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청마 해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생각해보는 말(馬)

고성규 대표(우측에서 두 번째)가 지난해 몽골 승마 대장정을 하는 장면. (사진 제공 고성규)
갑오년(甲午年)인 2014년은 청마(靑馬)의 해로 말(馬)을 가까이 하는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동물 중에 하나다. 우선 외형을 본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에 가장 매력적인 몸매를 자랑한다. 매혹적인 곡선, 탄력적인 근육, 그리고 절제되고 도도한 보행을 보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리 만족은 물론 그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과 함께 신이 내린 몸매 중에 가장 으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아름다운 동물이 인류문화에 가장 많이 공헌하고 희생된 동물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인류가 이토록 문화발전을 거듭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말(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뚱딴지같은 이야기로 들릴 지도 모르나 조금만 과거로 뒤돌아 생각해 본다면 바로 알 수 있다. 현재 우리주변에서 볼 수 있는 말의 쓰임새는 경마나 스포츠, 관광 등 레저용과 애완용이 전부지만, 불과 수 백 년 전만 해도 절대적인 동물이 바로 말이었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말은 어떤 동물이며, 어떻게 인간에게 길들여져 오늘 날까지 이어져오는 것일까.

말은 원래 개(犬) 정도의 크기 히라코테륨(Hyracotherium)이었고, 앞발가락 4개, 뒷발가락 3개이었으나 나중엔 중간발가락의 발톱으로 뛰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의 말 형태로 진화한 것은 약 1만 년 전이며, 학자들은, 인간이 기원전 4000년 전부터 야생말을 길들이기 시작하며 가축화가 이뤄졌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은 대략 개·소·말·돼지·양·닭 등 10종류 정도이며, 그중 말이 가축이 되도록 길들여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성립해야한다. 우선 공격적이지 않아야 하며 자기 영역에 대한 의식이 약해야 한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순종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편식이 강하면 곤란하다.

특히 말은 빠르게 뛰어다니는 동물이다 보니, 체형과 체질, 소화기관과 영양분 흡수기관이 다른 가축과 다르다. 대부분 포유류는 셀룰로오스(섬유소)가 없기 때문에 박테리아의 도움으로 발효과정을 거쳐서 흡수를 하게 되는데, 소나 양은 다 위(胃) 동물로 되새김질을 하여 해결하지만, 말은 구강구조가 다르고 위(胃)도 하나라서 되새김을 못한다. 일단 튼튼한 턱과 이빨을 가지고 있어 음식물을 절치(切齒)로 자르고 이것을 다시 어금니로 보내면 그것을 잘게 부수어 길고 가는 장(腸)으로 보내지며 이것을 흡수하는 곳은 장이 아니라 맹장(盲腸)이다.

말은 또한 다른 초식동물보다 음식물을 섭취하여 흡수하는 기능이 다르고 매우 까다로우며 야생에서는 육식동물로부터 공격을 피하기 위하여 항상 사주경계를 하면서 길게는 21시간을 조금씩 자주 먹는다. 또한 얼굴이 긴 이유는 풀을 뜯으면서 천적인 육식동물 등 주의를 살필 수 있도록 눈과 입사이의 간격이 떨어져 있고, 눈도 얼굴 옆에 있어서 한쪽 눈으로 190~210도 까지 볼 수 있으며, 얼굴만 약간 돌리면 360도를 다 볼 수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절치와 어금니 사이가 많이 벌어져 재갈을 물릴 수 있으니 그야 말로 말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중요한 동물이다.

이 특별한 동물을 얻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래서 인간은 좋은 명마(名馬)를 생산을 위한 품종(品種)과 종마(種馬)를 얻기 위한 노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끝이 없었다.

지구상에 200여 종의 말 품종이 있다. 그 중에 크게 3가지 품종으로 나눈다. 북유럽의 산림이 풍부한 지대의 덩치 큰 말과 뜨겁고 물이 부족한 사막의 땅에서 서식하던 아랍말 그리고 중앙아시아 건조한 땅에서 서식하던 몽골말이 그 대표적인 품종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이 명마를 얻기 위한 탐욕에서 개량된 품종도 다양하다. 그중에 현대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품종이 있는데, 바로 경마장에서 달리는 서러브레드(thoroughbred)라는 품종으로 철저하게 경마용으로 개량된 말이다.

