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국토수호운동 스스로 참여한 정의로운 역사, 제대로 기록해야

근대사회에 들어와 국가는 봉건시대와 달리 인적 ·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하부구조를 반영한 정치조직이자 통치형태를 보인다. 근대국가는 과거와 달리 폭력 수단의 영토권 주권 관료제 징세권 입헌성 법의 지배와 비인격적 권력 행사 정당성과 강제에 의해 뒷받침되는 동의 시민권 등의 특성을 갖는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래서 국가란 주어진 영토 내에서 물리적 힘의 정당한 사용에 대한 독점권을 (성공적으로) 주장하는 인간공동체라고 정의하곤 했다.

이같은 국가는 늘 외적의 침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의 존립근거 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에 대한 무인비행기인 드론공격이 일어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초당적인 협력과 온 국민의 단결이 필요한 이유다. 이같은 국가의 위기상황 때면 등장한 의로운 이들이 바로 의병’(義兵)이다.

 

무수한 외침 때마다 민족정신으로 헌신한 의병정신

의병은 국가가 외침을 받아 위급할 때 국민 스스로가 일어나 조직하는 자위군(自衛軍)을 가리킨다. 무능한 정부가 당파싸움이나 정략적인 이권다툼에만 골몰하느라 외적의 침략을 당했을 때, 국가를 지키기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한 것은 늘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었다. 역사학자 박은식은 의병은 우리 민족의 국수(國粹)요 국성(國性)”이라며 나라는 멸할 수 있어도 의병은 멸할 수 없다고 의병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의병은 역대 항중·항몽·항청·항일의 투쟁 속에서 늘 들불처럼 일어섰고, 정복을 당하더라도 굴복하지 않고 한민족의 정신을 회복하곤 했다.

우리나라는 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성 탓에 외침을 많이 당했고, 그래서 의병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시대의 임진왜란·정묘호란·병자호란 및 한말의 항일의병으로 뜨겁게 불타올랐다. 대부분 의병은 일본의 침략에 맞선 것이었다. 의병은 대개 명망 있는 사림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동족과 향촌에 대한 방위의식을 가진 양인농민들과 노비 등이 주 구성원이 됐고, 당시 섬오랑캐로 평가받던 일본에 대한 격렬한 민족적 적개심으로 무장했기에 끈질기고 치열한 무장투쟁을 벌였다.

 

현대사 첫 의병, 일본에 맞선 독도의용수비대 맹활약

해방후 현대사에 등장하는 첫 의병은 누구일까? 바로 일본의 끊임없는 영토 야욕에 맞서 조직된 독도의용수비대. 독도는 늘 일본의 야욕의 대상이었다. 탐욕스러운 일본은 끊임없이 영토 확장에 나섰고,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일본은 늘 독도를 탐냈다. 일부 일본인은 독도에 표지석을 달려고 했고, 특히 일제 강점기 동안 독도를 비롯한 온 국토는 일본에게 침탈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특히 일본은 1953년 수산시험선을 독도에 보내 독도에 시마네현 다케시마’(島根縣 隱地郡 五箇村 竹島)라고 쓰인 나무 기둥을 세우는 등 독도를 일본 영토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에 분노한 홍순칠 등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울릉도의 주민들 33명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1953년 중순 따가운 여름햇볕 속에 독도에 모였고, 사비를 들여 구입한 각종 무기로 의용대의 대오를 정비했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의 의병에 이은 광복후 첫 의병이었다. 독도의용수비대는 19548월 중순 경까지 독도 서도에 독자적으로 주둔하며 독도 경비에 나섰다. 이들은 자비로 구입한 기관총과 박격포, 소총으로 무장한 채, 뙤약볕 아래서 일본 순시선이나 어선, 관측장비 등이 접근할 때마다 이를 탐지하고 격퇴하기 위한 훈련에 땀을 흘렸다.

독도의용수비대의 진가는 19548월 독도에 접근한 일본 순시선을 격퇴시킨 전투에서 나타났다. 같은 해 11월에는 독도 인근을 침범한 일본 순시함 3척 및 항공기와 격전을 벌여 일본군 십수명을 살상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막강한 일본해군을 패퇴시키는 놀라운 전과였다.

의용수비대는 19561230일 경찰에게 경비업무와 장비 일체를 인계하면서 공식적인 수비대 활동을 종료했다. 수비대원 가운데 9명이 울릉경찰서 경찰로 특채·임용되어 독도경비업무에 계속 임하며 의용수비대의 명맥을 이었다.

