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용산 장외발매소 시범개장을 둘러싸고 이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연합하여 반대 대책위를 만들어 1년여에 걸쳐 용산 장외발매소 이전을 저지하더니, 시범개장을 한 이후에는 아예 장외발매소 앞을 가로막고 경마팬들의 입장을 온 몸으로 막는 영업방해도 서슴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책위 이름도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다. 장외발매소의 공식 명칭은 여러 차례 바뀌어 지금은 ‘렛츠런ccc △△’를 사용한다. 최소한 ‘렛츠런ccc용산 추방대책위원회’라고 써야하지 않을까? 아예 대화에 응하지도 않았으면서 1년이나 기다린 후에 개장을 했는데도 기습개장을 했다고 난리법석이다. 주변 학교와 235m 밖에 떨어져 있질 않아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받게 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힌 사람들이 불법행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과연 장외발매소가 정상 운영이 된다면 주변을 슬럼화시키고 학생들을 폭력에 노출시키는 절대악이 될 것인가? 이 땅에 경마가 시행된 지 100년이 다가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한국경마는 식민통치 정책의 한 수단이었다는 원천적으로 부정적 시각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100년의 시간을 채 보내기도 전에 한국경마는 뚜렷한 놀거리가 부족했던 국민들에게 많은 각광을 받고, 한해 2000만명에 이르는 누적 입장인원을 자랑하며, 매출면에서 세계 7위라는 규모로 성장했다. 하루 20만 명이 경마를 즐기고 있지만, 오랜기간 누적된 편견으로 인해 아직도 대부분 경마팬들은 가족과 주위에 경마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과연 경마는 도박인가? 라는 질문은 사실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세계 120개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경마가 도박이라면, 경마선진국이라는 곳은 그야말로 도박천국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마선진국에서 펼쳐지는 유명한 경마대회를 부러워하고, 그들의 경마축제 결과에 눈과 귀를 집중한다.

경마는 도박이 아니다? 이 짧은 한 문장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갑론을박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경마를 단순한 시각으로 본다면, 경주마와 기수가 현장에서 경주를 뛰고, 고객들은 이에 따라 베팅을 해 도박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경마의 본질은 단순한 베팅이 아니다.

경마의 기원은 인간이 말을 가축화한 시기와 같을 만큼 오래되었다. 그리스 시인인 호메로스의 에 전차경주의 기록이 있고, 가 경마를 가장 최초로 묘사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는 이후 공식적으로 경마에 대해 기록된 문헌이다. BC776년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제전에도 기마경기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역대 최초로 4두의 마필이 이끄는 ‘아킬레우스배 특별경주’다.

이후 경마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생긴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과거 유럽에서는 왕이나 귀족들이 전쟁에 대비해 많은 군마를 육성했던 시기로 많은 군마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수한 군마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말의 생명은 빠른 스피드라서 당장 달려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귀족층들은 가장 빠른 말을 가리기 위해 경주를 벌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경마의 시작이었다. 당시 경주를 보기 위해 구경꾼들이 몰렸고, 사람들은 경주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내기를 하게 된 것이다. 이후 경마는 귀족들의 스포츠로 자리 잡으며 ‘Sports Of Kings’ 즉 ‘왕들의 스포츠’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이후 경마는 전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지금은 국민소득 5000불 이상의 국가는 대부분 시행하는 ‘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경마는 ‘도박의 황제’이고 경마팬은 ‘도박꾼’이며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으니 개탄스런 현실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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