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청명하고 맑은 봄 날씨가 몇 년 만인가! 매 봄마다 한반도를 덮은 미세먼지에 꽃가루 알레르기까지 더해져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 도리어 재채기와 콧물로 범벅이 된 괴로운 시절이었는데 올 봄은 감탄사가 화창한 날씨에 맑은 공기가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마음 편하게 꽃구경하고 봄을 만끽할 순 없지만 멀리서 바라만 봐도 하염없이 좋다. 올 봄은 언제, 어디에 카메라를 가져다 대고 사진을 찍어도 그 자체가 최상의 풍경화다. 

언제 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광화문 광장을 볼 수 있을까? 3월의 어느 저녁 오후, 탁트인 광화문광장에 북악산만 선명하게 자태를 들어내고 있다.
언제 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광화문 광장을 볼 수 있을까? 3월의 어느 저녁 오후, 탁트인 광화문광장에 북악산만 선명하게 자태를 들어내고 있다.

전 세계를 감염병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가 그동안 인간들의 난개발로 훼손된 상태에서 복구하고 있다. 공장과 가게가 멈추고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자제하면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환경이 강제로 복원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35억 인구가 강제적, 자발적 격리 상태에 있다보니 인적이 끊긴 곳에 새 생명이 돋고 있다.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간 서구권과 중국, 인도 등에서 그 효과가 더욱 뚜렷하다. 사람들이 왕래를 하지 않으니 세속의 번잡함과 시끄러움이 사라져 버렸다. 귀청을 울리는 스피커 소리, 인산인해를 이룬 무법 난장판, 인간의 탐욕과 독선, 아집과 자기의 신념이 옳다는 악다구니, 세상사의 여러 불평등과 갈등, 부조리로 인한 권리를 찾기 위한 함성이 사라진 광화문 광장은 북악산이 선명하게 보이고 무소유, 비움의 철학을 가르쳐준다. 이렇게 자연 앞에 그리고 인간이 망가트려 놓은 지구 생태계 앞에 한없이 무기력한 주제에 100년도 못 살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주제에, 뭐가 그리 잘났다고 지구의 주인인 양 행세를 하는 꼴이람..

옥수동 응봉산 정상에서 파란 하늘, 미세먼지 없는 봄이 또 올까? 황사와 미세먼지가 봄의 불청객으로 춘래불사춘이었다.
옥수동 응봉산 정상에서 파란 하늘, 미세먼지 없는 봄이 또 올까? 황사와 미세먼지가 봄의 불청객으로 춘래불사춘이었다.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의 농도가 중국에서 2월에 30% 감소했다. 이는 우한 봉쇄령과 맞물려 중국의 산업시설들의 가동이 줄어든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결과다. 3월 이탈리아에선 40~50% 하락했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 개학 연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한 3월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보다 46% 줄었다. 미국 스탠포드대 지구시스템과학부의 마셜 버크 교수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수많은 생산시설 가동을 멈춘 덕에 형성된 깨끗한 대기가 최소 5만 명에서 최대 7만 5000명의 사람들이 조기 사망하는 것을 막았다"라고 한다.

200km 떨어져 있는 히말라야 다울라다르산맥이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을 공유한 트윗.

인도 북부의 잘란다르 주민들은 요즘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200㎞ 밖의 히말라야 다울라다르산맥을 맨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결국 대기오염의 주범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제철소, 발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을 쓰면서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 끊임없이 지구를 괴롭혔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무한 경쟁과 개발이 이루어지고 우리는 그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는 꼴이다. 욕심을 줄이고 정말 해야 할 일만 하면서 환경오염과 식량 위기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스스로를 멸망케 하는 유일한 생명체이며 지구를 파멸시키는 온상이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다. 지금까지의 지나친 만남, 낭비, 편리성의 추구, 각자도생 식의 삶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인 삶이 일상화되어 청정 지구를 회복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간절히 바란다. 그게 바로 이번 재앙의 유일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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