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과 용도가 다양한 말의 기원·생태·가치

말은 인류역사를 이끌었던 위대한 ‘경제동물’이다.
발가락이 한 개였던 말의 진화

에쿠스 카발루스(Equus caballus).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맑은 눈을 지닌 포유동물, 말의 학명이다. 속명이 에쿠스(Equus)인 말의 품종은 100~20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의 포유동물이 다리마다 2~5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는 반면 말은 다리에 하나씩 네 개뿐이다. 이 차이에서 기인한 의문과 궁금증이었을까? “말은 발가락은 왜 하나인가”라는 물음표가 여전히 달리고 있다.
국내외에서 발표된 말 연구 및 학술자료에는 말의 조상 모습이 너구리, 개와 거의 흡사한 모습으로 기술되어 있다.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골격을 보면 영락없는 너구리, 개의 모습이다.
지금으로부터 3500~55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 말의 진화는 조상 오히프스(Eohippus)로부터 시작되어, 메소히프스(Mesohppus)→미오히프스(Miohippus)→메리키프스(Merychippus)→플리오히프스(Pliohippus)를 거쳐 학술적으로 현대 말의 직계존속으로 분류된 에쿠스(Equus:100만 년 전 추정)로 진행되었다는 게 요지다.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화석말(化石馬)들은 말의 발가락이 원래는 대개의 포유동물과 비슷했음을 유추케 했다.
이 같은 발가락 수와 형태는 진화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점점 줄고, 형태도 달라져 지금으로부터 100~1000만 년 전에 이르러 양 전·후지 한 개씩의 발가락으로 체중을 지지하는 기능을 완전하게 한 것으로 추정됐다. 에쿠우스의 발가락은 양 전·후지 한 개씩, 크고 튼튼하게 발달된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에쿠우스의 양 전·후지 중수골과 종족골에는 과거의 2·4번째 발가락과 연결되었던 제2·4 중족뼈가 육안으로 식별이 될 정도로 가늘게 붙어 있었다고 한다.
진화를 거듭한 말은 빙하기에 극한의 추위와 궁핍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지어 기후가 온화한 아시아, 유럽의 남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정착, 기후와 풍토에 맞게 적응했다.
말은 지리적으로는 초원형, 산림형, 고원형으로 대별되고, 성격과 성질은 온혈종(Hot Blood), 냉혈종(Cold Blood), 정온정(Warm Blood)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인간이 말의 가치를 주시하고, 유용하게 활용하기 시작한 때는 구석기시대부터다. 야생마를 포획 고기와 마유를 얻었고, 순치 과정을 거쳐 가축화한 이후에는 농경과 수렵, 군사, 교통, 승마수단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했다.
말은 유용성이 확대되면서 ‘경제동물’로서 가치가 날로 제고됐고, 군마의 보유 필수가 곧 나라의 안보와 국방력과 직결돼 흥망이 좌지우지된 시대에는 소위 준마와 명마를 생산하고 증식하는 마정(마산정책)이 근대사 단계 진입 직전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라마다 공통적으로 중차대한 국정과제로 다뤄졌었다.
우리가 주말 경마공원에서 실황으로 관람하거나 중계화면을 통해 접하는 경주마들은 300년을 훨씬 상회하는 장구한 세월동안 부단히, 철저하게 개량되어 온 서러브레드 명마들의 후예들이다.
체구가 왜소하고 체형에 약간의 흠결이 있고, 경주 성적이 화려하지 못하고, 기대치에 미달해도, 설사 만날 들러리에 그칠지라도 혈통에 상응하는 대접과 평가를 마땅히 받아야할 유전자원이라는 얘기다.

당나귀, 노새와 흡사하나 다르다

말과 당나귀와 노새는 생김새가 흡사하나 근본이 다르다. 암말과 수탕나귀의 종간교배에서 탄생하는 노새는 몸집과 힘에서 잡종강세를 보여주지만, 불임으로 새끼를 낳지 못한다. 조물주께서 노새의 번식을 허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할지는 모르겠다.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조랑말의 고향은 사실 몽고라고 한다. 1273년 원(몽고)나라가 탐라를 침공하며 동원한 군마들이 제주에 정착한 뒤 제주만의 자랑거리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제주경마공원에서 시행되는 경마는 제주마와 한라마경주로 대별되는데, 한라마는 조랑말과 서러브레드 교배로 탄생된 말이다. 체격은 조랑말보다 크고, 체형은 서러브레드에 가까운데 한라마에서도 잡종강세를 엿볼 수 있다.

