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섭 회장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와츠빌리지’의 추억
- 한일교류전 동경대회를 다녀와서 -

서울마주협회 회장 지 대 섭


세상의 모든 위대한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는 꿈꾸는 자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개인마주제 전환 2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는 경마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부정적 인식 속에 세상과 사투를 벌이며 또 하나의 모험을 단행했다.
지난 11월 26일 화요일, 일본 동경 하늘 아래서 일본 최강 명마들이 포진한 가운데 와츠빌리지(3세,수), 풀문파티(4세, 암), 플라이톱퀸(3세, 암) 등 한국에서 원정 온 3마리의 경주마가 오이경마장의 모래주로를 내달렸다. 경마한일전 2차전인‘한일 인터액션컵’은 총상금 1,700만엔(한화 약 1억 8천만원)이 걸린 1,200m 경주로 국제경마연맹(IFHA)가 인정한 대회 요건을 갖춘 만큼 한국과 일본 경마가 벌이는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경주 초반부터 선행에 나선 한국의 경주마들, 그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와츠빌리지’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경주 초반부터 결승선까지 단 한 번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는 `와이어투 와이어` 우승을 거두며 우리 모두를 감동케 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 한국 경마사상 최초로 열린 한일경마교류전에서 우리의 가슴을 한없이 벅차오르게 했던‘와츠빌리지’의 우승은 현장의 관계자 모두에게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


경마 역사상 최초의 해외 원정경기에서의 승리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90여년이라는 한국의 경마 역사, 그러나 비천한 모태의 탄생에서 비롯된 우리 경마의 역사가 제대로 걸음마를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문화, 예술, 경제를 비롯한 전 분야에서 세계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경마만은 아직까지도 파트Ⅲ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그동안 글로벌경마의 일원이 되지 못했던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경마의 성장모델이라 할 수 있는 일본경마는 파트Ⅰ에 속하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한국경마의 발전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일본경마 선진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계무대에서 통하는‘강한 경주마 만들기’프로젝트와 정부의 경마산업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선데이사일런스’와 같은 우수 종마의 도입, 세계 수준의 국제대회인 재팬컵 유치 등 일본의 수준 높은 경마문화는 우리에게는 꼭 이루어내야 할 미래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한국과 일본경마의 큰 격차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일교류전 2차전 동경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것은 한국경마사의 새 장을 여는 승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더구나 경마선진국 일본을 상대로 1승을 거두며 개최 원년 1:1 무승부로 비긴 것은 과거 축구나 야구와 비교해 5년 이상 걸리리라 예상되었기에 더욱 소중하고 기적 같은 행운이었다. 경마선진국 일본, 그것도 동경 한복판에서 펼쳐진‘와츠빌리지’의 우승은 한국경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위대한 도전의 시작이었다.
이번 한일교류전의 성공적 개최는 한국경마가 국제적으로 나아가는 촉매제가 되었으며, 마사회를 비롯한 마주, 조교사, 기수 등 경마관계자 모두에게 가슴 벅찬 감동과 경마인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한일교류전’의 값진 우승이 현실화 되고 보니 너무나도 기쁘고 감개무량하다.‘와츠빌리지’가 있어서 우리는 행복했고, 뜨거운 열정과 자긍심 속에 일본에서의 추억은 우리의 가슴 속에 깊은 감동으로 아로새겨졌다.


올해 초 마주협회장으로서 취임하며 한일교류전 개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는데 한일교류전의 성공적인 개최에 미력이나마 일조할 수 있었던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우승의 주역인 서승운 기수와 우창구 감독, 오현주 마주 등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물심양면 협조해주신 마사회 국제화팀 관계자들의 헌신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일본 동경 오이경마장에서의 찬란한 추억은 오래도록 우리 경마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할 것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한일교류전 우승의 쾌거, 불가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경마선진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도전정신이었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신의 말씀처럼 우리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은 이제야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와츠빌리지’의 일본 우승을 계기로 선진 경마체계와 인프라 구축에 만전을 기해 머지않아 다가올 세계무대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국의 단거리 강자였던‘와츠빌리지’의 재발견을 통해 효율적인 마필관리 차원에서의 경주편성과 재결의 선진화를 이루고, 경마의 산업적 기반 확립과 보다 빠르고 강한 경주마 생산육성 시스템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경마의 선진화, 국제화의 중요한 기반인 국가 간 검역 문제에 대한 다각도의 검토도 아울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다른 어느 국가보다 까다로운 일본의 검역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일교류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명마‘게임온두드’의 모마인‘월들리플레저’를 2년 전 일본으로 역수출하면서 한일 간 검역 절차를 정립해 놓았던 것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 한일 간 검역절차의 기반을 마련해준‘월들리플레저’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번 한일교류전 동경대회 우승을 통해 우리 경마관계자들이 느낀 가슴 벅찬 환희와 뜨거운 열정을 국민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스포츠에서 한일전은 언제나 양국 간 자존심을 건 최대의 이벤트로서 국민적 열띤 응원 속에 축제의 장이 되어 왔지만 경마한일교류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미흡하다. 건전 레저스포츠로서의 경마에 대한 인식 제고와 국민적 관심의 환기가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한 번의 승리로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와츠빌리지’는 원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만만치 않은 일본 경주마들을 상대로 선전해 우승을 차지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마수준은 아직도 큰 차이가 있다.‘와츠빌리지’의 우승을 계기로 우리는 한국경마와 우리 경주마의 수준을 면밀히 분석하여 한국 경주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전략적으로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진정한 위대함은 자신의 과거보다 한걸음 앞서 나가는데 있기에, 꿈을 꾸고 그 꿈에 한발 한 발 다가가는 과정은 모두 위대하다. 우리는 ‘와츠빌리지’의 우승을 통해 경마 국제화의 날개를 달았고, 이제 더 큰 꿈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머지않아 두바이월드컵이나 개선문상과 같은 세계대회에서 우리의 경주마가 힘차게 질주할 그 날을 고대한다. 10년, 20년이 걸려도 우리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원대한 꿈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 세계대회 우승의 열매를 곧 맺게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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