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가 예시장을 돌고있다.
세계적인 놀이문화·레저·관람·혈통스포츠 ‘경마’
고(高) 부가치 창출하는 경제동물인 경주마가 경마의 핵심
보편성·다양성·산업성, 전 세계 120여 국가 경마 시행 중

경주마(Racehorse)는 혈통적 가치가 위대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천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유전자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주마가 가장 핵심 도구인 경마는 실로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인 놀이문화로, 레저로, 관람스포츠로, 혈통스포츠 등으로 인식돼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국가경제 기여도와 고용 창출 효과가 어마어마한 산업으로 발전, 각광을 받아 왔다.
이 같은 보편성과 다양성, 산업성은 세계 경마 역사와 핵심 토대인 경주마산업 등 연관 산업 유발 효과와 변천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 수는 100을 훨씬 상회한다. 이는 보편성과 다양성을 입증해 주는 확실한 근거다.
경마산업은 세계적으로 서러브렛이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 위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역사만 해도 300년이 넘는다. 177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경마산업은 전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가 지금은 세계 120여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경마는 글로벌화된 산업으로 경마를 시행하는 각국에서는 저마다 경마산업을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각 나라들은 누가 더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는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경마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세계를 제패하는 경주마가 미국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경마산업의 중심이 유럽에서 북미나 남미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구촌의 대표적인 말산업 선진국들인 호주,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경마산업은 국가경제와 지역경제, 고용 창출 기여도가 막대한 기간산업으로 오래전에 자리매김, 성장을 구가해 왔다.
최근 경기 침체 국면 속에 사양화 기미가 가시화하는 등 위축되는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새로운 경쟁 산업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경쟁이 심화하는 시장 여건 변화로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과 전망도 내려지고 있긴 하지만 기간산업으로서의 위상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KRA(한국마사회)가 지난 2010년에 펴낸 ‘세계의 경마장’이란 책을 펼쳐 보면 120여개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마가 시행되고, 참으로 많은 대중이 관람과 베팅으로 경마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경마 시행 국가에서는 몰타를 비롯해 뉴칼레도니아, 짐바브웨, 트리니다드 토바고, 바베이도스, 자메이카, 모리셔스 등 낯선 나라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영국과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평지 경주로에서 경주보다 장애물경주가 더 인기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북유럽지역 국가들인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와 북미지역 국가인 캐나다에선 오늘날 경주마의 주류인 서러브레드 품종과는 다른 Standard bred 종으로 시행되는 마차경주의 인기가 만만찮고, 미국 서부지역인 캘리포니아주(州)와 텍사스주(州) 등에서 시행되는 쿼터호스(Quarterhorse)품종의 초단거리·초스피드 경마도 꽤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세계 주요 경마 시행 국가들의 경마장은 경쟁성이 치열한 경주를 통해 객관적인 검증이 이루어지고 평가가 따르는 경주마들의 혈통 가치와 잠재력을 후대 생산으로 보전하는 동시에 신비롭고 경이로운 차원을 넘어서기도 하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각국의 경마산업계, 그리고 각별한 열정과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와 노력을 병행하며 세계적인 리딩 팜을 추구하고 있는 경주마 생산, 육성 주체들의 각축 무대이다.
외국에서는 세계적인 명마의 후손을 얻기 위해 막대한 씨값을 치르는 것을 당연시 한다. 현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말은 생산환류를 통해 자손을 생산하고, 생산된 자마들이 세계적인 경마대회를 통해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몇 년전 미국에서는 경제공황시대에 활약했던 경주마를 소재로 한 ‘시비스킷’이란 영화가 전 미국인을 열광시켰다. 미국인들이 공황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서도 미국인들을 열광케 한 ‘시비스킷’은 박스오피스 5위권 내에 진입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1929년 아메리카 대륙은 대공황이 일어나면서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가족은 해체되고 노숙자가 늘어났다. 내수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시장경제가 무너지고 가족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절망의 시기였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시비스킷’이 태어났다. 아비마 ‘하드텍’과 어미마 ‘스윙온’ 사이에서 태어난 볼품없는 망아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 ‘맨오워’는 1926년 미국 씨수말 1위를 차지했던 유명한 혈통이었다.