허파와 심장에 비견되는 발굽

경주마에게 있어 발굽은 허파와 심장에 비견될 만큼 중요하다. 체중 500kg 대의 경주마가 전력질주를 말하는 습보 착지 때, 무려 2톤의 하중이 다리에 가해진다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중력을 지탱하는 게 발굽인데, 연약해 보여도 실은 놀라울 정도로 견고하다.
발굽을 가진 동물은 유제류로 불리고 발굽의 모양에 따라 말처럼 굽이 하나인 것은 기제류, 굽이 두 개인 소, 돼지, 노루 등은 우제류로 대별된다.
참고로 강한 전염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염되면 굽이 빠지고 탈락돼 기립하지 못하게 되는 피해를 낳는 무서운 가축질병인 구제역의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확진되면, 소, 돼지 등 우제류 가축 사육농가, 목장들은 초긴장 속에 외부인과 사료 공급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에 철저를 기하는데, 말 사육목장은 전혀 긴장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말은 구제역과 무관한 기제류 동물이기 때문이다.
건장하게 성장한 아이들을 흔히 ‘말만하게 자랐다’고 표현하거나 얼굴이 긴 관상을 ‘말상’이라 칭한다. 이는 육상의 포유동물 중 말의 체격이 큰 편에 속하는 데서 비롯됐다. 참고로 기록상 체중이 가장 가벼운 말은 26kg, 가장 무거운 말은 1500kg 대로 알려져 있다. 말의 뼈는 205개로 사람의 뼈와 동일하다.

체격과 시·청력

말의 시력과 청력은 비범할 정도라고 한다. 육상의 포유동물 중에 이런 동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하거나 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포유류 중 안구가 가장 큰 말의 눈은 머리 좌우에 위치해 있어 사방을 주시할 수 있는 데다 각막과 망막 사이의 간격이 약 38mm로서 안구에 달려 있는 7개의 신경근육들이 상호 작용을 함으로써 동시에 움직임과 회전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말의 귀는 귓바퀴를 깔때기처럼 쫑긋 세워 180도로 움직일 수 있게 기능하는데, 이러한 기능 때문에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전·후방과 측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감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에게 장난을 치거나 놀라게 할 심사로 뒤에서 살금살금 접근할 경우 뒷발에 채임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접근할 때는 항상 측면에서 먼저 눈빛으로 교감한 뒤 다가서 손등으로 목을 어루만지거나 스킨십을 하라고 일렀다.

위는 작고 맹장이 큰 소화기관

말은 초식동물이다. 그래서 사양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감독, 관리사들이 흔히 말의 안부나 컨디션 상태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채식상태 양호’란 표현을 자주 인용한다.
초식동물은 소나 염소처럼 반추위, 즉 되새김위에서 사료(풀)을 소화시키는 반추동물과 말과 토끼처럼 맹장에서 발효시키는 동물로,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되는데, 말의 경우 위가 작은 대신 큰 맹장을 지니고 있는 큰 게 특징이다.
말의 맹장은 ‘발효탱크’로 불리는데, 그 배경엔 말과 사실상 공생관계인 미생물들이 맹장 속에서 섬유소분해효소를 분비, 분해되는 포도당 등을 말이 에너지로 취해 쓰는 구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번식과 군집성, 그리고 사회성

