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경주장면
세계 경마선진국 ‘더비’축제로 술렁 … ‘더비’로 혈통스포츠 완성
명마의 등용문 ‘코리안더비’ … 2014 코리안더비 출전마 몸값 11억 원

5월은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더비가 개최되면서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국 엡섬더비와 켄터키더비는 5월 3일 펼쳐져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경마 종주국 영국을 더욱 영국답게 만드는 엡섬더비와 현대경마의 최고봉이라는 미국을 대표하는 켄터키더비는 국내 경마팬들에겐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다.
한국경마에는 코리안더비가 있다.
서울과 부산경남의 최고 스타경주마들이 출전해 ‘경부선 더비’로 불리기도 하는 코리안더비는 총 상금 16억 원이 걸린 삼관경주(Triple Crown)의 두 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경주마가 일생동안 단한번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대회가 5월 18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화려한 막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5월 최고의 빅이벤트 코리안더비에 대한 경마팬과 경마관계자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리안더비에 출전할 수 있는 경주마의 수는 최대 16두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지금 상황에선 너무나 늦은 3세라는 나이에 경주마가 데뷔를 했지만, 이제 2세마에 데뷔를 하기 때문에 3세마가 출전하는 코리안더비는 정상을 향하는 예비명마들의 필수코스가 아닐 수 없다.
매년 수백두의 예비경주마가 탄생을 하는 가운데, 경주마가 되기까지 수많은 경쟁과 난관을 뚫어야 한다. 현재 서울과 부경에 등록된 3세마가 900여두에 달하는 가운데 16두에 포함되기 위해선 뛰어난 실력은 필수일 수밖에 없다.
모든 대회가 그렇지만 동기부여가 더욱 확실하기 때문인데, 우선 3개 대회 가운데 코리안더비의 경주상금은 총 6억 원으로 나머지 두 개 대회(각 5억)에 비해 높다. 많은 상금이 걸려있고, 경주마 신인왕으로 가는 확실한 티켓이기에 각 경주마들은 코리안더비에 사활을 건다. 다른 대회에 비해 많은 상금 때문일까 이번 코리안더비에 출전을 예고하고 나선 경주마들의 몸값이 무려 11억원을 넘는다. 우승열패와 보는 이들이 느끼게 되는 흥미는 정비례 하기 마련, 더비경주가 열리는 날 과천벌은 일 년에 한번 열리는 코리안더비를 관전하기 위해 매년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다.
미국인은 일생에 한 번 꼭 보아야 할 스포츠 경기로 슈퍼볼, 월드시리즈와 함께 켄터키더비를 꼽는다. 한국 경마팬이라면 코리안더비는 꼭 챙겨봐야 한다.

△ ‘더비’는 세계 축제
스포츠에 레저개념이 추가되면서 일반인들의 레저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더비’이다. ‘더비’는 스포츠 전반에 걸쳐 라이벌팀 간의 대결을 일컫는 용어로 팬들에게 흥분과 관전의 묘미를 기대케 한다.
경마에서 파생된 ‘더비’의 역사는 1779년 영국의 더비(Derby) 백작과 찰스 번버리(Charles Bunbury) 경이 한 파티에서 3세 경주말이 대결하는 경주를 창설하기로 뜻을 모은 데서 시작한다.
1779년 더비 백작이 해밀톤이라는 여자와 결혼을 하면서 귀족들의 풍습에 따라 경마대회를 열게 되었다. 유별난 일을 잘 벌였던 더비 백작은 결혼기념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구상했다.
당시 영국 엡섬 지역의 경마는 5세 이상의 나이 든 토종말이 참가하는 2마일(3천2백m) 또는 3마일(4천8백m) 장거리 경주가 대부분이었는데, 당시 경마계에서는 ‘어린 말에 스피드를 요구하는 경주를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결국 1780년 5월 제1회 더비 대회가 열렸고, 이후 1·2차 세계대전 중에도 중단되지 않고 계속 열려 전통과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영국 엡섬에서 시작된 더비는 현대경마를 중흥기로 이끈 미국경마의 켄터키 더비에서 정점을 기록하고 있다.
‘켄터키 더비’는 월드시리즈(7.2%), 마스터스 골프대회(8%)를 제치고 2012년 전미 스포츠 중계 시청률 6위(9%)에 오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대중적인 축제이다.
불과 2분여 동안 펼쳐지는 경마대회를 위해, 루이빌에는 미 최대 불꽃놀이 ‘썬더 오버 루이빌(Thunder Over Louisville)’을 비롯해, 대규모 퍼레이드, 마라톤 대회, 패션쇼 등 총 70여개의 페스티벌이 동시 다발적으로 열린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011년 추산 무려 1억 2,790만 달러에 달할 정도다.
경마를 시행하는 나라라면 ‘더비’라고 부르는 경주를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계절을 달리하는 남반구와 북반구의 시행시기가 다소 차이가 나지만 경마를 ‘혈통스포츠’로 완성하는 중요한 절차가 바로 더비라 할 수 있겠다.
호주 더비, 프렌치 더비, 독일 더비, 홍콩 더비, 이탈리안 더비, 아이리쉬 더비, 뉴질랜드 더비, 싱가포르 더비, 일본 더비 등 많은 더비들이 있다. 홍콩 더비와 싱가포르 더비 등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더비는 3세마들만 출전할 수 있다. 그래서 각국의 더비는 최고의 3세마를 뽑는 경마대회로 여겨진다.

