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마주제경마로 전환된 이후 2000년대 초까지 한국에서 경마산업은 불황을 모르는 승승장구의 불패산업으로 그 위세를 떨쳤다. ‘불경기일수록 경마는 흥행한다’는 말이 시중에 나돌 정도로 경마의 인기는 높았다. 비록 경륜과 경정, 카지노와 로또복권, 스포츠토토 등이 경쟁산업으로 부각되었지만 경마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나 꺾이지 않을 것 같던 경마산업의 성장세는 2006년 ‘바다이야기’로 촉발된 불법도박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맞물려 국가가 합법화하며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각 사행사업에 대해 관리·감독 기능을 부여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족을 하면서 경마산업은 내외부적으로 각종 규제책에 휩싸이면서 성장동력을 잃고 말았다.

경마가 각종 규제와 통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FTA 등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농촌경제를 살리 대안으로 말산업육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자유무역의 도도한 물결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농어촌의 대체산업으로 말산업을 육성하자는 ‘말산업육성법’이 2011년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경마산업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기회를 잡았다.

그동안 경마라는 극히 일부로 치부되던 말관련 산업이 드디어 말산업이라는 폭넓은 영역으로 외연이 확대되고, 국내 말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면서 그동안 산업군에서 소외되었던 말산업이 새로운 산업군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말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의 지자체들이 저마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여타 농축산 관련 산업에서 인식을 확대하여 말산업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시작했다.

아직 대한민국 말산업은 가야할 길이 너무도 멀다. 한편에서 승마를 위한 법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관련 단체와 많은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시민들에게 우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승마사업에만 치중을 하다보니 말산업육성법의 범위를 축소시키며, 말 두수 확대는 소폭에 그치며 승용마의 활용두수만이 늘어나 마필 가격을 상승시키는 역효과가 염려되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말산업 육성법을 근거로 2012년 7월 말산업을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산업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최근에는 종합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승마장 개설 및 개보수 시설 지원, 전문인력양성, 말산업특구 지정 등을 통해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수요확충 측면에서 체험승마 및 승마대회 확대, 말페스티벌 개최, 승마장 정보 제공 등을 구축하는 한편 관련 업계의 경영 개선을 위해 경영 컨설팅, 통계조사 기반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말산업 육성 예산은 37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5억원을 증가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기존의 지원정책보다는 말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이 각광을 받으면서 창조형 레저스포츠관광으로 문화 확산 차원에서 ‘타는 말 대중화’를 위한 산업육성 ‘시즌 2’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말산업이 국가경제와 농촌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구제역과 같은 축산업계의 충격으로, 소와 돼지 위주였던 축산농민들이 병마에 강하고 미래 고부가가치까지 기대되는 말 키우기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이에 더해 베팅 비즈니스의 일종인 말 경주를 즐기기 위해 경마장을 찾는 가족단위 고객들과 레저형 생활스포츠로 승마를 체험하려는 인구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말은 경마와 승마 등 체육·여가활동에 애용되는 것은 물론 관광·치료·문화상품으로도 이용 가치가 높고 말고기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식용말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말은 농가에서 키우기만 하는 가축이 아니라 다양한 복합 상품화가 가능한 콘텐츠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말산업 육성정책 또한 특구 지정만이 아닌 콘텐츠 개발을 통한 미래산업화를 추구해야 말산업육성법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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