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산업은 여타의 사행산업과 완전히 다르다. 다른 산업들은 도박이지만 경마산업은 도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마는 말(馬)이라는 동물의 능력을 70%, 선수(기수)의 능력을 30%로 전제하여 우승예상마를 추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도박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사행(射倖)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자. 국어사전에는 사행(射倖)을 ‘요행(僥倖)을 노림’으로 풀이한다. 그런데 경마에는 요행이 존재하기 힘들다. 경마는 경주마의 능력을 70%, 기수 즉 선수의 기승술을 30%로 전제하여 각종 정보와 자료를 취합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추리를 해야만 답을 얻어 낼 수 있다. 경주마의 능력을 평가할 때 어떤 아비마와 어미마 사이에서 태어났는지의 혈통연구에서부터 육성과 순치과정은 어떠했는지 경주마의 훈련상태는 어떠했는지 기수와의 호흡관계는 어떤지 부담중량 극복은 어떻게 가능한지 훈련상황은 어떠한지 나이는 몇 살이며 성별이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주로상태에 따른 적응력은 어떤지 ..... 등 무려 100여 가지가 넘는 승부요인을 분석하여 해답을 도출해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요행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국회와 정부가 함께 규제하려는 복권이며 카지노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와 비교할 때 경마는 질적으로 다르건만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복권이나 카지노는 순전히 요행이나 운에 의존하는 도박이 분명하다. 경륜이며 경정 스포츠토토도 사람의 능력만을 평가해 우승자 또는 우승팀을 선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마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마를 다른 도박들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도박의 황제로 취급하려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우려했던 사항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한국경마는 중병(重病)에 걸린 응급 환자의 꼴이 되고 말았다. 이 응급환자는 숨을 멈추기 직전이다.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소생(蘇生)할 수가 없다. 숨이 멈춘 후에 땅을 치고 통곡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응급처치도 숨이 붙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숨이 끊어진 이후에는 백약(百藥)이 무효인 것이다.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사방에서 마필산업을 공격하고 있다. 세계가 이웃처럼 사는 세상이 되었지만 한국만 자꾸만 딴 생각을 하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역사를 창조하며 가꾸어 왔던 말(馬)들을 푸대접의 정도를 넘어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고구려가 어떻게 건국이 되었으며 삼한은 또 어떻게 통일이 되었던가. 말(馬)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었던가.

만주벌판과 요동 땅을 넘어 중국대륙 깊숙이까지 영토를 확장했던 우리 조상들의 패기와 지혜는 모두 말(馬)과 함께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말(馬)을 없애자고 아우성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우리 조상들이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경마를 포함시킨 국회의원들은 민족의 반역자요 역사의 죄인이다.

최근까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조치에 반발하여 거세게 항의를 하던 ‘마필산업발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한국마사회노조’ 등의 활동이 잠잠해졌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아예 자포자기를 한 것일까? 아니면 얻을 만큼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새로운 대응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진행중인 사감위 안이 실행될 경우 경마팬들은 범죄자취급을 당하게 된다. 인권침해의 위헌요소도 있다. 세계에서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답답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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