정부는 1996년 고인이 된 독도의용수비대장 홍순칠에게 국가보훈 삼일장을, 그 외의 대원들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정부는 2005독도의용수비대 지원법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라 2008년 독도의용수비대 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의용수비대원으로서 독도를 지켰던 33명의 의병 중 28명이 작고해 현재 5명이 생존해 있다. 의용수비대는 요즘도 자주 벌어지는 일본의 영토 야욕과 역사 왜곡에 맞서는 의병정신의 표상으로 역사를 빛내고 있다.

 

잊혔던 역사,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당당한 독립투쟁

또다른 독립운동의 역사가 바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당당한 독립투쟁이다. 20191월 기준,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357명에 달한다. 그들 외에도 서훈을 받지 못한 2천여 명을 포함한다면 여성독립운동가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주요한 부분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참여했던 세계사적인 시민혁명이었음에도 우리는 유관순을 비롯한 몇몇의 여성들 말고는 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해 무지한 것이 현실이었다. 당시에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의식이 없었고 여성들이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던 시기였기에 그들의 역사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고,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독립운동은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는 역사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 활동가의 뒷바라지만을 하면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문 것도 아니었으며, 무장투쟁을 포함해 독립운동의 최전선에서 함께 조국을 지키고 버텨낸 사실들을 알 수 있다. ‘호수돈여학교 비밀 결사대숭의여학교 송죽결사대’, 수피아여학교 학생들의 백청단(白靑團)’,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의 비밀 결사대 소녀회’, 서울 이화학당의 이문회’, 부산의 일신여학교와 공주의 영명여학교등 여학생 비밀 결사대는 일제 침략과 통치의 부당함을 널리 알렸다. 3.1운동의 주역 유관순 열사와 스승 김란사, 암살무장투쟁 남자현, 신사참배에 맞선 교사 김두석, 독립운동에 생을 바친 수피아여학교 교사 박애순, 독립운동의 최전선에 선 황에스더와 제주 출신 최정숙, 최초의 여성의병장 윤희순, 김마리아와 권기옥, 차미리사, 나혜석의 독립운동, 김구 주석의 어머니 곽낙원. 안창호의 부인 이혜련,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등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용기 가득한 삶과 역사는 우리 역사의 찬란한 금자탑이다.

 

독도의용수비대, 여성독립운동가책마다 의병정신 가득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같은 의병정신, 국난 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해 국가를 지킨 의병정신에서 출발한다. 독도의용수비대의 의병정신은 독재정권과 맞선 4.19혁명, 군부독재에 저항한 5.18정신과 87년 민주대항쟁, 2016년 촛불혁명 등에 나타난 국민들의 정의로운 시민정신이자 의병정신으로 이어졌다. 이 자랑스러운 역사를 민주주의와 정의에 기반해 더욱 미래지향적이며 발전적으로 끌고가야할 시기에 국론 분열, 이념 대립과 함께 삭발투쟁, 장외투쟁으로 국회를 마비시키고, 입법을 중단한 정치권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국정농단과 적폐로 심판받았던 세력들이 반성은커녕 국정 발목잡기로 내년 총선 승리를 겨냥하는 정략적 행태는 반드시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이 가을에 의병과 독립운동에 대한 책을 읽으며, 민주주의와 정의의 기운을 북돋으면 어떨까? 소설가 문순태의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6<의병>은 우리에게 당당함과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 소설은 민중운동의 발생과정을 전형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노비와 농민, 하층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질박한 민중정서와 함께 펼쳐나가며 개항지 목포와 인천, 노비에서 풀려나 삶의 터전을 만들어간 나주 영산강 일대, 만민동공회가 열린 서울,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난 광주 등 전국 각지를 연결하여 우리 근대사를 폭넓은 시공간 속에서 풍요롭게 조명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3 ·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인 심옥주 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이 한국여성의 역사를 통해, 여성독립운동사를 통해 잊힌 것들을 되새기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자 펴낸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도 읽을만하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독립운동의 활동 범위와 역할에 따라 7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40개 꼭지를 통해 소개함으로써, 역사연구의 심화와 함께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국립대전 현충원장, 대전지방보훈청장을 역임했고, 재단법인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 사무처장과 부회장을 지낸 이용원 원장의 저서 독도의용수비대도 역사를 성찰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독도의용수비대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을 사진과 함께 기사, 참고자료, 증언록 들을 시간별로 정리하여 상세하게 엮어 낸 독도사랑, 나라사랑 책으로, 아베정권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한 역사왜곡 도발 및 경제보복 등 독도가 처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고취와 함께 대응책도 강구할 수 있는 책이다.

