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 아마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지 않는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단어일 테다. 딸려있다는 뜻의 접미사 부에 캐릭터를 합친 말로, 메인 캐릭터 외의 추가적인 캐릭터다.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인물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 데서 유래한 단어다. 게임에서나 사용하던 단어가 유행하게 된 계기는 MBC 방송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개그맨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하피스트를 비롯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스타들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2020년 대세가수 김호중
2020년 대세가수 김호중

유튜브를 달군 또 하나의 부캐는 카피추, 개그맨 추대엽이다. 추대엽은 2002년 MBC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코미디 하우스', '웃으면 복이 와요', '개그야' 같은 쇼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한 채 긴 무명을 보내다. 지난해 10월 유병재가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 '창조의 밤 표절 제로' 영상에 카피추라는 캐릭터로 등장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카피추는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익숙한 노래들을 자유자재로 바꿔 부르는 가수로 장윤정의 '어머나'를 '어머나이스'로, EXID의 '위 아래"를 "위아래뒤에옆에앞에', 동요 '아기상어'와 유사한 '아기상어라지만' 같은 노래를 패러디해 불러 유명해졌다.

클래식 음악인들이라고 카피추 추대엽과 별다르지 않다. 추대엽은 18년의 무명 세월을 지냈지만 예중-예고-음악대학 진학 후 대학원 - 유학이라는 코스를 거치고 귀국해서도 여전히 무명이다. 음악 활동을 통해서만은 생계를 영위할 수가 없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러 부캐를 이미 생성해서 살아가고 있다. 요리하는 성악가는 이미 심심치 않게 알려져 신선하지도 않고 집에 어느 정도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카페 사장이란 명함을 가지고 있다. 글 쓰는 성악가라 하여 소설가와 대본가로 살아가고 심지어는 대리기사, 일용직 노동자, 냉동창고 인부, 마트 캐시어 등 음악가란 주캐 말고 각양각색의 부캐로 살아가고 있다. 생계는 부캐로 책임지고 본업인 음악은 취미요 비 생산적인 자기 자신을 위한 활동으로 국한되어 버렸다.

미스터트롯에 얼마 전에 출연, 2019년의 송가인에 맘먹는 국민가수로 발돋음한 김호중 역시 <스타킹>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 고딩 파바로티라고 불리며 주목받았으며 그의 스토리에 기반한 영화 <파파로티>까지 만들어질 정도의 인물이었다. 한양대학교 재학 중 독일로 유학 가서 장학생으로 아카데미에서 정통으로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수학하고 왔다. 김호중 같은 인물이 한두 명인가? 독일 가서 가곡과 오라토리오를 배워오고 이탈리아 가서 오페라 배워와서 발성이 어떠네, 소리가 어떠네 자기들끼리만 아웅다웅하는 좁디좁은 바닥에서 더군다나 우리네 엄마 아빠들은 클래식은 관심도 없고 모르고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만을 사랑하며 그 사람이 부르면 다 좋은 거다..... 김호중이 슈만의 가곡을 불러도 지금의 트로트 가수 김호중같이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을까? 음악인이라면 '끼"가 관건이니 트로트든 슈베르트든 뮤지컬이든 곡과 상황에 맞게 잘 소화하면 그만 일 건데....... 한 사람의 가수가 여러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부캐, 강진의 '땡벌'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부캐 바이올리니스트...... 어쩔 수 없이 시대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캐를 만들고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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