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의 산증인 신우철 감독은 지난주 일요일 3월31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1800m로 펼쳐진 제11경주에서 조경호 선수가 기승한 ‘터프윈’이 우승을 차지하며 1,100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지난달 2일 통산 1,099승 기록 이후 5주만의 일이다.

이날 경주에서 ‘터프윈’ 늦은 출발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내내 후미권에서 경주를 펼치다 막판 결승 주로에서 폭발적인 뒷심을 발휘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신우철 감독에게 1,100승을 선물하는 순간이었다. 신우철 감독의 1100승 도전은 지난 2011년 3월 ‘터프윈’으로 1,000승을 달성한 후 꼭 2년만의 일이다.

1983년 경마감독으로 데뷔한 신우철 감독은 데뷔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 30승 미만의 성적을 기록한 경우는 단 7차례에 불과하다. 총 30여년 감독 생활 중 21번이나 시즌 30승 이상을 기록했다. 신우철 감독은 호성적에 걸맞게 큰 대회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데뷔 후 총 17차례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했다. 그동안 ‘쇼파라’, ‘하비동주’, ‘터프윈’, ‘하이포인트’ 등의 명마를 배출해 ‘명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재 다승 2위를 기록 중인 김양선 감독보다 300승 넘게 앞서고 있어 앞으로 20년 이내에는 신우철 감독의 대기록을 깨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글로벌산업인 세계 경마산업 현황에서 1100승이라는 숫자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외국은 풍부한 마필자원을 바탕으로 여러 경마장을 순회하며 많은 경주에 출전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토,일에만 경마가 열리는 탓에 출전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1,100승은 더욱 빛난다.

정년을 3년 남겨둔 신우철 감독은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경마 랭킹 1위이자 애마인 ‘터프윈’으로 올해 최고 권위의 그랑프리 우승을 달성하고 정년 때까지는 본인 통산 1200승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2011년 그랑프리 우승마인 ‘터프윈’은 지난해 그랑프리 우승이 유력했지만,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감동의바다’에게 우승을 내주며 자존심에 금이 간 상태다. 하지만, `터프윈`은 최근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되살아나는 모습이어서 올해 그랑프리 우승도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라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나이 6세를 맞아 경주마로서는 이제 전성기를 지난 나이지만 특유의 투지와 끈기력으로 노익장을 과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다.

신우철 감독에게 있어 경마는 숙명과도 같았다. 그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시기인 13세 때 조선인 최초이자 최연소 기수로 활동했다. 신우철 감독은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1952년 신설동에 있던 경마장의 마굿간에서 태어났다. 그는 말과 함께 쓰러져 자고, 안장도 없이 모포만 깔고 말을 타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반대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1978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뒤 한국마사회가 운영중인 경마기수(선수)양성학교 교관으로 경마인생을 시작했다.

한국마사회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감독으로 활약했던 부친의 공로를 기리는 의미에서 그에게 특채를 제의했다. 그는 부친의 대를 이어볼 생각이 없느냐는 한국마사회의 제의를 주저 없이 승낙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에 고민 없이 기수양성학교에 들어가 교관이 되었다. 교관생활을 하면서 5년 만에 경마 감독 시험에 합격했다. 경마감독이 돼 경마장에 처음 나섰을 때 아버지의 경마인생을 생각했다. 평생의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오늘의 영광을 이뤄냈다. 모든 독자와 함께 오늘의 영광을 축하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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