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 김동수 (사)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장

안산 대부도 베르아델승마클럽에서 만난 김동수 (사)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장.
후학 양성·선진 기술 공유·보수 교육 통해 기술 발전 노력
발 ‘씻겨주는’ 특별한 애마인으로서 말에 대한 애정도 각별
장제산업 성장해야 말산업 육성 가능 지적…지원·관심 절실

발은 생물의 건강과 직결되는 신체 부위다. 발을 닦아준다는 행위는 상대를 가장 존중하는 의사표현이자 회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박지성의 발, 김연아의 발,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내와 노력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다.
말에게도 발은 중요하다. 하지만 말은 자기 발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다. 장제사, 말발굽기술자는 말을 그저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말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말산업 직업군에 있어 특히 중요하다. 올해 초 정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을 허가(제671호)를 받고 정식 출범한 (사)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 김동수 회장을 만나 말발굽기술자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었다.

- (사)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가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고 정식 출범했다.
말발굽기술자가 전문 직업군에 속하는 만큼 정부에서는 협회를 통한 교육 사업 지원과 자격증 취득에 도움을 주길 원한다. 이번에 서라벌대와 포항대, 한국생명과학고와 함께 장제 분야 업무 협약을 맺은 것도 말산업 인재들과 후학들에게 기술 전수를 위한 차원이다.
교육 사업 지원을 위해 기존 장제사들, 말발굽기술자들의 기술을 공유 연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 보수 교육도 매달 실시하고 있다.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내년에는 관련 학교와 연계해 해외연수도 가고 외국 전문가들도 초청할 예정이다.

- 말발굽기술자에 대해 말산업계 관계자들도 잘 모르고 있을 만큼 전문적인 분야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있어서 정식 출범식을 연기한 상태지만 홈페이지(http://koreanfarriers.com)도 새로 개편해 만들고 관련 정보와 칼럼을 지속적으로 올리며 협회를 알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회원들, 말산업계 관계자들 누구나 장제, 말발굽관리사의 일에 대해 알고 배울 수 있도록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지금 국내 말산업계는 장제에 대해 눈을 뜨고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 말발굽기술자가 되기 위해 지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협회에서는 교육 지원과 기술 개발을 통해 후학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그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포천에 연구센터도 만들어 장제 연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특히 승마장과 연계해 이상이 있는 말을 직접 보고 토론 연구하고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또 미국 장제 유관 단체와도 업무 협약을 맺어 기술과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 한국 사람은 손기술이 좋다. 우리나라 장제 기술은 세계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말산업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 세계적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워낙 우리 말산업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수의사와 같이 수시로 연구 발표하는 등 제반 연구 문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에 우리도 벤치마킹을 해 기술력 향상을 꾀할 시점이다. 외국과 자주 왕래해 연구 자료를 습득하고, 외국의 장제 대회에도 참가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세계 장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협회의 1차 목표는 국내 장제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 국가기술 자격증이 생겼지만 현장의 문제점들도 많이 있다는 지적이다.
3급 자격으로 첫해에 2명, 지난해 7명이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장제는 최소 3년 이상 현장 경험이 필요한 전문적인 일이다. 이론 공부를 해서 급수에 맞는 기술 자격증을 따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장 경험은 필수다. 국가 지정 기관에서도 장제사, 말발굽관리사를 모집할 때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
또 전국 각지의 승마장, 목장 등에서 말 관리가 외국인 손에서 이뤄지고 있는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말 관리는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돈 문제 때문에 하지 않거나, 하찮게 여기는 인식, 풍토가 고쳐져야 한다.

- 세간에서는 ‘억대 연봉’ 등으로 화려한 모습만 알려졌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바로 장제가 아닐 듯싶다.
말 운동기 질환 가운데 7~80%가 바로 말발굽과 관련 있다. 수의사도 그렇지만 장제사, 말발굽기술자가 치료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저나 우리 협회원들, 전국의 말발굽기술사 분들이 전국 곳곳을 누비며 가장 밑바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 말발굽기술자는 말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직업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만큼 대우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승마대회가 있으면 개인 사비를 들여 지원을 나가는 실정이다. 각종 사고에 노출돼 있기에 대회 때만큼은 협회가 지원을 해 수의사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 장제산업 성장 없이는 말산업 육성은 어렵지만, 지원과 관심이 미미하다.
서양 속담에 ‘발굽이 없으면 말도 없다(No hoof, no horse)’는 말이 있다. 장제산업의 성장 없이 말산업 육성은 어렵다. 그만큼 장제산업은 말산업 육성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동반 성장해야 하는 분야지만 그 환경은 극히 열악한 실정이다.
말발굽 관리 분야에 대한 애정을 갖고, 말산업 육성에 있어 장제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말발굽기술자협회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정부와 KRA한국마사회도 우리 협회와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말발굽기술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국내 장제산업에 많은 지원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 ‘발 씻겨주는 애마인’으로서 말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할 것 같다. 말발굽을 관리하는 기술자로서 가장 보람될 때는 언제인가.
말발굽기술자는 말을 잘 관리하며 잘 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발굽이 아픈 말을 잘 치료하고 장제해서 정상적으로 뛰게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또 관리하는 말이 대회에 나가 1등을 할 때도 기분이 좋다. 그럴 때는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 우리나라 말산업 발전을 위해 시급한 일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아직 ‘말 문화’가 없다. 기마민족이라지만 우리 전통의 말이 무엇인지 찾지도 못하고 그 뿌리를 잃었다. 문화 없이는 말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또한 하루빨리 우리나라 승용마의 혈통도 찾아 정립하고 국내에서 이를 육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말산업에 있어 가장 부가가치가 큰 부분은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는 일이다. 우리가 육성한 말이 세계대회에 나가 입상하면 우리나라 말산업의 경쟁력이 생긴다.
말산업 발전을 진정 원한다면, 각 전문가들이 서로 토론할 수 있는 모임, 단체가 있어야 한다. 진짜 말을 다루고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고 함께 연구해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