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7일 수요일 오후8시 롯데콘서트홀
지휘자 진솔을 필두로 아르티제 D(Delight)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음악 전공, 비전공 여부에 개의치 않고 말러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말러의 곡을 직접 연주하는 감동을 맛보기 위해 창단된 단체가 말러리안으로서 이날 6번 교향곡을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하였다.
6개월간 월요일 휴식일과 우천 취소 등을 빼고 거의 매일 경기를 하는 프로야구리그는 팀 간 전력 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꼴찌팀이 만년 꼴찌를 하지도 않고 1등이 매번 이기지도 않는다. 꼴찌가 1위 팀을 번번이 이기기도 하고 승승장구하는 최강팀이라도 불의의 일격을 맞기도 한다. 그래서 승률이 6할 이상만 돼도 10개 팀 중 최상위권이고 우승에 근접한다. 지난 2008년 우리 국가대표 야구 대표팀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 유수의 강호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였으며 WBC에서도 전 세계에서 최고 선수들만 모인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차출된 이름만 들어도 기가 죽을 유명 선수들과 맞서 싸워 쾌거의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고양 원더스라고 들어 보았는가? 국내 첫 번째 독립야구단으로서 갈 곳 없는 방출 선수,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못한 신인 등이 재기를 꿈꾸는 장이었다. 강훈련과 경험을 통해 1군에 진출하는 꿈과 비전의 가치를 일깨워준, 지금은 비록 해체되었지만 원더스의 기적으로 불린 팀이었다. . 우리 대표팀이 개인적인 기량은 비록 메이저리거들보다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들을 격파한 원동력은 바로 였다. 어떤 방식으로 오케스트라가 운영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원들은 말러 음악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니 연주 목적의 처음과 끝은 '말러를 직접 연주하면서 감동을 맛본다'라는 것이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때만큼이나 강력한 동기부여가 또 어디 있겠는가. 전문 음악인들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음악이 1순위가 되지 못하고 직업인으로서 살아간다면 말러리안들은 소원성취와 뿌듯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삶의 낙일 것이다. 승리에 대한 열망은 잘해보겠다는 각오로 개인 연습과 기량 연마에도 최선을 다할 테니 자기발전의 시금석이다. 또한 으로 각자의 일터와 직장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와 성장의 기쁨도 동시에 누린다.
1악장 끝나고 지휘자 진솔이 지휘봉을 놓자 의문이 풀렸다. 오늘의 조합은 안단테-스케르초다. 노래하는 느린 악장은 지휘봉 대신 합창지휘같이 손으로 선율을 이끈다. 그래서 3악장이 된 '스케르초'는 거대하지만 개별적인 독립체의 실내악적인 사운드라는 말러 특유의 스케르초 악풍이지만 그래서 밸런스와 우아함, 여러 양식들의 혼합과 조화, 주체와 반 주체로서의 공존이 한데 섞여 있기 때문에 연주적으로나 작곡 기법적으로 최상의 결정체를 자아낸다. 충줄한 미장센은 덤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말러 교향곡에 경탄과 함께 오케스트라 안에 하나의 우주(Cosmos)를 만들어가는 생명체들에게 공감이 전해졌다.
단원들 대부분이 20대로 보였는데 이들이 쭉 같이 가면서 나이를 먹어 30대, 40대 때도 같이 하길 바라게 되었다. 또 하게 만들었다. 지금의 말러리안은 지휘자 진솔과 대학연합 오케스트라 같은 인상이다. 요즘 같은 세태에 오직 열정만으로 뭔가를 하기 위해 어울려 땀을 흘리는 게 어디 흔한 일인가! 말러 자체가 음악만으로 사람들을 뭉치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작곡가며 그래서 여러 사람이 함께 도전하고 꿈을 키울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과 인생역전의 모델로 제격이다. 2016년에 시작한 이번 프로젝트가 이번으로서 4회 째니 11곡의 말러 교향곡을 1년에 하나씩 한다고 해도 7년이 남았다. 초심을 잃지 말고 그때도 지금과 똑같이 시작은 제각각이었지만 끝은 "하나의 마음'으로 귀결되길 바란다. 그걸 말러가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