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호스 팜 탐방 - 성이시돌목장

이시돌목장의 리차드 목장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레이싱미디어 권순옥

2007년 육성마 트레이닝센터 등 마사시설 증축 생산·육성 본격화
17연승 주인공 ‘미스터파크’ 부마 엑톤파크 씨수말로 도입 주목
현재 100여 두 사양관리…아일랜드 출신 리차드 목장장 진두지휘

성이시돌목장. 한국 경마 역사에 길이 남을 17연승, 대기록의 주인공 미스터파크의 부마 엑톤파크를 종마로 도입, 종부에 투입함으로써 국내 경마산업업계에서 경주마 생산목장으로서의 전도가 주목됐던 목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신주소지 신록남로 53번지)에 소재하고 있는 성이시돌목장은 실은 야후디를 씨수말로 도입 종부에 투입한데 이어 육성마 트레이닝센터를 비롯한 마사시설을 증축함으로써 국내 경주마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에 올랐고, 경주마사업 확대 여부에 관심을 집중케 했었다.
전체 부지 면적이 490만㎡를 상회하는 성이시돌목장은 2007년 마사시설 증축을 계기로 경마장 입사 전에 이뤄지는 육성마의 기본 순치를 비롯해 핸들링과 구보 전 단계의 적응 훈련을 본격화했고, 종마와 종빈마, 자마 등 모든 말이 쾌적한 환경에서 사양, 관리되는 시스템을 구축 가동했다.
성이시돌목장의 통역 및 홍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임동수 씨의 설명에 따르면 목장 운영 및 경영 주체는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이사장 리어던 마이클 조셉·천주교 신부)다.
사업은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을 비롯해 쇠고기를 생산하는 비육, 서러브레드종 경주마 생산·육성·번식과 이들 3개 사업의 핵심기반인 초지 등 4개 부문으로 대별된다.
이들 4개 부문은 정부 및 국제 유관 기구, 단체로부터 각종 인증을 획득, 성이시돌목장이 친환경목장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낙농부문은 국제 IFOAM 유기축산물인증과 유기농산물인증 외에 국내 인증기관으로부터 유기 축산물(시유)인증을 받았다.
한우와 육우의 비육 부문은 무항생제축산물인증과 유기축산물인증을 각각 받았고, 초지 부문은 건초와 사일리지 등이 유기농산물과 유기축산물인증을 획득했다.
2009년 11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적용 목장에 지정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친환경목장으로 각인됐던 성이시돌목장은 자체 개발한 이른바 ‘성이시돌목장 프로그램’을 지난 2006년부터 엄격하게 적용, 관련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 등으로부터 “개체별 이력을 쇠고기이력제보다 더 철저하게 기록하고 관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낙농 부문 역시 출생부터 도태까지 모든 이력을 개체별로 기록, 관리함으로써 무엇보다 젖소의 건강을 우선시 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따랐었다.
성이시돌목장의 초지 부문은 특기할 만하다. 각 구역별로 토양상태 및 윤작체계, 생산량 등을 철저하게 기록, 관리함으로써 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가 가능한 작부체계와 토양관리체계가 확립되는 결과를 도출했다.
성이시돌목장의 창립자인 P.J. 맥그린치 전임 이사장(천주교 신부)을 비롯한 집행부가 경주마사업을 구체화하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세기 넘게 다져지고, 탄탄하게 구축된 초지 기반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방문객들이 하나같이 찬사와 함께 관광 명소로 추천사를 남겼을 정도로 광활한 데다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는 성이시돌목장의 초지 기반은 국내 낙농산업계에서 면적은 물론 질적 측면에서도 탄탄한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목장 부지 내 가장 높은 오름에서 조망하면 예외 없이 탄성을 자아내기 마련이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답사가 끊이지 않았고 줄을 이었다. 제주도 내 대표적인 명소 가운데 꼽힌 지 오래다.
성이시돌목장 연혁과 개척사에 수록되어 있는 흑백 사진이 확인해주고 있는 개간 전 초지 의 지형과 모습은 전형적인 중산간지대의 척박한 황무지, 그 자체다.
1928년 아일랜드 레테켄에서 출생,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선교와 복음 전파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 1954년 제주에 첫발을 디뎠던 맥그린치 신부가 한림성당을 준공, 목자로서 본연의 사명과 임무 수행 중 목격하고 온몸으로 체험한 지역주민, 특히 농민들의 가난과 빈곤의 대물림을 단절키 위해 가축은행 개설에 이어 성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를 설립, 개척농가조성사업의 첫 삽을 뜨면서 축산 터전으로 탈바꿈했고 해마다 변화를 거듭 오늘에 이르렀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 ‘나눔축산과 사랑 실천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추구하는 곳’ 등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성이시돌목장 초지 기반 중 경주마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확대된 경주마 생산 및 육성 전용 초지는 현재 약 31만4000평방미터에 달한다. 육성마의 밀집방목을 말하는 밀사를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여유롭고, 넉넉한 면적이다.
성이시돌목장의 변천사를 주목해 보면 주요 축종이 특수가축인 면양에서 중소가축인 돼지, 대가축인 유우와 한우, 육우로 대체됐고 마침내 우리 농어촌의 신 성장 동력과 FTA시대 대체 축종으로 부상한 경주마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이를 엿볼 수 있다.
현재 성이시돌목장이 사양관리 중인 가축은 1400여 두를 헤아린다. 국내 축산업 경영 주체들의 평균 사육 규모를 감안해 보면 최상위에 랭크될 규모다.
