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마
지난 29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산정권 수립 이래 첫 경마 시행
말의 지분참여로 일반인들 참여 유도, 공식적인 마권발매는 허용 안돼

세계 경마계의 ‘뜨거운 감자’ 중국 경마가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
유력 외신들은 지난 29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오리엔트 럭키 시티 경마장에서 정부가 승인한 중국 내 역사적인 첫 경마경기의 시행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고, 중국 관중 6,800명이 이날 경주를 관람하기 위해 운집했다고 전했다.
비록 전시적 성격의 시범경마이지만 중국 대륙에서의 합법적인 경마시행은 지난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한 이래 59년만의 일로, 이를 계기로 중국 본토내 본격적인 경마시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경기는 모두 4개의 경주가 치러졌다. 각 경주별로 약 3만위안씩 모두 12만위안(한화 약 2,570만원)의 상금이 걸렸으며, 이 상금은 성적에 따라 조교사, 기수 등 마필 관계자에게 배분되었다.
관심을 모은 베팅과 관련해서 공식적인 마권발매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금전을 통한 베팅 방식이 아닌 매 경주 입상이 예상되는 2두를 고르게 하고 그것을 적중한 사람에게는 중국 스포츠복권 위원회가 발행하는 즉석복권 20장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우한시에서는 앞으로 2주간 하루 5-7개의 경주가 시행될 예정이며, 마지막 주에는 우한시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세계경마축제”와 맞물려 토너먼트 식의 특별경주를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시범경마 동안 일정자격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주에 출전하는 말에 대한 지분참여가 가능토록 하여 성적에 따라 경주상금을 배분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베팅이 금지되고 있는 시행초기인 만큼 말에 대한 투자개념을 도입하여 일반인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려는 시행체의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경기관람을 위해 경마장을 찾은 변호사 댕 셴타오씨(40)는, “경주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매우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웠다. 특히 말에 대한 지분 투자에 관심이 기울여진다. 아마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보다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며, 이날 받은 즉석복권으로 12위안을 딴 것에 즐거워했다.
중국내 경마의 첫 포문을 연 우한시는 공산당이 집권하기 전까지 “경마 도시”로 불릴 만큼 경마가 성행한 바 있다.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마를 마약과 함께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철저히 금지시켜왔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쟈키클럽이 결성되고 비공식적으로 ‘비(非)베팅 경마’가 시행되는 등 변화의 바람을 타면서 급기야 2005년 홍콩 자본회사 “오리엔트 럭키 호스 그룹(OLHG)”이 우한시의 경마 인허가권을 따내 중국내 최초의 경마합법화를 이끌어냈다. OLHG의 CEO 잭키 우 씨는 홍콩경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그는 지난 10년간 홍콩경마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끌어들여 1백만평 규모의 부지에 경마장을 비롯해 2,000두의 경주마를 훈련,육성할 수 있는 마사시설을 건축하는 등 지금까지의 투자규모는 총 미화 1억8천만불(한화 2,6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시범경마를 주최한 우한 스포츠국의 왕셴슌 보좌관은 “시범 경마는 조만간 다가올 미래를 위한 준비차원”이라고 하며, “베팅이 승인되면 경주 전체의 질 뿐 아니라 중국경제 전반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팅이 구체적으로 언제쯤 허용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시범경마를 계기로 조만간 합법적인 베팅도 허용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관측에 대한 배경으로서, 베팅이 허용될 경우 중국 체육복권 진흥국이 추산한 중국내 마권 매출규모는 무려 137억불(한화 약 20조2천억원), 세수액만도 무려 한화 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으며, 매년 3백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관광수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아 중국정부가 그러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는 힘들 것이라는데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눈부시게 발전하는 중국 경제상황과 맞물려 최근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원정 도박자금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중국내 무허가 불법 도박 성행과 같은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중국 일부 지도부에서는 경마베팅 합법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국의 경마베팅 허가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한편 시범경마를 실시한 후베이성 우한을 비롯해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쓰촨(四川), 타이안(泰安) 등에서도 경마가 시행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베팅 합법화가 이루어질 경우 중국경마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서 세계경마계에 대(大)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서석훈 편집국장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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