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딱 1년 전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2019년 2월27∼28일, 하노이)을 위해 베트남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기차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용기편으로 하노이에 발을 디딘게. 2019년 2월 23일 오후 4시30분께 평양역을 출발, 중국 대륙을 종단하며 65시간여 동안 3천800㎞를 달려 베트남에 도착한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은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방문 이후 55년 만으로서 미국과 전쟁을 치른 폐쇄 국가의 정상이 역시 미국과 전쟁을 치른 뒤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개방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를 찾은 역사적 행보였다. 장장 4500km나 되는 거리를 전용기 대신 열차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북쪽이 막혀있어 거의 섬이나 진배없었던 우리나라가 마치 유럽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같이 대륙을 횡단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경원선 백마고지역 철도중단지점에 새겨진 현판
경원선 백마고지역 철도중단지점에 새겨진 현판

유난히 기차를 사랑했던 작곡가가 있다.

1850년, 프라하 교외에 있는 블타바 강가의 한촌 넬라호제베스에서는 인부들이 철도를 놓은 일에 열심이었고 그 중엔 멀리 남쪽나라 이탈리아에서 온 인부들도 있었다. 알프스에서 터널을 뚫거나 다리를 놓아본 경험이 있어 고향을 떠나 돈 벌러 온 것인데 일이 끝나면 이들은 마을 푸줏간 겸 선술집에 모여 소리 높이 이탈리아 민요를 합창했다. 푸줏간집 큰 아들은 그들의 작업을 신기하게 보았고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누구였는지 아는가?

바로 <신세계에서>교향곡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체코 출신의 안토닌 드보르작이다.

철도가 완공되고 나서 군인들을 가득 실은 열차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광경은 아홉 살이었던 안토닌에게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이었으며 육중한 기차의 자태는 불을 뿜고 내달리는 철마의 힘찬 발걸음이자 넓은 세계의 상징이었다. 성인이 되어 프라하 음악원 교수로 취임한 뒤에도 가는 곳마다 기차역에 들러 시간표를 베끼고 기차 번호와 특징을 기록하며 기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프라하와 빈을 왕복하는 특급열차의 노선에 대해서는 시간표와 기관차의 소소한 세부까지 꿰고 있었으며 철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보다도 그 사소한 사항의 변동을 더 빨리 파악할 정도였다. 영화 <죠스>의 주제로 알려진, 미국에 체류하던 시절, 미국 대륙횡단 열차를 타면서 마치 증기 기관차가 하얀 증기를 하늘로 뿜어내며 힘차게 질주하는 느낌 그대로의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의 4악장 첫 소절은 또한 어둠을 헤치고 달리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평화의 전령이자 행복의 파랑새다.

 우리의 철마도 달리고 싶다. 누군가의 눈에 그저 쇳덩이로만 보이겠지만 분단된 조국에 반드시 합쳐져야 할 필연적인 역사의 잔재로서 민족 한의 상징이기도 한 휴전선의 끊어진 철도.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이 남북정상회담과 대통령의 평양 방문 그리고 남북한 정상들의 만남에 이은 우리 민족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를 통한 민족 공동의 번영과 평화의 길 비무장 핵 청정지역 한반도에서 이루어져야한다. 3.1절 101주년인 오늘,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지난 100년,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되었듯, 코로나 19을 이기고 온 국민히 함께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다. 그게 바로 철마의 질주이자 한반도 모든 이들의 바람이자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용기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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