△ 경주마 생산 활성 요람 ‘코리안더비’
한국에도 더비가 있다. 5월 18일(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리는 제17회 코리안더비는 렛츠런파크 서울과 부산경남의 최고 스타경주마들이 출전해 ‘경부선 더비’로 불리기도 한다.
코리안더비는 총 상금 16억 원이 걸린 삼관경주(Triple Crown)의 두 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4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열린 KRA컵마일과 5월 코리안더비, 10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까지 우승하면 경주마 최고의 영예인 삼관마가 된다.

코리안더비 뒤에 붙는 `GI`은 `Grade I`의 줄임말로, 최고 권위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경마대회에는 일반 경마대회인 ‘Listed’와 상급 경마대회인 `Grade`로 나뉘는데 Grade 경주에서도 `GI`경주는 코리안더비와 함께 대통령배, 그랑프리 단 3개 대회뿐이다. 경주의 격이 높아질수록 경주에 따르는 상금도 함께 올라가는데, 국내 경마대회 중 단 세 개가 시행 중인 GI 경주의 상금은 평균 6.3억 원이다.(코리안더비와 그랑프리는 각 6억, 대통령배는 7억) 참고로 국내산 6군 경주마가 출전할 수 있는 일반경주 의 상금이 3천만 원이니 ‘GI 경마대회’의 상금이 무려 21배에 달하는 것이다.
상금규모도 그렇지만 3세마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지는 코리안더비의 경우 해당 경주마 일생에 단 한번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인 까닭에 경마계에서는 ‘출전’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한 조교사는 “3세 경주마 대회 중 유일한 GI경주인 코리안더비는 신인왕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해당마필의 수준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1998년 국산마 생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우수마 생산에 대한 경주마 생산자들의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기존 무궁화배 경마대회를 코리안더비로 변경하면서 3관경주의 기틀을 마련했다.
카지노와 경륜, 경정, 경견 등 동종 라이벌 산업의 등장으로 인한 경마산업의 침체 속에서도 더비와 같은 주요 경주는 이벤트화된 상품으로서 여전히 경마시행국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각 나라 경마 시행체들은 말에 대한 능력검증 수단으로서 더비 경주 뿐아니라 3세마 경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3세마가 된다는 것은 경마계에 자기의 혈통을 남기든가, 아니면 조기 도태될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더비 경주에서 검증을 마친 3세마들은 대개 생산에 조기 환원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경마는 곧 생산’이라는 방정식을 성립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코리안더비의 시행은 한국경마가 경마와 생산을 확고하게 연계시키는 본격적인 출발을 의미한하는 것이다.
그동안 코리안더비 우승마가 이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징크스를 보여 일부에선 코리안더비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부경경마공원이 코리안더비에 합류한 후부터는 더비 우승마들이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지난해 은퇴한 ‘지금이순간’은 코리안더비 우승마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고 생산 참여를 위해 씨수말로 전환되는 등 코리안더비 우승마의 성공 사례가 늘고 있어 코리안더비에 대한 관심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 2014 코리안더비 출전마 몸값 무려 11억 원
일생에 단 한 번 출전할 수 있는 코리안더비에는 3세마라고 해서 누구나가 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행 경마시행규정상 경마대회는 총 16두(오픈경주)까지 출전 가능하며 이 중 서울이 9장, 부경이 7장으로 출전권이 배분된다. 현재 렛츠런파크 서울의 국내산 3세마는 557마리이니 무려 ‘61.9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출전할 수 있는 것.
한국마사회의 경마시행규정에 따르면 경마대회의 경우 출전 우선순위는 ① 상위군 ② 특별-대상경주의 승수 ③ 최근 1년 승군점수 ④ 최근 6개월 승군점수 순에 의해 결정된다. 모든 조건이 더욱 우수한 말에게 유리한 조건이므로, 기본적으로 성적이 좋았던 말에게 유리하게 작용된다.

