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PK 고위공직자 증가 불구 사실 왜곡, 정략적 편가르기 '저열'

대한민국 정치는 해방된 이후 이념대결과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보내왔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사사오입개헌과 3.15부정선거 등 지속적인 헌법 유린에 이어 군사독재 정권의 민주주의 탄압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멍들었고,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늘 비틀거리는 위험한 상황을 이어왔다. 그 음험한 도구는 색깔론과 지역감정이었다.

정치를 왜곡할 때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 색깔론이었다. 한국 전쟁 이후 반공 교육에서 붉은색이 북한 체제나 공산주의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묘사했고, 민주진영이나 세력을 탄압할 때 빨갱이라고 비하해서 부르는 일이 잦았다.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하거나 노동운동을 하던 상대를 친북 세력이라고 몰아가면 정치적 우위를 점하며, 갖은 정치사법적 탄압을 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콤플렉스를 자극해 상대방을 좌익친북 세력으로 몰아가는 행태가 색깔론의 전형적인 형태였다. 진보진영의 정치 지도자였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반공주의를 주장한 보수정치권의 전형적 수법이었다.

그보다 더 악독한 사례가 지역감정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치 분야의 지역적인 감정 대립으로 나타났으며, 대개 영남 지방 사람들과 호남 지방 사람들의 갈등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군사독재 정권이 이를 악용한 사례가 많았다.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정치권이 이를 악용해왔으며, 유권자들이 지역주의에 이끌려서 투표함에 따라 '망국적인 고질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지고, 남북간 화해와 교류의 시대를 맞으면서 색깔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늘어났고, 지역감정 조장 역시 이제는 사라진 과거 속의 박제된 유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는 병리적 현상으로 색깔론이나 지역감정 조장은 반드시 사라져야할 과거 정치의 구태로 규정되어 왔다.

 

금도 깨고 국민 편가르는 지역감정 자극은 역사적 범죄

그런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부산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경을 차별하면서 더 힘들게 하는 정권에 대해 부산·울산·경남 지역 주민들이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영호남 차별이라는 지역주의를 화두로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1야당의 원내 지도자가 사실상 반정부집회를 하면서 대중 앞에서 철지난 구태의연한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정치적 대립을 극대화시키고 지역여론을 왜곡한 것이다. 금도를 깨고 국민을 편 갈라 이용하려는 정치 퇴행은 천벌을 받아 마땅한 저급하고 저열한 정치적 선동행위다.

평생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의 지역감정 조장으로 피해를 당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 대통령을 못하면 못했지 절대로 동서분단을 방치할 수 없다"(98630일 인촌강좌 특강에서)고 말할 정도로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마저 최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김 대통령에 대해 존경의 염을 표하며 김대중 대통령님 서거 10주년을 맞아서 삼가 애도의 마음을 올린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셨다. 화해와 용서, 화합과 통합의 정치로 우리 민주주의 새로운 지평을 여셨다고 말할 정도로 큰 정치적 업적을 남긴 김 전 대통령이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것이 지역감정 조장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이 정권이 부··경 쪽에 인재를 등용하는가 봤더니, 서울 구청장 25명 가운데 20명이 광주·전남·전북 출신이더라고 말하며 부산시민들에게 영호남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서울 구청장은 시민들이 뽑는 선출직인데, 어떻게 지역차별을 거론할 수 있는가? 지역 차별 문제를 거론할 때는 대개 장관급 또는 차관급 이상의 고위 임명직을 기준으로 삼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5월 분석한 한국의 파워엘리트 232에서 PK 출신은 20.3%이며 현 정부 2년간 1.5%포인트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는 ··경을 차별하고 더 힘들게 하는 정권이라는 거짓말과 지역감정 자극으로 부산시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의도적 선동행위로 국민을 분노케했다. 정치의식이 높은 부산시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를 이끌려는 저급한 꼼수로 분석된다.

