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말산업이 뚜렷한 발전방향을 찾지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말산업육성법이 발효는 되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9월10일에 발효된 말산업육성법은 면밀하게 따져보면 승마산업에 치중해 있다. 말산업육성법은 승마산업 육성을, 한국마사회법은 경마산업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인해 한국의 말산업은 올바른 발전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경마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과 그에 따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지나친 통제와 규제, 경주품질의 후진성, 규제의 틀 속에 갖혀 있는 각종 경마제도, 사설경마(맞대기) 횡행 등으로 경마산업까지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마산업 위기의 요인들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주품질의 후진성이다. 단순한 논리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좋은 상품이 대접을 받게 마련이다. 경주라는 상품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경마산업에서는 경주의 질이 좋아야만 흥행을 하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한국의 경마산업은 경주품질이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다보니 불신이 팽배하고 소스(간다 안간다는 루머)가 난무하여 경주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9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부정적 편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바로 공산주의식 독재로 일컬어지는 ‘계획경마’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경마는 자유로운 선의의 경쟁을 여러 제도를 통해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경마(競馬)의 경(競)자가 의미하는 경쟁(競爭)을 가로막고 나눠먹기의 ‘계획경마’를 시행함으로써 본질에서 어긋난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편법과 불법이 성행하여 산업으로써의 경마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세금과 마권구매 상한선 제도 때문에 사설경마(맞대기)가 설쳐 국가에 큰 손해를 끼치고 있다. 군체계 경주편성을 고집하고 있다보니 승군을 회피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지않는 현상도 일반화되어 있다. 승군을 회피하기 위해 전력질주 하지않는 것을 마치 있을 수 있는 작전쯤으로 생각하여 전혀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상금제도는 어떤가. 해당경주에서의 순위상금은 많은 격차가 있으나 군체계 간의 상금은 그다지 크지 않아 하위 군에서 충분히 순위상금을 벌고 상위 군으로 승군하자는 생각이 깔려 있다. 경주마 수급정책은 어떠한가. 각종 규제와 통제장치를 두어 질이 좋은 경주마의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외산마의 경우 현지 경험이 있는 경주마의 도입을 금지한다든지 구입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을 구사하면서 좋은 경주마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의 말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농가를 육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93년 마주제 경마가 시행된 이후 소나 돼지를 키우던 농가들이 경주마생산으로 전환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의욕적으로 경주마생산에 투자를 했으나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아 도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내륙 쪽이 심각하다. 초기에 의욕적으로 경주마생산농가를 지원하던 지자체들도 많은 목장들이 제3자에게 매도되거나 파산하자 정책지원을 중단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마팬들까지도 잘알고 있는 굴지의 목장도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고하니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 아닐수 없다. 말산업육성법이 발효는 되었지만 뜬구름 잡는 식의 정책으로는 위기상황을 돌파해나갈 수가 없다. 현재 생산농가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문제점을 진단하여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한국말산업의 미래는 없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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