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동물이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고, 인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기억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한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집단기억을 말한다. 그러나 동물들은 고통 없이 살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고통보다는 통증이 더 맞는 표현이다. 통증이 있는 동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 통증을 표현하는데 우리가 관심만 가지면 인지가 가능하다.

 

말은 독특하게도 그 통증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무뚝뚝한 동물이다. 강아지는 살짝 꼬리가 밟혀도 엄살인 듯 엄살 아닌 엄살 같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아파한다. 그러나 말은 전속력으로 경주하는 도중에 골절이 발생해도 세 다리로 달려서 결국 결승선을 통과하거나 주행중지 후 경주로에 굳건하게 서 있으며, 통증 표현을 하지 않는다.(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말은 독특하게도 그 통증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무뚝뚝한 동물이다. 강아지는 살짝 꼬리가 밟혀도 엄살인 듯 엄살 아닌 엄살 같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아파한다. 그러나 말은 전속력으로 경주하는 도중에 골절이 발생해도 세 다리로 달려서 결국 결승선을 통과하거나 주행중지 후 경주로에 굳건하게 서 있으며, 통증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산통에서 만큼은 예외적으로 표정이나 행동으로 통증표현을 하기도 한다. 동물병원으로 말을 데려오는 주된 이유가 통증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포유동물은 통증을 의식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통증이 정서적으로 유해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우리나라「동물보호법」제3조(동물보호의 기본원칙) 4항은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고통은 통증과 그 맥을 같이하는데, 통증이든 고통이든 말의 복지에 방해가 되는 위험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통증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pain’의 어원은 “poena”(라틴어 - 처벌), “poine”(그리스어 - 갚다) 그리고 “peine”(고대 프랑스어 - ‘지옥에 떨어진 영혼이 겪어야 하는 처벌과 고통’)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가 통증을 언급한 최초의 기록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였다. 이곳에서 발굴된 설형점토판에는 신체 통증을 이해하고, 통증의 영적의미를 해독하여서 육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심정이 기록되어 있다. 어느 문화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주체는 귀신인데, 아카디아인은 두통을 일으키는 주체는 디우 귀신이라 여겼다.

통증에 대한 인식과 관리는 말 복지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많은 말들이 죽는 것은 참을 수 없거나 걷잡을 수 없는 급성과 만성 통증 때문이다. 시기적절한 통증의 확인과 치료는 관리되지 않는 통증이 종종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파괴효과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생산자, 마주, 수의사, 조교사, 말관리사, 말 애호가로서 우리는 통증의 증상, 그 유래의 생리, 잠재적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선택을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통증은 스트레스를 발생시켜 카테콜아민, 코티졸, 포도당, 그리고 다양한 호르몬의 연관성을 보상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통증이 관리가 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통증이 심폐성 타협, 이화작용, 면역억제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교감신경계 활동이 상승하면 장운동성과 위장혈류량을 감소시킬 수 있고, 세균 과성장, 국소성 빈혈 및 유해균의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증 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계획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첫째, 말의 과거와 현재 건강상태, 둘째, 연령, 셋째, 통증에 대한 과거, 현재 및 미래 민감도, 넷째, 독성 및 약물 상호작용과 같은 약물 효과 등이다.

통증치료가 불충분하면 치료하기 더 어려운 통증자극에 대한 예민함이 높아진다. 이는 진통제의 빈번한 투여로 이어질 수 있는데 결국 비용 증가, 입원 또는 수의학적 치료 장기화, 전신 부작용, 약물 독성의 가능성 증가들이 예상된다.

말에서 통증이 발생하면 매우 쇠약하게 되고, 제엽염과 같은 특정 의학적 상태가 진행되는 동안 안락사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기에 말의 복지에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생산자나 마주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게 한다. 그러므로 통증에서부터 해방이 말과 사람 둘 다에 좋은 것이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축산학부(말산업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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