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설원이 깔린 얼음 호수 위에서 열린 제73회 거블린(Gubelin) 경마대회 장면.
KRA, 세계 경주마 수준 비교한 ‘경주마 랭킹’ 발표
국산마 수준 향상됐지만 국제무대 예선 통과 난항 전망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1928년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 올림픽에서는 꽁꽁 언 호수 위에서 열린 경마 경기 화이트 터프(White Turf)를 시범경기로 선보여 세계적 관심을 받은 유례가 있다.

만약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경마’가 채택된다면, 우리 국가대표마(馬)는 몇 위에 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국가대표마(馬)로는 ‘지금이순간’을 손꼽을 수 있다. ‘지금이순간’은 KRA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3 경주마 랭킹’에서 130포인트를 차지해 종합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6연승을 구가하고 서울마주협회장배와 제주도지사배를 포함 총 10경주에서 7경주를 우승한 화려한 전력 때문.

사실 국내 경주마는 그간 국제무대 출전 경력이 없어 2003년 도입된 외산마 ‘언어카운티들리’가 미국에서 3세 때 받은 점수를 기준으로 간접 비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최초로 열린 경마 한일전에서 1승(2위 1회)를 차지한 ‘와츠빌리지’가 국제경마연맹(IFHA)으로부터 최초로 국제 레이팅 100포인트를 받았고, 이를 기준으로 직접 비교가 가능해졌다. 이를 토대로 KRA는 지난해 랭킹 발표와 함께 국내 경주마들의 국제 경쟁력을 직접 비교 분석한 것.

하지만 결과는 암울하다. ‘2013 경주마 랭킹’에 따르면 한국 경주마 국가대표격인 ‘지금이순간’은 2013년 세계 서러브레드 랭킹(WTR) 공동 1위 ‘블랙캐비어(Black Caviar)’나 ‘트레브(Treve)’와 1800m 가상 대결을 펼칠 경우 55m 차로 패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시간상으로는 ‘블랙캐비어’나 ‘트레브’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약 3.8초 정도 후에나 ‘지금이순간’이 결승선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이순간’의 전력은 일본 1위(세계 랭킹 3위) ‘오르페브르(Orfevre)’에는 52.6m 차, 홍콩 1위(세계 랭킹 11위) ‘엠비셔스드래곤(Ambitous Dragon)’에도 40.6m 차로 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림픽으로 치면 아직은 국제무대 예선 통과도 어려운 격차가 있다.

‘2013 경주마 랭킹’을 담당한 KRA한국마사회 윤성호 핸디캡 위원은 “이번 경주마 랭킹에는 3위권 내 경주마가 모두 국산마일 정도로 국산마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국산마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지난해 최초 경주마 한일전을 통해 향상된 한국 경주마들의 기량을 세계무대에서 검증하는 기회를 마련했듯이 앞으로도 국제대회 출전, 국내산마 개량, 해외 원정마 선발 등 다각적 노력을 통해 세계 경마와의 격차를 좁혀 나갈 것”이라 말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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