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모인 승마장 대표들은 `원로`라 할 수 있을 만큼 업계에 오래 발 담았고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전국 승마장 대표들, 낙마 사고 판결 관련 간담회 가져
향후 승마장협의회 모임 정례화하고 정보 공유해야 지적


2년 전, 경기도 모처의 한 승마클럽에서 낙마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본지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사실을 전해 들었고 취재를 진행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승마산업계를 더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상황을 주시했다.
최근 이 문제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났다. 해당 승마클럽 대표에게 6억3천만 원의 과징금과 금고 1년·집행유예 1년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물게 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10일 월요일, 전국 각지의 승마장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번 판결에 대해 논의했다. 사건의 전후 과정 및 판결 과정과 문제점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이번 판결이 낙마사고와 관련된 ‘선례’로 남을 것을 우려하면서 향후 대책 마련을 모색한 자리였다.
이번 간담회에는 경기도승마연합회장 겸 홀스메이트승마클럽의 김기천 원장, 신갈승마클럽의 최태진 대표, 레이크밸리승마클럽의 이상학 대표, 부안 아리울승마장의 이영진 대표 등 수도권·경기 지역 외에도 강원·충청·전라·경상도 각지를 대표할 뿐 아니라 평소 승마업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승마장 대표 10여 명이 참석했다. 민감한 사안인만큼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 각지를 대표하는 승마장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 지역 상황이나 최근 승마장 운영은 어떤가.
생활체육 승마 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승마장 경영자들도 승용마 개량 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말이 승마장 아니면 나갈 곳이 없다. 경기도 에코팜랜드 인근에 마련된 승마 외승 코스처럼 전국적으로 말(馬) 길이 자연 발생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이 길에 작은 규모로라도 농어촌형 승마장이 세워지고 장제소를 비롯해 관련 업종 등이 들어서면 그 자체가 곧 말산업 클러스터가 된다고 본다.
현재 비영리 (가칭)경기말산업발전협동조합을 추진하기 위해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우리가 힘을 합쳐 한목소리를 내야 각 지자체와 시도가 움직인다. 타 축산업계에는 이런 단체들이 업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데 우리는 너무 조용해 책정된 예산마저도 까먹고 있는 현실이다.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어린이 승마교실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래야 우리 승마산업계도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험 문제도 승마장 경영의 어려움으로 손꼽힌다.
대한승마협회나 국민생활체육 전국승마연합회가 체육 단체이기는 하지만 승마장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등한시했다. 대표적인 게 보험 문제다. 허가를 받고 보험을 드는 비용이 클 뿐 아니라 적게는 150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제각각이다. 우리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상황까지 됐기에 누가 제도를 만들어주고 지원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특히 일회성 성격이 큰 외승이나 자마회원 관리를 위해서도 보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추진하는 경기말산업발전협동조합에서 회원들이 정확하고 올바른 조건에 따라 단체 가입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 이번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되는가.
우리(사고가 난 승마클럽)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승마 강습을 하며 승마에 대해 더 잘 알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동호회 모임도 몇 번 하다가 안전 문제도 있고 시설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일절 받고 있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마사과가 있는 한 고등학교 선생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L 교관을 데려왔다. 지내다 보니 직원들에게 함부로 하고 인사권까지 휘두르는 등 인격이 형편 없어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L 교관이 자신이 활동하는 곳이라며 P 동호회 사람들을 데려왔다. 그 사실도 사고가 있기 전날 알아서 앞으로는 동호회 모임을 받지 말라고 했다.
결국 그 다음날 사고가 터졌다. P 동호회장이 생활체육 1급 자격증이 있다며 말만 대여해 달라고 했다. 실내마장 문이 열린 상태에서 기승하다가 사고가 났고, 사고 당사자는 뇌사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L 교관과 P 동호회는 100% 우리 승마장 잘못이며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 기승 지도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당시 모 은행의 신입사원이었던 사망자의 근로 상실 소득분 8억 원, 유가족 위자료 6천만 원 등 총 9억 원이 넘는 금액이 손해배상 청구됐다. 고인이 다녔던 회사가 압류를 걸어 7억 원을 공탁금으로 내놓고 재판을 했고, 6억3천만 원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오게 됐다. 또 실내마장 문을 닫지 않은 관리 책임으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1년 형사 판결도 받았다. 손해배상 문제는 고등법원에서 기각했고, 결국 대법원에 최종 항소를 하지 않았다.

- 이번 판결에 대한 승마장 대표들의 생각은 어떤가.
판결이 나기 전에 이 사실을 탄원하고 억울한 점을 언론에 미리 알렸어야 했는데 그 점은 아쉽다. 판결에도 문제가 있다. 상식 이하인 최악의 판결이다.
사회 일반 통념상 사고 승마장 대표가 민사상 책임을 지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표가 실내마장 문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책임을 문 것은 억울하다. 직원이 시설 수리를 요구했는데 대표가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사고가 났다면 문제다. 대표이기에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있지만, 승마를 할 때마다 실내마장의 문을 열고 닫고 하는 건 일일이 관여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승마업계에 처음 있는 일인데, 판례로 남아 사고 승마장뿐 아니라 전체 승마장, 승마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실내마장 문을 닫지 않아 형사처벌을 한 이번 판결은 승마를 하다가 무언가 툭 떨어져 다치든가 고리에 걸리든가 하는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는 승마산업계 전체를 위협하는 일이다. 이번 판결이 판례로 남으면 큰일이다.
이런 판결대로라면 누가 승마장을 할 수 있는가? 상식을 벗어난 판결을 따라서는 승마장 영업을 할 수 없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지 조목조목 따져 탄원해야 한다.

- 한 승마장의 문제, 한 번의 사고가 아니다. 승마산업계 전체를 뒤흔들 이번 판결에 대해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는 분을 통해 변호사 선임도 했지만, 승마 쪽은 생소해 답답했다. 승마 전담 변호사도 필요하다. 협회가 있어야 자문도 받고 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
또 문제가 된 실내마장 문의 개폐 여부는 법원이 승마 관련 법률에서 ‘펜스 90cm’ 조항을 적용해 문제 삼은 것 같다. 단, 승마장 운영에 관한 법률은 현재 없는 만큼 승마장 대표들이 이를 주장해 설득시켜야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자기 일처럼 공통의 관심사로 가지고 가야 한다. 상식에 안 맞는 판결이 났으니 승마장 대표들이 연대해 판결에 대해 항의하고 인맥이 닿는 데까지 힘써서 알아보고 전국적으로 탄원에 나서야 한다. 참고인, 증인 신청을 하면 우리 모두가 나서겠다. 우리끼리 쉬쉬해서는 안 된다. 언론에 성명서도 발표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이라도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말하는 것 자체, 우리의 경험 자체가 하나의 사례다. 모임을 만들면 반대파도 있고 비허가 승마장의 합류 문제 등도 있지만, 밥이라도 먹으며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급한 일이 생기면 아는 사람에게만 물어서는 정보를 제대로 공유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미리 알았더라면 진즉 함께 대응했을 것이고 판결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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