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었던, 시켜 주면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던, 진심은 통할 거라 여기고 새벽까지 동네를 누볐던 사람. 이번 4.15 선거 낙선자 중 분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은자가 누가 있겠냐마는 누구보다 아쉬운 사람이 서초구을의 박경미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20대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비례 1번으로차출되어 초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당 원내총무였던 거물급 국회의원 나경원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버렸던 패기 넘치고 똑소리나는 야무진 국회의원 박경미, 100분 토론의 사회자였던 그 모습 그대로 차분하면서도 이지적인 입법, 정책활동을 안정감 있게 펼쳤던 박경미.... 이번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박성중 후보에게 밀려 고배를 마시게 된 가장 안타까운 낙선자이다.

서초비타민 박경미의 인사, 사진출처: 박경미 페이스북

같은 지역에 출마한 통합당의 박성중 의원은 20대에는 55,666표, 득표율 46.85%를, 이번 21대에서는 74,445표, 득표율 53.7%를 기록했다. 20대 박성중 의원과 맞붙은 민주당의 김기영 후보는 43,303표, 국민의당 후보로 나왔던 조순형 후보가 얻은 표가 17,116표, 합하면 50,419표로 역시 55,666표를 얻은 통합당(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럼 앞 동네 서초구갑의 상황은 어땠을까? 미래통합당의 윤희숙 후보가 72, 896표를 얻은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는 42,971표, 득표율 36,9%를 기록, 25% 이상 뒤졌다. 20대에도 서초구갑에 출마했던 이정근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이혜훈 의원에게 무려 30% 가까운 차이로 낙선되었다. 강남 3구라 불리는 3군데서 서초구는 일명 부자들이 많이 사는 부자 동네다. 보수색이 강하고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보수의 텃밭이자 철옹성이다. 지난 2년 전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때도 촛불 혁명의 기세가 훨훨 타올라 서울 전역의 구청장이 전부 더불어민주당 출신들이 차지하는 와중에도 서초구만 유일하게 보수인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때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이번 21대 서초구갑에 출마한 이정근 후보였다. 이런 대한민국의 비버리 힐스 같은 인상을 풍기는 서초구갑 전체 투표율 71.4%에서 박경미는 45%와 62,445표 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교대입구4거리에 붙어있던 박경미 현수막

선거구가 생긴 이후 서초에서 진보 쪽 후보가 달성한 최대치였다. 다른 곳이었으면 무난히 당선되고도 남을 득표율이요 선전이었다. 이번 21대가 20대에 비해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상승하여서 그렇지 수치상으론 서초구을의 정치 성향 분포도는 보수 50%, 진보 30%, 기타 & 중도 20%정도로 분석할 수 있다. 지난 20대에 비해 적은 투표율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에 박경미는 본인의 힘으로 10,000표 이상을 얻은 것이다. 박성중 의원이 얻은 74, 445표와 박경미 의원은 62,552표의 차이는 12,003표, 얼추 1만 표 차이다. 지난 20대에서도 박성중과 이정근 & 조순형 연합 차이는 6,237표, 이번의 투표율을 개입해보면 역시 약 1만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됨을 알 수 있다. (이정근 후보의 서초구갑이나김성곤 의원이 출마해 강남구갑에서 기록한 40,935표, 39.6%라는 투표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경미는 서울에서 보수 성향이 제일 강한 곳에 출마한 가장 많은 득표를 하고 경쟁력과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모든 선거를 통틀어 민주당으로서 서초구에서 얻은 역대 최다이자 역대 당선 안정권(5만여표)을 웃도는 득표수치다. 종부세 문제로 보수 지지표가 결집한 결과다. 이는 종부세와 직접 연관이 있는 강남, 헬리오시티의 송파, 분당 등의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박경미는 이제 심신을 정비하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 박경미가 얻은 6만2천여 표는 서초구민이 보낸 살아있는 뜨거운 지지이자 아직도 촛불의 심지가 꺼지지 않은 걸 증명하고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의미한다. 서초구민 더 나아가 대한민국 조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나라의 부름에 응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코로나19사태로 야기된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에 나라와 사회는 박경미 같은 융복한 통섭협 인재요,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를 원한다. 이념에 빠지지 않은 중도실용적이면서 민생을 살피고 일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홍익대학교 수학과 교수였다는 이력을 십분 살려 AI 인공지능 시대에 미래생활 먹거리를 인도하고 대비하며 방향을 제시해야한다. 수학과 인공지능, 4차산업, 과학 등에 관한 식견과 통찰력을 보여주고 국민을 인도해야한다. 신음에 빠진 후보에게는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의기소침, 실망해 있을 때가 아니라 벌떡 일어나 신발 끈을 다시 조여매고 서초구을 누비고 대한민국이 비좁다고 사회 각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국회의원 한번 안되었다고 하늘이 무너지는가! 할 일은 쌓이고 쌓였으며 과학기술정통부나 벤처중소기업부의 수장으로서 경력을 쌓고 미래를 위한 귀중한 자산, 권토중래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남부터미널역 4거리에서 유세 중인 박경미, 사진출처: 박경미 페이스북

고 노무현 대통령은 1995년 처음으로 치러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하여 정당보다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산시장 선거에 문정수 후보에게 밀려 떨어졌다. 그런 노무현은 7년 후 대통령이 되었다.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