 

신채호 김원봉 조봉암 평전 등 관심, 역사를 복원하다

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의 단재 신채호 평전도 깊은 감동을 준다. 단재 선생의 생애를 연구하고 선생의 발자취를 끊임없이 찾아 새 자료를 발굴했던 저자는 이 책에 몇 차례 뤼순 감옥을 방문해 입수하게 된 선생의 감옥 입소 때 찍은 사진을 게재하고, 잡지 <천고>2권을 연변에서 입수해 국내 언론에 소개했던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 일컬었던 역사의 정의만큼 단재 선생은 치열하게, 또는 고뇌하며, 고결하게, 한 점 흐트러짐 없는 혁명가이자 참 지식인의 삶을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역시 김삼웅 전 관장이 쓴 약산 김원봉 평전도 풍부한 역사적 혜안을 줄 것이다. 격동의 시기에 태어나 조선의 독립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한 약산 김원봉 선생은 일제 관헌이 그 이름만 들어도 오금을 저렸다던 의열단을 창단하고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항일운동을 전개한 20세기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의열단장,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교장, 조선민족혁명당 당수, 조선민족전선연맹 대표, 조선의용대 총대장, 광복군 부사령관 겸 제1지대장, 대한민국임시정부 군무부장, 인민공화당 대표,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 그가 역임한 직위만도 10개가 넘을 정도로 치열한 삶을 살았다. 광복 뒤 환국한 조국에서 그를 기다린 것은 테러의 위협과 정치적인 모략이었다. 그는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좌우의 이해관계 속에서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었고, 이승만 세력에 빌붙은 친일 세력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는다. 결국 김원봉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월북을 감행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도 1958년 이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남과 북 어디에도 그의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우파의 김구 선생과 함께 만주 지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지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역사 속에서 해방되지 못한 채 60여 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삶과 우리 사회를 돌아볼 역작이다.

리얼리즘 소설을 써온 이원규 작가가 쓴 조봉암평전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사람다운 진보주의자 죽산 조봉암의 생애를 조씨 문중 등에서 나온 미공개 사진자료를 비롯해 독립운동사와 공산주의 운동사 관련 자료를 풍부히 담아 기록했다. 일반 평전 형식과는 다르게 소설과 르포가 섞여있으면서도 철저한 고증과 주석을 뒷받침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함과 동시에 조봉암의 인간미와 이상을 전달하고 있다. 종래의 죽산 연구서나 전기가 8·15광복 이후의 조봉암에 집중되어 있던 것에 반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장기와 청년기는 물론, 독립 운동가이자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조봉암을 추적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과의 건곤일척의 대결, 은밀한 조선공산당 창당과 조봉암의 모스크바행 밀사, 냄새를 맡고 그를 추적하는 일경의 기밀 보고서들이 치밀한 서사구조로 짜여 있다. 위기를 맞을 때마다 솟아오른 조봉암의 분투를 판화처럼 선명하게 복원해냈다는 점에서 역사의 흥미진진함과 교훈을 읽게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를 지켜온 위대한 국민성과 나라사랑-애국정신의 현 주소는 늘 장엄하고 당당하게 우리 한국사를 빛내고 있다.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과 정략이 반복되는 역사는 실패할 것이다. 독서와 현실 참여를 통해 독립운동과 의병정신을 되살리면서, 21세기에 더욱 빛나는 대한민국이 하루 속히 이뤄지길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함께 꿈꿔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를 지켜온 위대한 국민성과 나라사랑-애국정신의 현 주소는 늘 장엄하고 당당하게 우리 한국사를 빛내고 있다. 갈등과 대립으로 분열과 정략이 반복되는 역사는 실패할 것이다. 독서와 현실 참여를 통해 독립운동과 의병정신을 되살리면서, 21세기에 더욱 빛나는 대한민국이 하루 속히 이뤄지길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함께 꿈꿔본다.

 

독서와 현실 참여 통해 독립운동, 의병정신 되살려야

이처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를 지켜온 위대한 국민성과 나라사랑-애국정신의 현 주소는 늘 장엄하고 당당하게 우리 한국사를 빛내고 있다. 독서와 현실 참여를 통해 독립운동과 의병정신을 되살리면서, 21세기에 더욱 빛나는 대한민국이 하루 속히 이뤄지길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함께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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