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말산업 박람회
편집자 주 - 2011년이 말산업육성법이 제정·시행된 ‘말산업 원년의 해’라면, 2012년은 중장기적 시각으로 다양한 형태의 말산업이 태동한 ‘말산업 육성 기반 구축의 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은 말산업육성법의 본격 추진과 더불어 국내 말산업 분야의 큰 전환점이 됐다. 지난 7월 16일, 농식품부가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을 필두로 한국마사회의 Vision 2022 발표(7월), 한다 안한다 말도 많았던 영천경마공원 건립 승인(9월 24일) 등은 이제 시작 단계인 국내 말산업 발전의 주요 청사진을 제시한 주요 소식이었다. 또 2012 말산업박람회(9월), 연중 꾸준히 진행된 지자체별 말산업 아카데미, 다양한 학회의 학술 심포지엄과 토론회 동향, 말산업 관련 학과들의 증가, 제1회 말산업 자격시험 실시(12월) 외에 관련 기업들의 참여, 말산업 콘텐츠 발표 등도 국내 말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었던 주요 사건이었다.


- 농림수산식품부,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 발표
2011년 9월 말산업육성법이 공포된 후 여러 지자체와 학회, 기업들이 말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1차 산업, 즉 농가의 축산 지원은 배제한 채 승마 산업과 돈이 되는 4차 산업에만 치우쳤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가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한 일은 정부와 지자체의 말산업 육성 방향을 명확하게 하면서 관련 단체들의 중심을 잡아준 사건이었다.
농식품부는 1차 5개년 계획에서 말산업 기반 조성 및 경쟁력 강화, 연관 산업 육성을 통한 지속 성장 기반 구축의 추진 과제를 내세우고 2016년까지 △말 사육두수 5만두와 사육농가 3,000호 △승마장 수 500개소와 승마인구 5만 명 △일자리 3만 명으로 확충하는 목표를 세웠다.

- 한국마사회, ‘Vision 2022’ 발표
농식품부의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 발표에 발맞춰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인 한국마사회는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한국마사회 Vision 2022’를 발표했다. 이미 연초에 있었던 ‘2012년 사업 예산 및 말산업 추진 계획’에서 경마 위주의 사업 구조를 탈피해 신성장동력 창출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말산업 분야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한 마사회는 ‘Vision 2022’를 통해 말산업 육성 복합단지 건립, 승마 대중화 등을 골자로 하는 주요 사업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 영천경마공원 건립 최종 승인 돼
2009년 12월 제4경마공원으로 선정됐지만, 세금 문제 및 일부 단체의 반대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영천경마공원 건설이 지난 9월 24일 최종 승인됐다. 경북도와 영천시, 그리고 한국마사회는 3천65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2016년 12월 개장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영천시는 자체적으로 말산업 아카데미를 시행하고 관련 학회를 유치하면서 활발한 물밑 활동을 시작한 한 해였다.

- 기획재정부, 말산업 예산 97억원만 반영…새 정권의 말산업 발전 의지는?
연말에 말산업 육성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전해졌다. 농식품부가 말산업 육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예산 380억원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가운데 97억원만 반영하면서 대부분 사업 추진이 탄력을 잃게 된 것.
기재부는 농어촌 승마시설 지원 사업 사업비 120억원 중 64억원만 승인했고 말 구입비, 조련 시설, 승마 전문 인력 양성 등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하거나 반영하지 않았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게 되면서, 말산업 육성법 자체가 정부의 ‘빛 좋은 개살구’라는 홍보성 입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말산업 육성 공약을 제시하면서 2013년 새롭게 등장할 정부의 말산업 육성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관련 학회의 연구 발표 쏟아져…주도권 위한 ‘난립’인지 진중한 접근인지 두고 봐야
말산업 육성이 본격 시작되면서 관련 학회와 단체의 심포지엄 및 토론회, 발표가 유독 득세한 한 해였다.
지난 5월 제주도와 한국말산업학회(회장 안중호 교수)의 ‘말산업 육성법 제정 1년 한국 말산업 미래 전략 심포지엄’을 필두로 (사)한국말산업중앙회(회장 정승)의 창립 1주년 심포지엄 및 한마당 축제(10월), (사)국제청소년승마협회(회장 송강호)의 설립(11월) 등 관련 학회 움직임이 풍성했다. 특히 한국말산업중앙회는 창립 1주년 심포지엄에서 말산업육성법을 일부 개정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 외에도 한국마연구회 추계학술심포지엄 ‘한국 말산업 육성 정책 및 활성화 전략’(12월), 전주 기전대학 주도로 열린 한국재활승마학회 발기인 대회(11월), 2012 한국 재활승마 발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개최(10월)도 있었다. 관련 학회의 연구 발표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발표 내용은 전문가 수준이라 하기에 미흡할 정도로 ‘재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말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내용은 빠져 실무자들의 핀잔도 심심찮게 들릴 뿐더러 학회가 관련 이익 단체들과 영합해 말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이벤트’성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 말산업 관련 학과 재조망…전문 인력 양성 탄력 받아
지난 6월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이 말산업학과를 신설한 것을 필두로 말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관련 학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는 승마 특기생 자격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말산업 육성이 시작된 2005년 이후부터 관련 학과가 등장, 점차 신입생 모집 정원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경북 경주의 서라벌대 마사과, 전북 전주의 기전대학 마사과, 경북 영천의 성덕대학 재활승마과, 포항대학의 말산업 전공, 전남 영암의 동아인재대학 승마조련전공 등 기존의 말산업 관련 학과는 대부분 전문대학에서 특수 전공으로 취급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제주한라대학교에서 마산업학부를 신설, 2013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고 용인대학교 특수체육교육과를 중심으로 장애인승마연구회를 하는 등 종합대학교의 움직임도 본격 시작된 한 해였다.
말산업 전문 특성화고인 장흥군의 대덕종합고등학교가 내년 3월 1일자로 ‘한국말산업고등학교’로 개명하고 관련 학회 및 업체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전북 남원의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는 지난 10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말산업 분야 마이스터고로 선정되는 등 말산업 유망주를 키우는 고등학교의 선전도 빛난 한 해였다. 이 외에도 서울대학교의 재활승마센터 건립 확정(11월), 국립제주대학교의 종합승마타운 조성(11월) 등의 소식도 전해졌다.

