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2월 마지막 주말이 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압둘아지즈 경마장(King Abdulaziz)이 세상의 이목을 끄는 추세가 되었다.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안다는 세계적인 “사우디컵” 레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컵”은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총상금 2천만 달러의 규모로 상금 부분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는데 무려 우승 상금이 1천만 달러, 한화 120억원의 국제적 레이스이다. 한국 경마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KRA의 걸작 닉스고(Knicks Go) 가 2021년 출주해 4위로 입상하면서 화제를 부르기도 한 레이스이기도 하다. 

 

사진=mainichi.jp 갈무리

 

“빅머니” 경마대회라는 화두의 꼬리를 물고 개최되는 이 레이스에서 일본의 6세의 수말인 “판사랏사”가 올해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판사랏사”는 일본식 영어 발음이다. 원래 “판탈라사”로 발음한다고 하는데 필자는 馬이 소속한 나라의 발음을 존중하여 “판사랏사”로 부르려고 한다. 

부마는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홍콩스프린트를 우승한 로드카나로아(Lord Kanaloa), 모마는 1999년 개선문대회 챔피언 몬쥬(Montjeu)의 딸 미스팸베리(Miss Pemberley)로 혈통으로 보면 꽤 괜찮은 마계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판사랏사”의 마명의 유래는 “바다의 신, 용왕”이라는 부마의 이름 이미지에서 연상하여 고대 그리스어의 “모든 바다”라는 뜻인 “Panthalassa”를 붙였고 “GⅠ을 우승해서 유일한 왕자가 되길 바란다” 는 마주들의 염원에서 채택된 이름이라고 한다. 

“판사랏사”는 2017년 3월 1일 홋카이도 신히다카쵸(北海道新ひだか町) 출신으로 한 구좌 마주 클럽인 히로오레이스(Hiroo Race) 소속 말이다. 클럽 소속이다 보니 마주가 꽤 많을 것으로 생각되기 마련인데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판사랏사”의 몸값은 총액 5000만엔으로 한구좌 2만 5천엔, 총 2000구좌로 나눠 모집해서 성립된 케이스이다. 사우디컵에서 13억엔의 우승 상금을 획득하면서 총상금 18억 4천만엔을 달성하였고 여왕 아몬드아이(Almond Eye)와 키타상블랙(Kitasan Black)에 이어 역대 일본 최다상금 3위에 등극하게 되었다. 마주들에게는 투자가치를 36배나 올려준 멋지고 매력적인 마계(馬界)의 엄친아가 되어준 것이다. 이 정도면 마명의 뜻을 충분히 발휘한 진짜 엄친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이 마계의 엄친아의 성적은 현재 25전 7승이다. 일본 국내 중상레이스 2승으로 GⅠ에서의 우승은 없었던 상태였는데 2022년 듀바이터프(Dubai Turf) 레이스에서 깜짝 공동우승을 하면서 GⅠ 우승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데뷔부터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던 “판사랏사”였지만 고마(古馬)가 된 4세 중반 이후 기질의 변화와 함께 도주라는 각질을 찾으면서 그 능력을 서서히 발휘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반열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육성을 담당하는 야하기요시도(矢作芳人) 조교사에 의하면 “판사랏사”는 신체 능력이 뛰어난 편으로 연습 중 자주 조련사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패독이나 경주 후에는 목을 앞뒤로 흔드는 등 매우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를 보이지만 본 레이스에 들어가면 굉장히 냉철해지는 성격으로 레이스에서의 온오프의 스위치를 스스로 잘 대처하는 면을 가지고 있는 영리한 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평소 잡음에 대해서 민감한 편으로 한번은 자가용 경적에 놀라 데뷔 당시의 주전 기수였던 사카이류세이(坂井瑠星)의 승용차를 거의 파괴할 수준으로 망가트리는 난동을 부린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 희한한 것은 민감한 성격에 반해 원정을 굉장히 좋아해서 보통 말들이 원정 레이스전에 체중이 감량되거나 사료를 못 먹는 경우가 많은데 “판사랏사”는 마운차를 탈 때부터 발걸음도 가볍고 원정 처에 도착해서도 식욕도 왕성해서 이상한 면이 별로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닉네임도 있는데 바로 “판군”이다.

“판군”에게는 야하기조교사와 사우디컵 우승 파트너 요시다유타가(吉田豊) 기수 등  마방의 관계자들이 많이 있지만 “판군”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당해주는 이케다야스히로(池田康宏) 구무원의 헌신 같은 보살핌을 빼놓을 수 없다. 1974년 16세의 나이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구무원이라는 같은 직업을 선택한 이후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관리하는 말이 GⅠ이라는 빅타이틀를 처음으로 안겨준 것이 바로 “판군”이다. 올해 7월 정년퇴직을 앞에 두고 있는 이케다씨에게 “판군”이 제대로 퇴직 선물을 해준 것이다.

“판군”이 사우디에서 골라인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순간 이케다구무원은 눈물샘이 붕괴하고 말았다고 한다. 사막의 마른 모래바람을 맞으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통곡을 했다는 인터뷰를 보고 필자도 한동안 침묵하고 말았다. 반백년 세월에 대한 흔적 그런 것들이 그리고 그 마음이 뭔지를 알 것 같아서였다. 

사우디컵의 스타 우리의 “판군”, “판사랏사”는 위대한 업적을 뒤로하고 이케다구무원과 함께 다음 목표 레이스를 위해 두바이메이단 경마장에 입성하였다.

3월 26일 일요일에 개최되는 월드컵데이서의 정확한 출주 레이스에 대한 정보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두바이 터프를 선택할지 아니면 사우디컵 챔피언 자격으로 두바이월드컵을 선택할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명예와 상금이 걸려있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해외 원정 8승이라는 기록으로 세계적인 조교사로 각인된 야하기씨와 “판군”의 마주들이 어떤 레이스를 선택할지 굉장히 궁금해 진다.

이번 두바이 월드컵데이에는 “판사랏사”를 비롯한 일본 말들이 총 20두나 출주를 선언하였다. 지난해 사막의 모래바람을 잠재우며 경마 강국의 이미지를 구축한 일본의 말들이 올해는 어떤 또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참으로 기대가 된다.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