 

철지난 지역감정 자극으로 정치적 이익 얻으려는 저급함

나 원내대표의 이번 발언은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PK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자유한국당에 대한 민심을 얻기 위한 정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부산은 그동안 전통적 보수텃밭이었지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며 보수일변도 지역정치에 균열이 생기면서 지역주의가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에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지역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부산은 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장소로 보수정당에 의해 활용되어 왔다.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막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김기춘씨가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지역감정 조장을 통한 노골적인 관권선거를 모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광일 민주국민당 최고위원은 이번에도 실패하면 우리 모두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어야 한다며 부산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력 중진 정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출마할 때마다 지역감정을 자극한 상대후보에 패해 분루를 삼키곤 했다.

이는 부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대구·경북을 방문할 때마다 티케이(TK) 홀대론을 주장하며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참으로 저급하고 저열한 정략적 행태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철 지난 지역감정을 자극해 지지세를 회복하려고 하는 '낡은 정치'의 표본이자, 구태정치라는 점이다. 지역갈등 조장은 한국 정치를 왜곡하고 변질시켜온 고질병이자 해서는 안될 추악한 역사적 범죄다. 지역감정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책선거를 실종시키는 등 갈등과 대립의 진원지가 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폐해는 매우 컸다. 1992년 대선의 초원복집사건부터 시작해 지역감정을 조장해온 정당이 바로 자유한국당이자 그 전신의 정당들이다.

나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달 3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세번 선거에 떨어지고 네번만에 부산시장이 됐다"라며 "부산발전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지긋지긋한 지역감정을 끝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역감정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과거의 유물은 박물관에 곱게 모셔놓읍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부산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부·울·경을 차별하면서 더 힘들게 하는 정권에 대해 부산·울산·경남 지역 주민들이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고 ‘영호남 차별’이라는 지역주의를 화두로 지역감정을 자극해 파문이 일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부산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부·울·경을 차별하면서 더 힘들게 하는 정권에 대해 부산·울산·경남 지역 주민들이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고 ‘영호남 차별’이라는 지역주의를 화두로 지역감정을 자극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부겸 의원(더불어민주당·대구 수성구갑)의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김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 원내대표가 어제 부산에서 광주일고 정권을 운운하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연설을 했다. 1야당 원내대표의 말이라고는 절제와 품격을 찾기 힘든 발언이라며 우리 정치권에는 더 이상 정쟁에 동원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소재가 있다. 지역주의, 광주민주화운동, 북한(색깔론) 문제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끝에, 법적 역사적으로 논란을 마감한 사안들이다. 심지어 한국당의 앞선 인사들조차 엄청난 과오 끝에 스스로 조심하고 넘어서려 하지 않던, 금도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지역주의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폐해를 호남에서부터 불식하자고 호소한 끝에 극복했던 문제다. 광주사태라 부르며 폄훼하던 5·18민주화운동으로 재평가한 것은 신한국당의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최근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제가 광주를 찾아 역사 앞에 사죄했다.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한 남북합의인 727·4 남북공동성명은 박정희 대통령이 발표한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7·7선언을 통해 남북화해정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금도를, 지금 한국당은 너무나 쉽게 넘어서고 심지어 짓밟고 있다. 몇 달 전, 나 대표가 대구에 와서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을 했을 때는 실언이겠거니 참았다. 대구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부산에 줘 TK를 차별한다고 하더니, 어제는 광주일고 정권이라서 부울경을 차별한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이런 식의 아무 말이나 해대니, 실수가 아니라 악습이고 아주 고질이다. 그나마 자기 선배들이 했던 것조차 나경원 대표는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품격과 절제를 잃은 저급한 정략적 행태에 대해 반성하며, 대한민국 국민과 역사, 상처받은 부산시민 앞에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대구에선 가덕도신공항을 부산에 줘 TK를 차별한다고 했다”(김부겸 의원)는 비판처럼 지역감정 자극을 상습적·악의적으로 제시하는 정략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과 역사 앞에 석고대죄하고, 반성과 참회의 나날을 보내길 바란다.

지역감정은 반드시 청산해야할 망국적인 구시대 유물이자 추악한 정치적 범죄이다. 향후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과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철지난 색깔론,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활개칠 수 없도록 유권자의 냉정하고 단호한 선거혁명과 정치적 단죄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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