- 각 지자체별 말산업 아카데미 진행…제5경마공원 유치 위한 눈치작전도 시작돼
승마 인구 저변 확대와 승용마 전문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한 서귀포시의 ‘승마 아카데미’, 사회적 기업 시티앤홀스와 함께 진행한 경북 청송군의 ‘말산업 아카데미’, 말 사육반과 자격증 취득반 개설을 위한 구미시의 말산업 아카데미, 경북 영천시의 ‘말 전문 인력 아카데미 심화과정’ 등이 활발한 한 해였다. 또 경기도와 호주 퀸즐랜드 주의 공동사업 추진 합의(8월), 경주시의 학생 승마 활성화 사업 추진(8월), 철원군의 말 사육 지침 및 관련 사업 설명회 개최(11월) 등의 소식도 있었다.
각 지자체마다 지역 내 대학 및 단체와 MOU 협정을 체결하고 말산업 아카데미 및 관련 사업을 추진한 일은 ‘FTA 시대를 대비한 축산 농가 지원’이라는 말산업육성법의 근본 취지를 되살리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관련 부서 이름만 걸어놓고 우후죽순 격으로 말산업에 달려드는 모양새도 있어 우려된다. 무리하게 인프라 구축에만 쏠리면 수익창출에서 한계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엔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
제5경마공원 유치를 위해 전라도 각 지자체가 이미 치열한 눈치작전을 시작한 예가 그렇다. 한국마사회가 5년간 사업비 2,500억 원을 들여 건설할 계획으로 부지 선정에 착수한다고 알려지자 ‘지방세 확보’라는 경제성만 보고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 전남도청은 담양과 곡성, 신안과 장흥을 잇는 ‘말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말산업을 18대 대선 공약 건의 사업에 포함했다. 반면 전북도청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와 새만금 사업의 비중 확대로 유치 안을 철회했지만, 얼마 못 가 경마공원 유치 자체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등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2012 말산업 박람회 성황리 개최…승마 운동기 각광
지난 9월 20일, 말산업육성법 시행 1주년을 맞아 2012 말산업 박람회가 개최됐다. 해외 업체 포함 100여 개 업체가 참가하고 국제 전문가를 초청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국내 말산업 전문가와 종사자들의 축제의 장이 열린 것. 1만 5천여 명의 입장객을 기록한 이번 박람회는 관련 업체의 홍보와 전시, 다양한 부대행사 등이 기획돼 한국 말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박람회 당시 주목받았던 승마운동기가 전국적으로 붐을 타면서 판매가 급증, 승마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됐다.

- 말산업 자격시험 실시, 전국민 말타기 운동 활발, 관련 기업들의 선전 등 돋보인 한해
말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 공인 자격시험으로 승격된 제1회 말산업 자격시험이 지난 12월 8일 실시됐다. 말조련사, 재활승마지도사, 장제사 분야 3급으로 치러진 이번 시험에는 총 753명이 응시했고 난이도는 무난했다는 평가다.
한국마사회와 국민생활체육전국승마연합회 주도로 한 해 내내 이뤄진 ‘전국민 말타기 운동’도 활발했던 한 해다. 하반기 모집에 5천 3백여 명이 응모해 3천 명을 선발한 것 외에도 추가로 600명을 선정하는 등 승마 인구 확대를 위한 취지가 성공적이지만, 기존 승마장에는 먹을 건 없고 버리긴 아까운 ‘계륵’으로 전락됐다는 평가다. 승마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허가 승마장에 사업 선정을 해주거나 승마장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들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승마 및 말고기 산업을 농촌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발표(4월) 이후 농협이 말사업 추진 계획 수립을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농협 말사업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안성팜랜드와 가축개량원, 농협 사료 등 각 사업장의 전문가가 참여해 농촌 승마 사업 기반 조성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말산업 참여가 활발했다.
이 외에도 국내 최초로 승마 전문 포털 사이트 ‘라이딩클럽’을 개설하고 전국의 승마장과 승마인들의 허브 역할을 감당하는 (주)이스크라(대표이사 남욱), 전국 승마장과 휴양림 설계부터 마케팅을 대행해 주는 (주)케이디씨엠씨(대표 이사 박기수), ‘우리동네 승마장’이라는 어플을 개발해 무료로 서비스를 하는 다그닥닷컴의 비밥(대표 전연호) 등 말산업을 위해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기업들도 화제를 모았던 한 해였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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