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는 기록이 경신되면서 흥미를 더하게 된다. 서울경마공원의 신우철 감독(34조, 60세)이 이번 주 경마에서 한국경마 91년 역사상 최초로 통산 최다승 기록인 1100승 고지 점령에 나선다.
1983년 데뷔 후 통산 8051전 1099승을 기록 중인 신우철 감독은 한국경마 최초의 1100승 달성에 불과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데뷔 30년째를 맞고 있는 신우철 감독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다승뿐만 아니라, 여타 기록에서도 독보적이라는 점이다. 2위인 김양선 감독 799승, 3위인 하재흥 감독 798승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마 감독들의 현재 활약을 점검해보면 앞으로 20년 이내에는 신우철 감독의 대기록을 깨기가 어려울 것같다.

신우철 감독의 고향은 마구간이다. 6ㆍ25전쟁으로 상태가 좋은 경주마들이 모두 군마로 징발되자 남은 말들을 모아 경마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신설동 경마장 마구간 숙소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13세부터 활동을 해온 기수였다. 마땅히 가지고 놀 만한 것을 찾기 어려웠던 때,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마구간을 드나들었고, 경주마를 타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8년 겨울 기수에서 은퇴해 감독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뚝섬경마장에서 말 훈련을 시키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다. 한국마사회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감독으로 활약했던 부친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그에게 특채를 제의했다. 그는 부친의 대를 이어볼 생각이 없느냐는 한국마사회의 제의를 주저 없이 승낙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에 고민 없이 기수양성학교에 들어가 교관이 되었다. 교관생활을 하면서 5년 만에 경마 감독 시험에 합격했다. 경마감독이 돼 경마장에 처음 나섰을 때 아버지의 경마인생을 생각했다. 평생의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신우철 감독은 데뷔 이후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보였다. 1983년 감독 데뷔한 이래 연간 약 277회 경주에 출전해 평균 38승을 거뒀다. 서울경마공원 감독 54명 중 약 50명이 연간 30승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대단한 기록인 셈이다.

경마 감독으로서 외국의 예나 경마선수와 단순 비교한다면 1100이라는 숫자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경마선수가 하루에 10개 안팎의 경주까지 출주하는 반면에, 경마감독은 4∼5두가 고작이다. 또한 외국은 풍부한 마필자원을 바탕으로 여러 경마장을 순회하며 많은 경주에 출주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토,일에만 경마가 열리는 탓에 출전기회도 상대적으로 적다.

정년을 3년 남겨둔 신우철 감독은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경마 랭킹 1위이자 애마인 ‘터프윈’으로 올해 최고 권위의 그랑프리 우승을 달성하고 정년 때까지는 본인 통산 1200승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2011년 그랑프리 우승마인 ‘터프윈’은 지난해 그랑프리 우승이 유력했지만,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감동의바다’에게 우승을 내주며 자존심에 금이 간 상태다. 하지만, `터프윈`은 최근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되살아나는 모습이어서 올해 그랑프리 우승도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라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우철 감독은 앞으로 정년까지의 기간 동안에 1200승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 한해 평균 33승만 기록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따라서 이번 주에 도전하는 1100승은 도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에 불과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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