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마 역사에서 씨수말로 한 때를 풍미했던 디디미.
피코센트럴, 컨셉트윈, 퍼펙트비전II, 사이코배블, 쾌도난마, 댄싱서패스, 에디터인치프, 레이저빔, 무척산, 에어더블린.
국내 경주마 생산 현장에서 종부활동을 지속하다 지난해 안타깝게 폐사와 은퇴로 씨수말로서 생을 마감한 ‘유전자원’들의 마명이다.
서러브레드 종 경주마의 혈통 가치와 잠재력을 중시, 경주 분석과 추리 때 고려는 물론 베팅에도 반영하는 마니아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들 씨수말 가운데는 지난해 교배시즌 오픈 전·후 갑자기 폐사함으로써 경주마 생산자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아쉬움을 안겨줬던 씨수말이 있다.
자마들의 경주성적과 수득상금 때문에 리딩 사이어 랭킹 최상위에 올라 마주와 감독들의 관심과 후대 망아지 구매가 한때 뜨거웠을 만큼 인기가 높았던 씨수말이 있다. 컨셉트윈이 대표적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최근 폐사한 씨수말도 10두를 상회한다. 크릭캣(2012년 3월12일), 양키빅터(2011년 2월11일), 포트스톡턴(2011년 5월30일), 디디미(2012년 12월22일), 더그룸이즈레드(2011년 1월27일), 러닝스테그(2012년 6월3일), 퍼팩트챔피언(2012년 4월7일), 해피째즈밴드(2012년 8월16일), 사일런트워리어(2012년 4월29일), 웍스라이크어덕(2012년 4월29일), 소셜차터(2012년 9월18일), 골드머니(2012년 9월25일) 등 열 두 필이다.
이 가운데 디디미는 한국 경마 역사에 ‘씨수말로서 한 때를 풍미했다’로 기록될 만한 훌륭한 씨수말이었다.
디디미가 국내에서 낳은 후대 중에는 주요 대상경주 우승마만 해도 수두룩해 여기서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을 정도다. 돌이켜 보면 디디미의 인기는 대단했다. 절정이었을 때 인기도가 지금 고공행진 중인 씨수말 메니피의 인기도보다 높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지난해 교배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씨수말은 리비어, 사이코배블, 서니마운틴, 퍼시픽바운티 등 4두이다. 이들보다 한 해 먼저 즉, 2012년에 해피째즈밴드, 사일런트워리어, 웍스라이크어덕 3두가 은퇴했는데, 고령과 쇠약해진 건강 상태가 주된 이유였다.
후대 말들의 총수득상금과 우승 자마 수, 자마 출전 횟수 등이 반영돼 정해지는 국내 씨수말 순위, 즉 랭킹은 지난해의 경우 메니피, 프리스트캠프, 비카, 피코센트럴, 불포니, 크릭캣, 엑스플로잇, 엑톤파크, 인그란디어, 양키빅터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톱 10’의 자마들은 마주들의 관심도와 선호도, 기대치와 실제 구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이미 데뷔 선을 보인 기존 경주마는 물론 올해 경마시즌 중 데뷔할 신마들 역시 관심을 모으고 높은 인기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톱 10’의 마명은 올해 경마시즌 판도 예측과 경주 관전 포인트에 기본적으로 포함시켜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마는 가문의 경쟁으로 묘사될 만큼 혈통이 중시되는 스포츠다. 따라서 부계와 모계의 혈통 가치와 잠재력, 기대치가 먼저 데뷔한 경주마들을 통해 드러나고, 무엇보다 상금수득과 직결되는 경주성적을 통해 가시화하면 형제, 자매지간이 되는 예비 경주마, 즉 육성 중인 망아지들에게는 물론 심지어 뱃속에 들어 있는 후대들에게도 영향이 파급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해마다 경마시즌 초에 데뷔하는 신마 중 이목이 집중되는 대상경주에서 우승, 위너스 서클에 우뚝 서게 되면 그의 아비와 어미는 물론 동생에 대한 검색이 부쩍 활발해지고 구매 타진과 상담이 활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출전마 간 각 승식별 배당률이 실시간으로 게시되는 전광게시판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기마에 대한 베팅 쏠림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혈통, 체격, 체형 등에서 기대치를 잔뜩 갖게 한 신마가 결과적으로 ‘대빵’은커녕 ‘풀빵’축에도 끼지 못하고 출전 때마다 하위에 그치고 들러리로 전락, 한숨이 절로 터지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속칭 ‘허당’이 적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마주들 사이에 “경주마 성적은 몸값 순이 아니 랍니다”란 자조가 회자했겠는가.
올해가 동양에서는 힘찬 기운과 도약을, 서양에서는 융성과 행운을 상징한다는 청마(靑馬)의 해라서 일까? 작년 시즌 중 기복이 심했던 경주마, 슬럼프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부진마, 불명예스런 ‘X말’ 꼬리표가 달렸던 경주마들이 청마의 힘찬 기운을 받아 건각으로 거듭나며 반전을 연출해주기를 바라고 기원하는 소박한 소망들이 여느 해 벽두보다 역력하게 감지됐다.
아무튼 말마다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드라마를 쓰고, 감동을 안겨주고, 관람객과 마주들이 환호 속에 적절한 관람 대가와 투자를 기꺼이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품격 높은 경마가 창출되기를 청마의 해 벽두에 간절히 소망한다.

이준영 주간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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