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가 달려온 길 24

1998년 4월 16일 제주경주마육성목장내에서 거행된 서러브레드 경주마 경매장 개장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98년 사상 처음 국내산 경주마 경매 실시…특별경주 시행도
코리안더비 창설, 경주마 국산화율 제고 획기적으로 파급 전환점

1998년 10월1일 영국에서 개최된 국제혈통서위원회(ISBC) 정기총회에서 마사회가 발간한 한국혈통서가 국제공인을 받음에 따라 한국은 국제공인의 혈통서를 발행하는 50번째 국가가 됐다. 이로써 그동안 세계경마계의 주변에 머물던 우리 경마는 자신있게 세계무대에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혈통서 국제공인

혈통서(Stud Book)란 영국에서 개량·발전시킨 서러브레드 경주마의 혈통을 유지할 목적으로 1793년 발간한 말 혈통서(General Stud Book)가 효시로, 일종의 ‘말 족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 자국의 혈통서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1976년 국제경마연맹(IFHA) 산하에 국제혈통서위원회(JSBC)가 설립돼 각국 서러브렛의 등록 및 혈통관리 업무를 관장하게 됐다.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매출액 면에서 세계 10위권내에 진입한 한국경마의 질적 성장과 세계무대 진출을 위해 시작한 한국혈통서 발간은 6년간의 땀으로 이룬 결과물이다. 마사회는 1992년 ISBC 사무국에 대표단을 보내 협조를 요청한 뒤 1994년 국제공인을 목표로 ‘마필등록업무 국제화 추진 5개년계획’을 수립했다. 준비단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나라 전역에 흩어져 있던 말 자원을 조사하고, 100년도 넘은 경마선진국들의 혈통서를 확보해 말들의 뿌리를 일일이 확인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1995년에는 혈통서 국제공인을 위해 필수적인 절차로 국제경마연맹(IFHA)이 제정한 경마와 생산에 관한 국제협약(IABR)의 주요 5개 조항에도 가입했다.
무에서 시작한 한국혈통서 창간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1998년 1월 초안이 만들어졌고, 1998년 7월에는 ISBC의 아시아지역 대표국인 일본과 인도의 추천을 받아 국제공인 심사를 거쳐 98국제혈통서위원회 정기총회에서 국제공인을 받게 됐다. 이로써 국내산마 생산 및 경마시행의 논리적 토대를 확보했고, 국제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얻게 됐다.
한편 혈통서 공인은 한국경마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됨과 동시에 경마시장 개방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따라서 이미 국제시장에 발걸음을 내디딘 이상 본격적인 개방 압력에 대비해 일정규모의 상금과 경주수준을 정하고 그에 걸맞은 세계 유명 경주마를 초청해, 우리의 시설과 기술로 국제경주를 개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국산마 경매시행

경주마 경매는 마주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마필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마 생산의욕을 고취시켜 국내산 마필의 질적 향상을 유도하며 국내산마 수급체계의 선진화 및 개인마주제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1998년 국산마 경매가 국내에서 처음 실시됐다. 이 경매는 국내산마 유통체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으며, 경매마 특별경주 시행(2000~2002년)과 경매마에게 우선입사 혜택을 주는 경주마 입사 T/O제를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2003년 이후 경매지원제도(특별경주, 우선입사혜택)가 중단되고 개별거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매시장이 침체됐다. 따라서 국내산마 유통체계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주마 거래가격 형성의 기본이 되는 경매시장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제도 보완 및 경매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국내산마 경매는 1998년 4월16일 처음 실시된 이후 4~5년간 국내산마 거래의 가장 핵심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첫해에는 280두가 상장돼 193두가 낙찰, 68.9%의 낙찰률을 보였으며 평균낙찰가는 1492만 원이었다. 이후 2002년까지 매년 200~300두가 상장돼 70%이상의 낙찰률을 보였으며 평균가도 소폭상승했다.
경매제도 도입초기에는 전체 거래두수 중 마사회의 보유두수가 많아 경매마의 비율이 높았으나 2003년부터 시장여건의 악화와 신뢰 저하로 경매시장이 위축됐다. 특히 생산두수 대비 마사회의 매입비율이 1998년 38%에서 2005년 14%로 줄었고, 경매마와 개별거래마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경매마 우대제도 폐지로 경매수수료 부담과 수송·관리에 따른 위험 부담 등으로 생산자가 개별거래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경매상장마의 질적 수준 저하에 따른 경매참여자의 기대저하도 경매거래를 위축시킨 요인이 됐다. 또한 2003년 도입된 1세마 경매(Yearing Sale)는 구매이후 사고발생에 따른 위험부담, 국내 후기육성시장 미비 등으로 점차 축소됐다.
따라서 마사회는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2006년 경매시장 활성화대책을 수립, 추진했다. △재경매제도·징계강화 등 경매제도 개선 △1세마 특별경매·2세마 트레이닝경매·혼합경매·브리즈업경매 등 경매시장 다각화 △온라인경매 △경매마 특별경주시행(2세마 1200m 경주) △교배권을 부여하는 경매참여 생산자 지원 △경매상장마 X레이 필름 및 조교장면 공개 등 경매서비스 제고 등이 골자였다.

