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12 대한승마협회 승마인의 밤 행사.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 2013년 말산업 발전을 위한 각계각층의 ‘쓴 소리’
- “산업은 그 현장에서 시작되고 이뤄진다”는 격언 따라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시작됐다. 말산업육성법 시행 3년차인 올해부터 말산업 관련 제도와 시책도 바뀌어서 지자체나 대학과 같은 공공 승마시설은 20억 원 한도 내에서 국비 40%, 지방비 40%, 융자 20%를 지원받을 수 있고, 농어촌형 승마장은 7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신규 승마시설은 농어촌형으로 신고 사업으로 전환된다.
한편, “2018년 세계승마대회를 유치하고 사행성을 걷어낸 경마공원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김영석 영천시장), “승마 레저 체험촌 조성 및 전국 규모 승마대회 유치로 말을 통한 관광 산업 육성하겠다”(장재영 장수군수)는 주요 인사들의 신년사가 발표되면서 2013년 말산업 및 승마 산업 육성 방향에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본지는 2013년 신년 기획으로 그간 전국 각지의 승마인들과 만나면서 정부와 한국마사회, 학회 등 관계 단체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냈던 ‘말’을 정리했다. “산업은 그 현장에서 시작되고 이뤄진다”는 격언에 따라 2013년 말산업 방향을 ‘현장의 목소리’에서 찾아봤다. - 편집자 주


“우리 고유의 전통 말문화에 대한 논의가 없는 말산업 육성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와 관련 학회는 말산업을 진정으로 육성할 의지가 있는가. 왜 소중한 우리 말문화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안 보이는가. 말산업 발전에 있어서 콘텐츠를 개발하는 생각은 왜 아무도 못하는가. 승마장을 짓고 말을 수입하는 일보다 우리 말문화를 알리고 키우는 일이 진정으로 말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말산업육성법이 생기면서 희망을 가졌는데 ‘역시나’였다. 한 나라의 문화를 위해 애쓰는 일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할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말문화 전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가정과 친구를 포기하고 국가의 버림을 받을 각오로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지금부터라도 국가가 말산업을 국가적 문화 사업, 국가 비전 사업이 되도록 ‘말문화 TFT팀’을 만들어서 세계에 우리 말문화를 알려야 할 때다.” - 대한청년기마대, 마구간승마클럽 고성규 대표

“현재 구조에서는 수익을 내는 일이 어렵다. 수십억 원을 투자했는데 적자가 안 나는 게 고마울 정도다. 승마장이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승비가 똑같다. 그에 비해 사료값은 7~8배, 인건비는 3배 이상 올랐다. 예방 접종 지원 정도로만 그칠 게 아니라 이제는 승마장의 작은 일부터 도와줄 때다. 세제 혜택부터 보험 문제, 사료와 톱밥 등 수입에 의존한 관련 산업들도 지원해야 한다. 승마 인구가 늘어야 한다고 떠들지만, 기존 승마장을 대우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동물도 언젠가 죽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말이 죽으면 묻을 수도 없다. 말 소각장이 없는 현실이다. 마사회에 있지만 외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농식품부와 문체부 등 부처간 협의를 통해 대동물소각장을 지어야 한다.” - 홀스메이트 승마클럽 김기천 원장

“정부는 승마장 개수 늘리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신 비인가시설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던가 양성화를 해주던가 해야 한다. 정책 남발이 아니라 기존 승마장을 관리·홍보할 때 승마 활성화가 될 것이다. 산업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말산업 주도권을 쥔 마사회는 현장의 깨어 있는 인력들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 - 안산승마클럽 박병철 대표

“말산업육성법이 통과됐지만, 관련 공무원들은 내용을 잘 모른다. 승마장 시설 허가 관련 서류를 준비해가면 진동 소음을 직접 측정해 오라는 등 탁상공론을 하며 거부한다. 땅에서 무슨 진동이 나는가. 관련 공무원들은 팀으로 똘똘 뭉쳐 민원인들을 무시한다. 하도 답답해서 국토해양부에 민원을 넣고 질의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그러니 음성적으로 승마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소래승마클럽 강신안 원장

“말산업 풍선은 커져 있다. 돈이 된다고 하니 각 지자체가 우후죽순 달려드는 형국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람이 빠지지 않게 내용물을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너도 하니 나도 한다고 덤벼 들다가는 자칫 터져 버릴 수 있다.” - 장수군청 축산과 마사담당 구선서 계장

“승마는 사치 운동이라는 편견 때문에 그나마 있던 정부의 지원도 끊겼다. 그나마 방과 후 활동과 레포츠센터 등지에서 회원을 유치해 유지하고 있다. 순치된 말이 부족하고, 교관 자격증을 따기 어렵고, 보험을 잘 안 들어주는 문제가 승마장 경영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믿을 수 있는 업체를 통해 순치된 말을 구입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 부천승마공원 나정호 주임

“정책의 현실적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승마와 말산업이 뿌리를 내리려면 승마장 허가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담당 공무원들은 이 문제를 다루기를 꺼린다. 승마 전문 인력 양성 문제도 시급한 사안이다.” - 칸 승마클럽 이상돈 대표

“국내 말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너무 뒤처져 있다. 일본이나 미국, 독일과는 규모와 질 모두 견줄 수도 없는 규모다. 심지어 경마조차도 선진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국가 경쟁력이나 경제규모 순위에 걸맞는 말산업 발전이 절실하다. 문체부와 농식품부, 교과부 등 말산업 관련 정부 부처들이 통합적으로 말산업 발전을 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 한국말산업학회 안중호 회장

“착한 사람이 말을 빨리 배운다. 말산업은 ‘가슴’으로 해야 한다. 승마 산업은 진정성이 필요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서비스 산업은 마인드와 같은 무형적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라이딩클럽 이희건 과장

“정부와 지자체는 기존 승마장부터 살려 주는 일을 해야 한다. 밭 농작 하는 곳이 사라지면서 전과는 달리 마분도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톱밥이나 사료 수입도 개인이 아니라 마사회 등에서 공동구매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 또 마사회에서 퇴역마가 나오면 일반 업자에게만 주지 말고 말이 필요한 승마장에 우선 배정해 주는 제도도 필요하다.” - 시즌5승마장 강희영 대표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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