구체적인 일정표도 제시했다. 그리고 ‘연해주 3.17 독립선언’ 101주년을 맞아 내년 3월 17일 성대한 제막식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여러 난관이 예상돼 노 알렉산드르 회장의 심경이 복잡하다. 계 지사 유해송환의 감회를 묻는 질문에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 답한 이유가 이해됐다. 5억이 목표인데 이제 고작 220만원.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031-493-7053 (사)너머. ‘대한민국의 뿌리’에 북을 돋아주고, 함께 ‘역사적 버팀목’이 되어줄 시민들이 기억할 전화번호다. 1구좌 1만원이란다. 오늘 당장 당신부터 5만 명 중 한 명으로…! 현충일 밤, 빗길에서 소망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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