이 같은 사육 규모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축종은 착유우가 대부분인 유우로 개체 수가 900여 두로 전체 사육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유우 다음으로는 비육우(350여 두), 말(100여 두·서러브레드) 순이다. 하지만 유전자원에 다름 아닌 종마와 종빈마 등 몸값과 자산으로서 가치를 고려해 경주마사업 비중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경주마사업 부문의 주요 시설과 전용 초지, 암·수로 구분된 육성마 방목장, 종마 및 종빈마사 등을 차례로 안내하며 설명을 곁들였던 관계자는 “성이시돌목장이 경주마 생산, 육성을 본격화한 이후 현재까지 배출한 주요 경주마를 꼽아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성적과 수득상금을 중시, 나름대로 변별하고 정리해 놓은 주요 경주마 리스트”라면서 모마와 자마 이름이 병기된 자료를 출력 제공했다.
이 자료에는 서울경마공원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데뷔 후 강렬한 인상과 함께 두각을 보이며 각각 1군까지 승군한 종빈마 피에스터무드와 레컨다이트 자마를 비롯해 미스틱미팅·트릭서블·골든이글·황제·와이들리매직·프라우드일리스·평화로운 자마 등 30여 두의 경주마 마명이 전적과 수득상금 순으로 나열돼 있었다.
목장 내에서 일과와 책무를 수행하다 소탈한 차림새로 사전에 조율된 시간과 장소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등장, 인터뷰에 응한 리차드 트로톤 월리암 제임스(Richard Tr0ughton Willam James·이하 리차드)목장장은 씨수말 엑톤파크의 능력과 가치, 잠재력을 나름대로 높게 평가한 뒤 그 근거로 자마들인 미스터파크를 비롯해 퀀텀, 미스터리보이, 미스엑톤(이상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금비, 새벽기상, 엑톤캣(이상 서울경마공원 소속) 등의 활약상과 궤적을 열거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리차드 목장장은 “책임이 막중한 목장장 책무를 아무래도 낯설 타국에서 수행하는데 불편이나 애로사항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승마를 배우고 함께 즐겼었다”면서 부자가 단정한 승마복장으로 말에 기승한 채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흑백 사진 한 컷을 수첩에서 꺼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는 어린이가 자신이라고 했다.
이어 “경주용으로 개량이 거듭된 서러브레드의 매력과 신비롭고 흥미로운 경주마산업에 매료돼 청년시절 때부터 아일랜드와 호주의 경주마산업 현장에서 종사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미국 켄터키의 경주마 생산, 번식 현장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던 적이 있다”면서 “제주, 특히 성이시돌목장이 위치하고 이곳은 아일랜드와 흡사한 점이 많아 고향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목장장으로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데 불편한 점이나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성이시돌목장의 경주마 생산과 육성, 번식과 사양관리 전반에는 물론 보다 우수한 종마 자원 확보와 최적의 배합을 위해 축적하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접목하자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또 한국 경마의 상금 수준과 경쟁성, 경주마시장의 여건과 변화 추이도 목장 운영과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목장 관리의 효율성 제고와 경주마 자원들의 개체별 영양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키 위해 효능과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공인된 특수사료와 첨가제, 비타민제, 피로회복제, 사료 급이 기구 등을 아일랜드 등에서 수입 활용하고 있다”면서 테이블 위에 진열돼 있던 감기로 인한 경주마의 스트레스 해소와 컨디션 저하를 막는 한 제품의 성분과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리차드 목장장은 기자가 “엑톤파크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가 KRA 소유 씨수말 메니피에 버금할 정도로 높아지고 쏠림 현상도 나타났는데, 내년 교배시즌엔 얼마나 반영될지 궁금하다”고 언급하자 “후대마의 생산가치가 국내에서 이미 경주마로 데뷔한 자마들의 성적으로 예측이 된 만큼 반영은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의 운영 및 경영 방침에 부합되는 선에서 책정될 것”이라며 적정한 인상을 시사했다.
또 인터뷰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2013년 올해 성이시돌목장에서 탄생한 신생마 중 관심을 가져볼 만한 녀석들을 언급해달라고 부탁하자 스마티문학(서울경마공원 소속)과 이부형제인 펄어브밸러가 스마티문학의 부마 스마티존스와 배합 출산된 펄어브밸러자마를 우선 꼽았다.
또 “스마티문학의 모마 마데라음디어와 엑톤파크의 배합으로 올해 출산된 마데라음디어자마도 성장 과정을 지켜볼 만한 신생마”라면서 생김새와 혈통라인을 눈여겨 짚어 볼 것을 귀띔했다.
리차드 목장장은 “성이시돌목장의 경주마사업 점진적 확대를 단정적으로 내다보아도 무방하겠느냐”는 기자의 단도직입적 질문에 육성마 등의 방목장으로 전용에 어려움이 없는 양질의 초지기반과 초지 관리에 필요한 용수 걱정을 안 해도 될 만큼 저수량이 상당한 목장 부지 내 저수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리차드 목장장은 말산업 선진국들인 미국, 호주 현지 경주마생산 목장들의 예를 들며 “배합이 최적에 혈통 측면의 기대치가 높더라도 핵심기반인 초지가 충족하지 못하고, 관리 상태가 부실한 환경에서는 결실이 기대치에 미달되기 일쑤며, 명마 배출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준영 대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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