말의 염색체는 64개, 임신기간은 약 335~340일이다. 한 배에 한 마리 수태가 보통이고 절대적이나 쌍태도 드물긴 하지만 있다.
말의 분만 과정에서 야성의 습성이 드러나는데, 뱃속에 있던 망아지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머리가 아닌 다리부터 내밀고 나오는 것과 태어나자마자 자력으로 기립 걷는 것이 바로 그 습성이다. 이 습성은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리고 맹렬히 달려드는 육식동물, 맹수들의 먹이사냥 습성과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천성이라고 한다. 말의 다리와 목이 긴 것도 천적들의 위협과 공격이 상존하는 야생에서 피난을 위해 진화한 게 분명할 게다.
감각 기능이 참으로 예민한 말의 습성 가운데 군집성과 사회성은 대표적인 습성으로 꼽힌다.
‘동고동락’,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말의 군집성도 천적들 때문에 갖게 된 보호본능으로 해석됐다.
야생에서 무리지어 생활하고 이동하는 말의 무리는 우두머리로 입지를 굳힌 수컷 한 필이 보통 20여 마리의 암말을 거느리는 것으로 관찰돼 보고된 바 있는데, 실은 무리지어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홀로 남겨지면 의기소침해지고 금세 우울증, 멍한 증세로 발전,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여럿이 모여 생활하는 자체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보호 및 안전망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군집성은 개량이 거듭되고 연마되는 경주마들의 몸속에도 잔존해 있다고 한다. 대단한 천성이 아닐 수 없다. 경주 성적이 형편없다고,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고 홀대하거나, 외로움을 느끼게 방치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말들의 사회성은 두 필 이상이 되면 말들의 세계에서도 서열이 정해지고 이로 말미암아 하나의 사회가 형성된다는 데서 근거했다. 말들은 몸짓과 목소리 등으로 감정과 의사, 욕구를 나타내고 전하며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즉각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의 행동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게 꼬리 움직임인데 고통을 느끼거나 좌절할 땐 꼬리가 잔뜩 위축된 채로 가랑이 사이로 끼어들 모양새고, 화가 치솟거나 잔뜩 흥분될 때에는 꼬리가 하늘 높이 치켜 올라가 꼿꼿해지고, 추위가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로 심할 때 좌우로 살짝 휘는 모습이고, 졸음이 닥칠 때는 아래로 실버들처럼 축 늘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말은 양처럼 순하지만 최소한의 자기보호와 방어 수준의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 처음 대하는 물체가 나타나거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움직임,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것들, 겁을 먹을 정도로 큰 소리, 평소 들어보지 못했던 소음이 주위에서 나타나고 발생하면 참을 때까지 참고 있다가 반응하는데, 화가 심한 경우 상대방을 향해 돌진도 불사한다.
또 분노가 한계를 넘게 되면 양 전지를 들어 올리는 등 날뛰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을 시에는 상대방에게 다가가 어깨를 강하게 부딪치는 행동으로 삭이기도 한다.
마필관리사들이 사양관리와 트레이닝 중 당하는 채임은 주로 후지의 뒷발길질에 의한 것인데, 부상의 정도와 후유증이 심각한 경우도 있다.
역사 속에서 혁혁한 궤적을 발견할 수 있는 위대한 마테우리들은 말이 날뛰고 극도로 흥분할 땐 제압을 삼가라는 충고를 남겼다. 스스로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 했다. 애정이 담긴 말과 손짓으로 진정을 도와주고 배려하라 일렀다.

치열하고도 강렬한 경주마의 생애

경주용 말로 개량된 서러브레드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란 찬사가 부여됐던 게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개량은 멈추지 않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외 경마장의 잔디, 모래 경주로에서 기록되고 남겨진 경주마들의 궤적과 현재도 찍히고 있는 족적들이 입증해주고 있듯이 경주마들의 생애는 치열하고도 강렬하다. 이러한 생애를 크게 탄생기와 성장기, 전성기와 황혼기로 대별해 조명해 보면, 짧지만 긴 여정의 길이 마냥 비단길일 수 없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경주마들의 탄생기는 예사롭지 않다. 탄생은 어쩌면 인간의 혼사보다 더 신중하고, 사려 깊은 고려와 판단, 그리고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아비마와 어미마의 ‘배합’으로 시작된다. ‘배합’은 생산가치 예측에서 ‘최적의 궁합’으로 도출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게다.
경마세계에서 최고의 찬사인 준마와 명마를 배출하기 위해 선발하는 종마는 씨수말, 씨암말 공히 경주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혈통 가치와 경주능력, 체형 등이 냉정하게 가늠되고 평가돼 결정된다.
말의 번식 적령기는 4세 이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씨수말과 씨암말은 만으로 3세 이상부터 후보에 올라 선별되고 최종적으로 낙점돼 배합 기준이 중시된 가운데 암수 한 쌍이 중대사를 치르게 된다.
그 중대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수태가 되면 모마의 뱃속에서 약 11개월, 335~340일간 성장한 뒤 세상 밖으로 다리부터 내밀고 나온다.
신생마는 생후 20~30분이 경과하면 자력으로 기립, 본능적으로 모마의 젖을 찾아 초유를 빠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육성 관리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출생 후 60일 이내에 목장 측이 신청한 혈통등록 절차를 밟게 되는데, 개체식별과 DNA 감정에 소요되는 시일 때문에 대게 이듬해 7월 경 등록이 완료된다.
경주마의 성장기는 이유와 순치 때문에 슬픔, 외로움, 아픔이 따르게 된다. 한마디로 성장통을 겪는 기간이다. 젖을 떼기 위해 어미와 격리되고, 보통 마주가 작명하는 이름도 갖게 되지만 18개월 령에 이르러 경주마로 거듭나기 위해 체계적인 길들이기와 조련에 돌입, 차질 없이 소화해 내야한다.
전기육성단계에 이어 곧 바로 시작되는 후기육성단계를 마무리한 뒤 만 2세 무렵부터 가능해지는 경마장 등록과 입사를 위해 필요한 요건을 겸비하는데, 후기 육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게 되는 경우 입사 후에 ‘풋내 나는 망아지’ 취급을 받게 된다.
출발대 진입과 출발이 매끄럽지 못하고 주행이 불안정, 함께 각축하는 또래의 상대 말들이나 형 또는 누나, 언니뻘들인 상대 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등으로 인해 불명예스런 꼬리표 달리기도 한다.
풋내 나는 망아지라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성장 속도가 하루가 다를 정도로 가파르고 괄목해 불과 한 달 새에 시쳇말로 뒤집어져 예시장에 선을 보이는 녀석들이 있다.
이런 녀석들이 이른바 신마경주로 변별되는 경주에서 꿈의 배당으로 일컬어지는 일명 ‘999’를 결과하는 주역들이다.