2014년 코리안더비(GI)의 경우 서울에 배정된 9장의 티켓 중 8장을 사용하면서 나머지 한 장의 티켓은 부경소속 경주마들에게 넘어갔다. 이에 따라 서울과 부경 각 8두씩 총 16마리의 경주마들이 출전하게 되는데, 이 마필들의 몸값의 합은 무려 11억 2,800만 원에 달한다. 출전마필 중 가장 몸값이 비싼 마필은 ‘퀸즈블레이드’로 경매가가 무려 2억 6천만 원이었으며, 최저가 경주마는 1천만 원의 ‘흑강자’로 집계되었다. 여기에 코리안더비의 경주상금인 6억 원과 예상매출액 약 50억 원을 더하면 한 경주의 가치는 약 67억 원을 호가한다. 경주마들을 관리하는데 매월 들어가는 비용(약 170만원)은 더하지 않은 금액이다.

△ 코리안더비 출전 예정마 몸값(경매가) 내역
소속 마명 몸값(경매가) 조교사 비고
서울 청룡비상 50,000,000 김점오 KRA컵마일 우승마
서울 장산호랑이 125,000,000 김점오
서울 푸른거탑 80,000,000 지용철
서울 클린업스피드 65,000,000 서인석
서울 라온모리스 30,000,000 이신영
서울 정상비마 81,000,000 박희철
서울 가문의축제 60,000,000(추정치) 박대흥
서울 큐피드걸 35,000,000 박재우

부경 강치 50,000,000 라이스
부경 퀸즈블레이드 260,000,000 김영관 몸값1위
부경 와일드러시 60,000,000(추정치) 김영관
부경 길버트 37,500,000 민장기
부경 남도트리오 60,000,000 백광열
부경 금포스카이 70,000,000 권승주
부경 흑강자 10,000,000 울즐리 최저 몸값
부경 네버신비포 55,000,000 울즐리

올해 코리안더비는 다양한 관심거리를 내포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대회가 될 전망이다.
우선 서울-부경, 1:1의 오픈경주 균형추 어느 쪽으로 기울까에 관심이 집중된다. 2014년 현재 두 차례 오픈경주를 치렀다. 첫 오픈경주였던 지난 3월 뚝섬배(GⅢ) 우승은 부경이었지만 두 번째 대회였던 KRA컵 마일(GⅡ)에서는 서울이 우승을 차지해 승부의 추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이제 다음 주면 현재 1:1인 스코어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우승컵이 서울에 머물지 경부선을 타고 부경으로 떠날지도 재미있는 관전포인트다.
‘청룡비상’의 2관 달성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2008년 서울 부경간 통합 삼관경주 시행 후 2009년 ‘상승일로’가 유일하게 KRA컵 마일과 코리안더비 동시 우승 차지했다. KRA컵 마일(GⅡ)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단승식 21.5배)우승을 차지한 ‘청룡비상’이기에 ‘상승일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2관 달성 가능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이다. 당시 인기순위 6위에 불과했지만 “브리더스컵에서 우승했던 말은 3관 경주에서 부진하다”는 속설에 평가절하 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코리안더비에서의 선전이 기대된다.
2억 6천만 원이라는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퀸즈블레이드’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부경 소속으로 이번 경주에 출전하는 ‘퀸즈블레이드’는 출전하는 16마리 마필 중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1억 2,500만원으로 몸값 2위인 ‘장산호랑이’와도 무려 두 배가 넘는 차이가 난다. 한편 출전마필 중 최저 경매가를 기록하고 있는 부경의 ‘흑강자’로, 도입된 가격은 불과 1천만 원이다. 두 마필의 가격 차이는 26배 차이. 무려 26배의 몸값차이가 존재하는 두 마필이 한 경주에 편성되어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지만 최고 몸값의 경주마가 제 값을 해낼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일도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코리안더비는 출전만으로도 엄청난 것이라지만 ‘퀸즈블레이드’의 경우엔 이겨야 본전일 것이다.
상금과 명예가 동시에 걸린 큰 대회에 임하는 조교사들의 경쟁도 흥미진진하다. 부경의 경우 현재 조교사 다승 선두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김영관 조교사와 울즐리 조교사의 대결이 관심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퀸즈블레이드’와 함께 ‘와일드러시’를 출전시켰으며 울즐리 조교사 역시 ‘네버신비포’와 ‘흑강자’를 출전시킨다. 한편 김영관 조교사의 ‘퀸즈블레이드’와 울즐리 조교사의 ‘흑강자’는 각각 이번 경주에 출전하는 최고, 최저가 마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도 신흥 3인방을 눈여겨봐야겠다. 주인공은 이신영, 박재우, 서인석 조교사로 모두 개업한지 아직 5년이 안된 신예이다. 이신영 조교사는 기수출신, 박재우-서인석 조교사는 마필관리사 출신이다. 서인석, 이신영 조교사는 이미 경마대회에서의 우승경험이 있지만 박재우 조교사는 아직까지 경마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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