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혁 한농대 말산업학과 학과장.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미니 인터뷰 양재혁 국립 한국농수산대학 말산업학과 학과장
국내 논문 발표 최다…인문학 소양 가진 인재 필요 주장


국립 한국농수산대 말산업학과 학과장 양재혁 교수(44)의 명함 뒷면에는 ‘hippologist’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히폴로지스트’는 마학(馬學·hippology), 즉 말에 관한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는 광의의 뜻으로 풀어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말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과정을 보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했다. 제주 출신의 양재혁 교수는 개보다 말을 먼저 보며 자랐고, 제주대학교에서 수의학박사 학위 취득을 한 ‘제주통’이다. KRA한국마사회에 입사한 뒤 제주육성목장, 부경경마공원 등에서 말 수의사로 활동했으며, 국내 최초로 씨수말의 성매개성질병 원인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양재혁 교수는 말산업 관련 국내외 컨퍼런스에 다수 참가해 논문을 발표했고, 국내에서는 논문 발표 실적이 최다인 정통 학자이기도 하다. 어떤 대상을 ‘학문한다’는 그 본질에 충실한 사람인 것. 학자는 특히 ‘후학’에 대한 열정도 크다. 실제 양 교수가 KRA한국마사회란 말산업계 ‘대기업’의 안정된 자리도 박차고 나온 이유도 그 하나 때문이다. 연구 환경부터 급여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단지 후학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양 교수는 말했다.

그의 연구실은 국내외 말산업 관련 서적들 외에도 인문학 서적들이 즐비했다. 양재혁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말산업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말을 경제적 측면만 보고 접근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소신 때문. 또 양 교수는 “말산업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자 출신으로 와 , 등의 화제작을 쓴 작가 김훈 선생이 최근 양재혁 교수를 만나 말과 관련한 자문을 구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2학기 때는 ‘말과 인문학’이라는 강의를 개설한다고도 했다.

양재혁 교수에게 ‘말’은 무엇일까. 그는 어릴 적 고향에서 보던 말이 처음에는 무서웠다고 한다. 말은 유독 ‘침묵’으로 일관했고 덩치가 큰 대동물이었기 때문. 그래서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성장하면서 말과 늘 함께였고, 1989년 부활한 제주대 수의학과 1회 출신으로 학부 시절부터 말을 다뤘다. 말고기 식용화 방안, 국내 말산업 역사, 신화와 관련된 내용을 줄줄 읊으며 여러 서적을 소개하는 양 교수를 보면서, 국내 말산업계를 대표하는 히폴로지스트(hippologist)의 진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산업은 거대한 산이다. 말은 산을 이루고 있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다. 우리 말산업은 숲, 즉 말산업과 관련한 특정 통계나 경제적 측면만 볼 뿐 나무는 못 보고 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 가능성 있는 부분부터 키워가야 한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우리 학생들에게는 ‘잔가지’, 즉 말의 생산과 사양, 영양 등 기본과 관련된 잔 지식, 전문 지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양재혁 교수 주요 약력

한국마사회 입사(마필보건소)
AAEP(American Association of Equine Practitioner)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강사
뉴질랜드 경주마 생산 연수
수의학박사 학위취득 (국내 최초 EHV-3 분리 성공)
두바이 제31회 ARC 참가 (The 31st Asia Racing Conference in DUBAI 한국대표)
일본 동경 제32회 ARC 참가, 말 인플루엔자 발표 외 다수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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