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산과고 말산업부장 강승욱 교사는 "신진 인력이 새 기술을 배워 현장에 투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부설목장에 교육마장 설치 본격 가동
제주도 내 고교 중 유일하게 마필관리 전공 과정 개설 실습위주 운영


1936년 일제 강점기 당시 ‘제주공립농업실수학교’로 개교한 이래 7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홍택용 교장·이하 서귀포산과고)가 최근 말산업의 중심에 서 있어 화제다.

서귀포산과고는 제주도 내 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말 관련 전문 인력 양성 교육과정(자영생명산업과 내 마필관리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1972년 현재의 자리(서귀포시 상효동)로 옮긴 뒤, 1999년에는 현재 명칭으로 변경한 서귀포산과고는 자영생명산업과·자동차과·컴퓨터과·인테리어과 총 4개 과를 운영하며 11만 명의 졸업생 배출해 낸 발명과 특허 특성화 고등학교로 유명하다.

특히 2006년부터는 자영생명산업과 내 사육 기술 교과를 개설한 이후 마필관리 전공을 신설, 말산업 중심지인 제주도에서 말조련과 관리, 승마지도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3년간 전 학생의 수업료를 면제해 줄뿐 아니라 기숙사 무료 제공, KRA한국마사회 농촌희망 장학금 지급, 급식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26일에는 토평동에 있는 부설 목장에서 실외 교육 마장을 개장했다. 7200㎡에 이르는 실외 마장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 KRA로부터 총 15억8,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실외마장 건설은 이미 2012년에 25억 원을 투자해 부설 목장 내에 건설한 실내마장(2100㎡), 원형마장, 마사 2동 등의 시설 인프라에 ‘화룡정점’을 찍은 것. 이로써 서귀포산과고는 학년 당 25명으로 구성된 마필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말의 생산과 육성·조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게 됐다.

이 외에도 농축산부 공무원교육원이 주관하는 ‘2013년 말산업 육성 과정 현장 교육’도 이곳에서 진행해 공무원 대상 승마 체험 등으로 말산업 육성 과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승마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부설 목장과 마장을 지역민들에게 개방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13일에 열린 제2회 제주특별자치도 승마협회장배 전도승마대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시설 인프라 활용뿐만이 아니다. 평소 “말산업 교육 인프라와 내실 있는 교육 과정을 통해 말산업 전문 인력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제23대 홍택용 교장과 말산업부장 강승욱 교사의 노력으로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와 ‘말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협력 협약식’을 체결, 말산업 전문 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를 위한 주변의 도움도 적잖았다. 지난 4월, 세무법인 택스월드 제주사무소의 강종철 세무사는 말을 기증해 전공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활용하게 했다. 이로써 서귀포산과고는 총 28두의 말을 보유해 마학과 마술학, 말 보건 관리 등 이론 과정 외에도 실내외마장에서 실습 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서귀포산과고는 이론과 실습으로 무장된 소속 학생들의 해외 취업에도 눈길을 돌렸다. 뉴질랜드와 일본 북해도 목장 등지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2명의 학생이 현지 목장에서 스카우트됐고, KRA 부경경마공원과 제주육성목장에도 각각 4명과 8명의 학생이 말 조련사로 취업한 상황이다. 강승욱 교사에 따르면, 최근에는 졸업생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해외와 국내 굴지의 말산업 단체로 취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귀포산과고의 교육 과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마필전공 학생들은 말의 교배부터 분만, 순치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교육받는다. 강승욱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손댄 말들이 경주마로 잘 뛰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 농가에는 반신반의하는 부분도 있어 문제다. 말에 대한 노하우가 전체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못한 현실, 서로가 말에 대해서는 ‘최고’라고 자부하는 점도 있기에 학생들이 현장에 취업해도 일부는 ‘리턴’되기도 한다. 강승욱 교사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 현장에 투입하면 믿고 받아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직 완전히 조성되지 않았다. 말산업계의 전반적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의 고장 제주에는 오랜 기간 말을 관리하고 지켜온 ‘전문가’들이 많다. 대부분 고령화된 이들과 비교했을 때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의 무기는 말과 관련한 ‘신기술’이다. 강승욱 교사는 “말산업 신진 인력들이 새로운 기술을 많이 배워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취업 기회도 확대하고 수익 창출에도 앞장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귀포산과고는 최근 농축산부가 공고한 ‘말산업 전문 인력 양성 기관 지정 공모’에 응모하기 위해 관련 책자와 영상 등을 만들었다. 제주도 내에서는 현재 유일한 말산업 전문 고등학교이지만, 지원을 통해 양질의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취업 및 수익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승욱 교사는 “제주도 내 고등학교에서 유일하게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교육청에서는 말산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더 필요하다. 또 말산업 관련 단체의 긴밀한 협조도 필요하다. 말산업 전문 인력 양성 기관으로 지정되면 양질의 교육을 학생에게 제공하고 도내 승마 활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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