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마공원의 전체 기수들 중에 낙마를 해 보지 않은 기수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기수에게 낙마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과거 서울경마공원에서 경주 중 낙마를 해서 저세상의 별이 된 기수가 4명이나 된다. 그리고 낙마의 충격으로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기수도 있었다. 

필자도 기수시절 경주 중 낙마사고로 4개의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찔러서 호흡곤란에 이르렀고 급히 지정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해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응급실에서 마취할 시간도 없이 바로 양쪽 옆구리를 찔러 관을 삽입하여 피를 빼내었던 적이 있다.

이사고로 중환자실에서 1주일 만에 눈을 뜨게 되었고 몇 개월 동안 병원생활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마 대통령이라 불리는 박태종 기수도 지금껏 기수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차례 병원에 들락거리며 몇 차례 수술을 하곤 했다.

또한 경마황태자 문세영 기수도 경주 중 낙마로 인하여 입원과 수술을 반복해 왔다.  

올해 2월 첫 주에도 부산경마공원의 리딩자키인 유현명 기수가 경주 중 낙마로 인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그의 어깨에 길게 꿰맨 수술자국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2월 둘째 주에도 필자가 관리하는 “위대한 선택”에 기승한 이홍락 기수가 경주 중 말과 함께 넘어져서 말과 기수가 많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유현명 선수(사진=유현명 선수 제공)
유현명 선수(사진=유현명 선수 제공)

 

이처럼 기수는 낙마를 피할 수 없으며 기수 생활을 하는 동안 얼마나 크게 다치지 않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간혹 이러한 사고들로 인해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여 좋은 기승 능력을 가지고도 더 이상 기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경마공원을 떠나가는 기수도 있다.

기수로 성공하려면 이러한 트라우마와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낙마사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일찍 조교사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

 

유현명 선수 부상 부위(사진=유현명 선수 제공)

 

필자는 몇 개월 전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슬픔에 잠긴 일이 있다.

과거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활동했던 일본기수인 “후지이”에 관한 것이다. “후지이” 기수는 부산경마공원에서 활동할 때 좋은 성적을 냈던 기수다. 얼굴도 미남이고 성실성도 겸비한 기수였다. 필자도 그에게 경주마를 많이 맡기곤 했다. 그가 부산경마공원을 떠나 외국의 다른 경마장으로 갈 때 아쉬움도 컸었다.

그런 이후 필자는 2022년 12월 서울경마공원에서 있었던 그랑프리 경주에 출전하게 되어

그곳을 찾았는데 한국의 경마를 일본에 소개하는 일본인 경마기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기자는 필자가 “후지이” 기수에게 말을 많이 태워주었고 “후지이” 기수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어렵게 나에게 “후지이” 기수의 근황을 알려주었다.

경주 중 낙마사고로 인하여 불구의 몸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가 부산경마공원을 떠날 때 나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교사님, 그동안 저에게 말을 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앞으로 좀 더 외국에서 말을 탄 후 일본으로 돌아가 중앙경마 기수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그 후 “후지이” 기수는 두 차례 중앙경마 기수에 도전해서 떨어 졌다는 것과 세 번 도전 끝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그가 바라던 목표를 이루었는데 그 꿈을 다 펼쳐보기도 전에 이런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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