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심으며>

매운 세상 맵게 버텨야 한다

이세상 눈물없이 사는 생명 있을까

매운 호미질에 능숙한 손목도 시큼거릴 즈음

흙 북돋우는 손 마디마다 관절염 툭툭 불거지는데

사나운 바람 불어와 비닐자락 펄럭인다

바람의 심술 견디지 못한 일부 밭고랑

비닐 벗겨진 고랑 다시 비닐을 씌우는 동안

해는 그림자를 점점 크게 키우고

검은 비닐 속에는 도사린 잡초뿌리들이 꿈틀댄다

새파란 호미날로 푹푹 잡초들 캐낼 때

포토에 담긴 고추 모종 뿌리 하얗게 속살 드러낸다

잡초들 틈에 흰뿌리 추수려 박으면

검은 비닐 속 아비규환 매운 고추 뿌리에 정복된다

까짓거 아무리 매운 세상일지라도 더 맵게 살면 그만

봄볕에 그을린 매운 희망이 싹을 틔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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