전성기 & 황혼기

경마장에 입사 각 팀에 소속하는 경주마들은 마주들로부터 위탁관리를 위임받고 사양관리 책임을 맡는 감독과 동고동락하게 된다고 볼 수 있는데, 1000미터를 1분7초 이내에 주파하는 주행심사를 통과하고 공식 데뷔전을 치른 뒤 통상 4주 간격으로 경주에 투입된다.
능력, 그리고 상대적인 경쟁력은 경주를 치를수록 무르익어 5세에서 6세 중반에 절정에 도달하고 이후부터 서서히 쇠퇴하는 궤적을 그리는 게 대체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절정기인 5~6세 전에 퇴역하는 경주마도 적지 않다. 불운에 다름 아닌 각종 질환과 부상, 또 후유증으로 인해 경주마로서 부적격 판정이 내려져 퇴사하는 경우가 있고 더 이상 기대치를 가질 수 없게 잠재력과 한계가 조기에 드러나 퇴역이 결정되는 경우인데, 마주와 감독 입장에게는 아쉬움과 상심이 클 수밖에 없는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게다.
우리나라 경마장에서 활약한 경주마 가운데는 11세까지 현역으로 출전한 경주마가 있으나 전성기 시절 기량이 아무리 뛰어났어도 8세 이상의 고령 경주마가 젊은 후배들과 상금이 수득이 주목적인 경쟁무대에서 경쟁을 하고 각축하는 것은 아무래도 열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25~35년인 말의 연령은 인간의 한창 나이 서른 즈음에 이르면 노년으로 접어드는 것으로 진단, 평가된 바 있다. 생태학적으로 말의 6세는 사람의 20세, 11세는 40세, 31세는 81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돼 일반화했는데, 세월 앞에 장사가 없는 것은 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주마의 은퇴시기와 노령은 ‘우치’(가운데로부터 바깥쪽으로 세 번째 되는 이빨)의 마모와 색도로 가늠되고 판단되기도 하는데, 은퇴가 임박해 있는 9세 이상의 고령 경주마는 치아에서 나타나는 검은색의 농도가 경주마로서 더 쓸 수 있는가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했다.
9세 이상임에도 검은색이 농도가 짙지 않다면 당연히 퇴역시킬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주마는 7~8세가 되면 마주와 감독들이 퇴역을 준비하는 게 보편적이다.
성적과 궤적이 찬란할 정도로 뛰어난 주인공들은 은퇴와 동시에 수말은 씨수말, 암말은 씨암말로 용도는 물론 신분이 달라져 극진한 보살핌 속에 후대마를 생산하며 여생을 보내게 된다.
특히 후대마 생산가치 예측 결과 기대치가 큰 씨수말의 노후는 편안한 생활공간에 정성이 지극한 채식에 보양식이 수시로 제공되기 때문에 부러운 차원 이상이다.
씨암말들은 씨수말과 같은 종마 신분이나 개체수가 워낙 많다보니 씨수말들에 비해 격이나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대접을 받는다. 그래도 휴식은 짧고 출전채비를 가다듬는 훈련 강도가 때론 코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높아져 고단했던 현역시절 때에 비하면 한가롭기 이를 데 없고 편안한 생활을 영위한다.
자마 중에 시상대와 위너스 서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목에 화환을 거는 녀석이 있게 되면 소유 목장 주인과 관리사들의 시선과 손길이 더욱 정성스러워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마 조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마주 등 경마 창출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해져 유명세를 치르기도 한다.
수의사 등 전문가에 의해 번식 활동이 연령 때문에 한계에 도달, 불가로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경주마 생산목장의 기둥말 또는 버팀목말로 구실을 하며 사랑을 넘치게 받는다.
명마를 배출한 이력 때문에 놀라울 따름인 노령까지 종부활동을 기록한 뛰어난 종빈마가 국내 경주산업 현장에서도 실재했다.

글 = 이준영 대기자·편집 = 이미숙 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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