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대기자의 馬話

단언컨대 말, 말산업은 ‘유망주’다.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갑오년(甲午年), 청마(靑馬)띠 해다. 동서양의 신화, 전설, 민속, 풍수학, 역학 속에 등장하는 곧음, 진취, 활달, 행운 등 청마의 상스러움 때문이었을까?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해넘이, 해맞이와 각계의 신년인사, 덕담에서 말(馬)이 주류를 이뤘을 만큼 무성했다.
역사가 기마민족의 후예임을 반증해주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말(馬 )을 말(言 )하면 우선적으로 무엇을 떠올릴까. 미루어 짐작컨대 하나같지는 않을 게다. 물론 세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멋진 갈기를 휘날리며 질주하는 역동에서 초식동물, 말춤, 마부, 애마부인, 말상(관상), 백마 탄 왕자, 돈키호테의 명마(?), 천리마, 적토마, 파발마, 새옹지마, 견마지로 등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이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말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자 통신수단이었다. 말은 한 시간에 70km를 주파할 정도로 빨리 달리는 데다 사람과 짐을 직접 등에 지거나 상차된 마차를 끌어 원거리를 쉽게 지치지 않고 이동시켰다.
이러한 기동성과 힘, 지구력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말을 부와 명예.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고, 실제로 중시하고 소중히 다뤘다.
가축화한 동물 가운데 이동수단으로 사용된 동물은 낙타를 비롯해 소, 야크, 코끼리, 순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성질이 온순한 초식동물이라는 점이다.
말이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이동수단으로 사용됐던 것은 빠른 속도, 강한 힘, 지구력, 온순한 성격, 강한 번식력, 총명함, 순발력 등 교통과 물류 수송수단으로서 필요한 조건을 고루 양호하게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이 빠르게, 오래 달릴 수 있는 원천과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 심장보다 17배 정도 큰 심장과 ‘비장’으로 불리는 장기(臟器), 잘 발달해 있는 근육이 바로 그 원천이며, 구조와 기능이 놀라울 정도인 발굽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생물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몸속의 영양소가 산소와 만나 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산소는 혈액 속의 적혈구에 의해 운반되기 때문에 심장 박동이 빨라질수록 몸 구석구석에 전달되는 산소량이 많아져 숨이 가빠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한계에 도달하게 된단다.
말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적혈구를 ‘비장’에 보관하고 있다 빠르게 달릴 때 사용하는 신체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고 한다.
말의 발굽은 구조가 매우 단단한 각질로 조직되어 있는데 주성분은 ‘젤라틴’으로 사람의 손·발톱과 거의 같다고 한다.
말이 전력질주 시 착지할 때 발굽에 가해지는 충격은 자기 체중의 약 8배에 달하는 것으로 연구 분석됐다. 체중이 500kg이라면 무려 4000kg, 즉 4톤의 부하가 발굽에 걸린다는 얘기다.
이처럼 과중한 충격은 비스듬하게 경사져 있는 발굽의 형태와 특이한 구조로 인해 분산된다고 한다. 스프링처럼 탄성을 내포하고 있는 발굽의 뒤쪽이 착지 순간 좌우로 벌어지면서 납작해졌다가 지면에서 떨어지는 순간 다시 원래 형태로 복원이 반복되며 비롯되는 완충 기능이 놀라울 정도란다.
여기에 말의 ‘신발’에 다름 아닌 U자 형의 편자가 발굽의 형태와 두께, 크기에 걸맞게 장착이 정교한 기술로 이뤄지는 만큼 어떠한 지형과 지면 상태에서도 주행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말의 얼굴이 긴 것은 야생에서 풀을 뜯을 때 입술 끝에 닿는 목초 등을 눈으로 볼 수 없기에 후각으로 냄새를 감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키 위해 코가 길게 발달한 데서 기인했다.
말의 다리관절에는 기립 상태로 수면 중에도 몸체가 흔들리거나, 무릎이 굽혀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기능하는 특수한 인대가 발달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말은 서서 잠을 자는 게 가능하다.
마방에서 생활하는 말들의 수면에 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말들은 대체적으로 하루 24시간 중 약 19시간은 깨어 있는 상태, 4시간은 졸거나 가수면 상태로 지내고 고작 45분 동안 숙면을 취한다.
경마의 가장 핵심 도구인 경주마는 지금으로부터 300여 전 영국에서 개량돼 전 세계로 전파된 서러브레드(Thoroughbered)종이 주류다.
서울경마공원과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경주마는 모두 서러브레드, 제주경마공원 소속 경주마는 토종인 제주마와 교잡 종인 한라마로 대별된다.
경마가 혈통스포츠, 과학스포츠임을 반증하는 획기적인 말 DNA(유전자)연구가 KRA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와 서울대 김희발 교수팀에 의해 공동으로 착수된 지 6년 만인 지난해 성과와 결과물이 특허를 획득, 국내 경주마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물론 경마 팬들 사이에서도 비상한 관심사로 떠올라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말 DNA 정보를 바탕으로 경주마의 잠재 능력을 예측하는 ‘케이닉스(K-Nicks)II’ 프로그램이 바로 그 성과물인데, 핵심 골자는 최고 씨수말과 씨암말의 조합으로 이른바 ‘최적의 배합’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고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게 국내 학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KRA 말산업연구소 이진우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한 경주마의 가치는 실제 경주 결과와 55% 가량 일치하고 있다. 또 일치도가 앞으로 70~80% 수준까지 상향될 수 있을 전망이다.
만약 이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서러브레드 종 경주마산업은 수출산업화가 앞당겨지는 일대 전기를 맞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무한경쟁을 의미하는 ‘FTA시대’이다. 국내 농·축산물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보면 말은 분명 우리 농촌, 특히 농촌경제를 떠받칠 축종으로 한마디로 표현하면 전도가 유망한 기대주이다.
말산업이 우리 농촌의 버팀목산업인 동시에 미래 성장을 견인할 동력산업임은 이제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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