동양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한무제(漢武帝)는 서역의 한혈마(汗血馬, 아칼 테케)를 얻기 위하여 여러 차례 원정 실패 끝에 이광리가 대원국(大元國, 페르가나)에서 한혈마를 얻은 뒤 좋아서 서극천마가(西極天馬歌)란 시를 지어 노래를 하였으며, 중국최고의 시인 두보(杜甫)도 고선지(高仙芝) 장군이 타고 다니던 청말을 위한 시 고도호총마행(高都護驄馬行) 이라는 시를 지어 노래했다.

우리민족 역시 양마(良馬, 좋은 말)생산에 박차를 가한 흔적이 있다. 삼국시대에 이미 좋은 목초를 생산하기 위한 교역이 있었다. 삼국사기에 보면 아라비아가 원산지인 ‘개자리’라는 목초가 신라에 들여와 목초를 생산한 기록이 있으며, 고려시대엔 몽골이 제주도에서 말목장을 운영했다. 이들을 목호(牧胡)라 부른다. 그 시기에 들여온 몽골말 ‘조러모러’ 라는 측대보(側對步, 제주에서는 제마라고 함) 말과 우리 토종품종인 ‘과하마’와 교배로 생산된 품종이 바로 우리가 요즘에 알고 있는 조랑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중국을 통하여 종마를 들여와 양마생산에 많은 노력을 했다.

말의 역할은 참으로 다양했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동물이었다. 우선 다른 가축이 할 수 없는 일을 인간에게 공헌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주인을 등에 업고 함께 전장을 누비며 목숨 바쳐 주인과 함께 싸웠다는 사실이다. 어떤 동물이 충직하게 무거운 사람을 등에 업고 등골이 파지도록 전속력으로 전장을 누빌 수 있겠는가. 다른 가축은 절대 불가능하다.

말이 인류에게 바친 공적이 전쟁뿐이겠는가! 물론 말이 있어 정복전쟁이 가능했으며, 타민족간의 문화가 합쳐지고, 효과적인 운송수단이 되어 무역이 이루어지고, 교통과 문화가 교류가 가능했다. 그것이 오늘날 인류가 빠른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기초가 되었던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학자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의 주장을 부인하기에는 말이 인류발전의 영향을 준 것이 너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현대인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시대를 활짝 열개된 통신수단의 원조가 바로 말이었다는 사실이다. 통신의 속도를 가장 빨리 가져 오게 된 동기가 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 했다고 본다.

흔히 말(馬)은 바람에 비유한다. 바람처럼 달려간다는 말(言)도 있다. 그만큼 속도를 대변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른 말이 통신에 이용된 것이다. 그 빠른 통신수단이 바로 역참(驛站)이다. 이 역참제도를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은 13세기 칭기즈칸(Jinghis Khan)이었다.

역참은 우리에도 낯설지 않다. 불과 수백 년 전 조선시대까지도 이용하던 통신수단이었다. 조선시대의 역참은 북발·서발·남발이 있는데, 북발(北撥)은 한양에서 경흥까지이고, 서발(西撥)은 한양에서 의주, 남발(南撥)은 한양에서 부산 동래까지를 말한다.

지금의 구파발과 말죽거리 역시 파발과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 한양에서 남쪽으로 떠나는 말들은 말죽거리에서 쉬면서 말한테 요기(療飢)를 시키고 편자나 말의 상태를 점검하여 시작하는 출발점다. 북발이나 서발 역시 구파발이 시작단계였다.

말은 그만큼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동물이었기에 조선시대만 해도 말 농사를 잘되게 해달라고 국보급 무당을 불러서 마조제(馬祖祭)라고 하는 국가의례를 올렸다. 그 터가 지금의 한양대학교 안에 마조단(馬祖壇) 터라고 있다.

6·25 이후 한반도의 말의 숫자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멸하다시피 하였지만, 경마의 활성화로 경주용말이 외국에서 수입되어 주종을 이루어 일부는 승용마로 용도 변경되어 사용되다가 요즘은 유럽에서 전문 승용마가 수입되고 있으며 정부도 말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승마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말은 예전만큼 쓰임새는 줄었지만 말의 해인만큼 말이 인류의 번영을 위하여 얼마나 희생한 공적이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고성규(대한청년기마대장·마구간승마클럽 대표)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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