코리안더비의 탄생

국내산마 생산기반 확대를 위해 창설된 제1회 코리안더비(총상금 2억 원)가 1998년 5월17일 서울경마장에서 개최됐다. 12만2909명이 경마장을 찾아 사상 최대의 입장객을 기록한 이날은 국산경주마가 경주로를 힘차게 질주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마사회는 경주마의 안정적 수급과 국적 있는 경마를 시행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국내산마 생산을 본격 추진한 결과, 1998년 경주마의 40%를 국산마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이는 1990년대 들어 해외 우수 씨수말을 도입, 생산농가 등에 무상교배를 실시하는 한편, 1995년 제주육성목장 개장을 계기로 국내산마 생산 및 육성기반을 더욱 다진 덕분이다.
국내산마 생산에 대한 경마팬의 관심이 높아지자 우수마 생산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3세마 더비경주 창설을 고려하게 됐다. 더비경주는 이렇듯 말을 생산하는 경마시행체로서 대외적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경마팬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경마의 대중화 및 건전레저 정착을 위해 창설된 것이다.
코리안더비는 1997년까지 상반기 최고의 경주로 시행했던 ‘무궁화배’의 경주조건을 바꿔 국내산 3세 암수말이 출주하는 1400m 국내산마 최고경주로 전환해 시행됐다. 더비경주는 1780년 영국의 더비경(卿) 에드워드 스미스 스탠리 백작에 의해 창설됐으며, 더비 스테이크스(Derby stakes)의 약칭이다. 당초 경주 명칭으로 ‘서울더비’ ‘무궁화더비’ 등 다양한 논의가 있었으나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상징할 수 있고 경마 대중홍보를 극대화 하기 위해 ‘코리안더비’로 결정했다.
경주거리는 국내 말생산과 조교관리가 완전히 정착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해 외국과 같은 2400m는 다소 무리가 있어 1800m, 1400m, 1200m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국내산마의 2세 도입시기가 당초보다 많이 늦어졌기 때문에 첫해에는 1400m로 시행하고, 향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부담중량은 외국과 같이 마령중량보다 다소 강한 부담으로 하여 우수마 발굴에 역점을 두었고, 그동안 암말이 강한 추세를 보여 수말에 대한 부담중량을 줄여줬으며, 거세마의 출주를 제한했다. 더비경주의 상금은 대상경주 중 최고인 그랑프리 수준(2억 원)으로 해 경주의 격을 높였으며, 더비경주 우승마라 하더라도 3세마인점을 감안해 향후 과도한 부담중량을 받지 않도록 수득상금의 5%만 조건상금에 반영토록 했다.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진 않았지만, 더비경주의 시행으로 국산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국산마 생산 활성화를 북돋는 계기가 됐다. 더비가 경주마 생산계에 미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5월에 더비가 열리면서 2세마의 경주투입 시기가 빨라졌고, 경주마자원 활용률이 높아진 것이다.
다비경주는 생산과 경마가 별개로 인식되어온 국내 풍토에서 향후 국내산마 생산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마필생산을 독려하고 생산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외국과 같은 3세마 경주체계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마사회는 안정적인 마필 수급과 지속적인 우수마 도입을 위해 더욱 힘을 쏟게 됐다.

>> 다음호에 계속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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