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말들의 계절 가을의 문턱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애마 리스트 중 가을이 되면 꼭 생각나는 한 마리의 말이 있는데 바로 일본의 국민가수 “키타지마사브로”가 마주로도 유명한 “키타상블랙”이다. 팬들에게는 애칭 “키타짱”으로 불리는 덩치가 제법 큰 말(馬)이다.

경주마 자체가 유명하거나 아니면 마주가 유명하거나 보통 하나의 화제로 쏠리기 마련인데 “키타상블랙”과 “키타지마사브로” 마주는 마치 묶음처럼 어느 하나로 치우칠 수 없는 세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이 위대한 말(馬)과 유명한 마주(馬主)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키타상블랙”은 2012년 3월 10일, 부마 블랙타이드(Black Tide)와 모마 슈가하트(sugar heart)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마의 이름만으로는 그다지 유명세가 없는 마계(馬系)라고 생각하겠지만 친마척(親馬戚)을 잠깐 살펴보면 부마인 블랙타이드의 친동생이 일본이 자랑하는 레전드 호스 딥임펙트(Deep Impact) 그리고 모마인 슈가하트의 아버지가 스프린터의 왕자로 불리던 사쿠라박신오(Sakura Bakushin O)로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조금 숨겨진 혈통을 소유한 자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의 개인적인 애마 리스트 중 가을이 되면 꼭 생각나는 한 마리의 말이 있는데 바로 일본의 국민가수 “키타지마사브로”가 마주로도 유명한 “키타상블랙”이다.(사진=위키피디아 갈무리)

 

이 숨겨진 혈통의 말이 국민가수를 마주로 맞이하게 된 동기는 재밌게도 잘 생겼다는 이유 하나였다고 한다. “키타짱”이 태어난 야나가와 목장과 “키타지마사브로”씨는 50년간의 친분으로 매년 말을 매입하는 사이였고 그해에는 유난히 얼굴의 유성이 또렷하고 멋진 자기를 닮은 잘생긴 “키타짱”을 보고 한눈에 반해 선택했다고 한다.

사실 당시 “카티짱”은 다른 망아지들과 비교해 볼 때 다리가 길면서 키가 크고 약간 말랐었기 때문에 목장에서는 조금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유를 얘기하면 경주마는 다리가 길어져 마체(馬体) 높이가 커지면 균형이 그만큼 나빠져서 잘 달리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육성훈련을 통해 큰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마체의 볼륨이 성장하면서 말들의 신장이라고 얘기하는 체고가 무려 170cm가 되었고 체중이 510kg까지 늘어나면서 커도 너무나 큰 슈퍼 베이비로 성장을 하게 되었다.

숨겨진 혈통이라고는 하나 이류혈통으로 분류되어 데뷔한 “키타짱”은 듀라멘테(Duramente), 리얼스틸(Real steel) 등 명 혈통의 자마들 속에서 열심히 레이스에 출주했지만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클래식 세 번째 레이스인 GⅠ 키카쇼(菊花賞)을 우승하면서 숨겨놨던 스타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우승은 “키타지마사브로”씨에게 마주 경력 52년만에 첫 GⅠ우승이라는 기쁨을 선사하였고 가수 마주라는 타이틀에 맞게 본인의 곡인 “마츠리(まつり)”를 위닝 셀모니에서 아카펠라로 열창하면서 표창식장을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후 “키타짱”이 GⅠ을 우승할 때마다 팬들은 마주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을 했고 은연중에 마주의 노래 타임이 행사순서가 되어버리게 되면서 결국 “키타짱”의 은퇴식에서는 “아리가토우 키타상블랙”이라는 곡을 만들어 본인의 애마와 팬들에게 감사의 깜짝 선물을 선사하기도 했다.

“헤이세이(平成) 괴물”은 “키타짱”을 수식하는 첫 번째 표현이다. 일본에서는 보통 스포츠에서 괴물이라는 별칭을 붙이는 것은 굉장히 강하다는 뜻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 괴물로 평가되었던 “키타짱”의 성적을 얘기하면 2017년 은퇴하기까지 총 20전 12승의 성적으로 중상 레이스 10승 중 GⅠ 7승, 총상금 18억7684만엔을 벌어드리면서 티엠오페라오(T.M. Opera O)가 가지고 있던 최고 상금기록을 경신했다. 안타깝게도 이 기록은 2021년 여왕 아몬드아이(Almond eye)가 전부 갈아치우면서 역대 2위로 밀리긴 했지만, 국외 레이스의 상금을 합한 아몬드아이 와는 달리 “키타짱”은 순수한 일본 국내 레이스만의 상금기록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리고 모두의 애마가 되었다”는 “키타짱”을 수식하는 두 번째 표현이다. 매년 많은 수의 경주마들이 생산되고 경매에 상장되면서 혈통이 좋을수록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가운데 350만엔이라는 비교적 낮은 가치가 붙여졌던 이류혈통의 망아지가 부상 한번 없이 아주 굳건하게 일류혈통들과 경쟁하면서 밝은 미래의 꿈을 주었으며 때로는 살아가는 기쁨과 희망을 주었기에 경마는 몰라도 “키타상블랙”이라는 경주마 이름은 아는 새로운 부류의 젊은 팬층이 구축되는 사회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필자에게 가을만 되면 생각나는 “키타짱”은 바로 가을 천황상 레이스 때문이다. 2017년 10월 29일 태풍 22호의 접근에 의한 강풍과 강우로 인해 잔디는 첨벙첨벙 수준의 거친 마장으로 변해있었고 스타트 실패의 만회를 위해 다른 말들이 피했던 인코스를 달리면서 진흙투성이가 된 인마(人馬)가 동시에 필사적으로 무리를 헤쳐나오며 우승선을 밟을 때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고 감동적이었고 그리고 “키타짱”에게 반해버렸던 순간이었다.

올해 86세가 된 “키타지마사브로” 마주는 가수경력 또한 50년이 넘은 필자의 생각으로 우리나라의 나훈아 가수와 같은 일본이 자랑하는 국민가수이며 많은 말들을 소유하고 있는 마주이지만 대국민 아이돌 호스 “키타짱”과의 운명의 만남으로 인해 경마팬들에의 친근감은 더욱 가치를 높이게 되었다. 이 높여진 가치는 무엇보다 마주로서 늘 변치 않는 애마의 마음으로 말(馬)을 접한 선함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이후 코리안컵이 다시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가 적기는 하지만 일본과 홍콩, 호주 등에서도 출주를 선언하면서 빅 레이스가 될거라는 기쁜 뉴스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도 경마공원으로 고고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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