이 경주마는 마주 찰스하워드, 조교사 톰스미스, 기수 레드폴라드를 만나면서 마생역전이 시작되었다. 좌절과 끝없는 실의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1930년대말까지 경주마로 활약하면서 총 89전 33승(블랙타입 26승) 준우승 15회의 성적을 거뒀다. 기차로 5만마일(8만km=지구 두바퀴를 횡단하는 거리)을 이동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퍼날랐다.
특히 1938년 전년도 3관왕 경주마 ‘워에드미럴’(War Admiral=해군제독)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세계 경마사상 최고의 대결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민들은 ‘시비스킷’이 나타나는 곳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좌절과 시름에서 벗어나 희망과 꿈을 키웠다. 지금도 ‘시비스킷’은 미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대명사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시비스킷’은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명마가 아니라 국가를 뒤흔든 공황시대에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역사적 존재로 남아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새강자’, ‘미스터파크’, ‘당대불패’라는 우리만의 명마가 존재하며, 은퇴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고난한 삶에 지친 서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준 영원한 꼴찌마 ‘차밍걸’도 경마가 국민들에게 선사하는 스토리로 기억되고 있다.
전세계 경마산업계와 경주마산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경마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제경마대회는 일반인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이는 TV 방송사들의 인기 프로스포츠 중계 시청률에 버금하는 경주 전개 실황과 결과 중계 시청률이 뒷받침 한다.
지난 17세기 이후 영국 왕들은 상당수가 마주로 활동했다. 현재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부터 경주마를 보유해 온 마주다. 영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마장 중 최고로 꼽히는 Royal Ascot 경마장 운영자이기도 하다.
“수상이 되기보다 더비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는 윈스틴 처칠 경의 명언과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7년여를 보내며 경마의 매력을 즐겼다는 세계적인 대문호 헤밍웨이가 남긴 말은 유명하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영국 명문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마주라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져 화제에 올랐던 게 얼마 전의 일이다.
경마가 인류의 문화에서 차지해 온 비중은 동양에서보다 서양에서 더 높고 상당함은 역사적 사실들과 산업화로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의 대중성은 동서양에서 공통적이다. 큰 차이가 없다.
경마에 대한 인식과 소비의 대중성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경마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우선 떠올리는 의식이 여전히 강하다.
국가가 위탁한 사업이고, 시행 목적이 관계 법령과 시행 규칙에 명시돼 정책적, 제도적으로 관리, 감독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인식이 부정적이고, 비호감적이다.
경마 창출과 시행 목적, 경마사업의 공익성, 순기능이 마권 발매에 부과되는 제세와 용도, 경마 수익금의 사회 환원으로 실증되고 있음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가운데, 바탕에 우려가 짙게 깔린 시각과 일방적인 편견도 없지 않다.
사회적 인식과 시장 여건, 환경이 이렇다보니 한국 경마는 그동안 성장과 발전에 많은 제약이 따랐고, 특히 선진화에 장애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경마는 지금껏 제반 여건과 환경이 열악한 실정에서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국 경마 매출은 과천서울경마장시대가 본격화하기 전에는 사실 미미했다. 88서울 올림픽 승마경기장을 건설과 함께 서울경마공원이 조성된 것을 계기로 KRA가 경주 편성을 비롯해 마권 발매와 배당률 게시, 실황 중계방송 등 경마 시행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IT를 접목,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활하게 가동한 게 매출 신장의 추동력이었다.
세계 경마산업계 관계자들이 놀라운 반응을 보이고 부러움을 나타냈을 만큼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전산화시스템을 구축, 가동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를 거듭하는 추이가 기록됐다.
또 경마 팬, 경마서비스 이용자들의 원거리 교통 불편과 입장객 밀집에 따른 관람대 및 마권 구매 창구의 혼잡성 등을 해소키 위해 장외발매소를 수도권과 지방의 거점에 설치, 운영하면서 매출 증가 추이는 괄목할 만큼 두드러졌었다.
아무튼 마권 장외발매소는 경마산업계 뿐만 아니라 경주마산업을 비롯한 말 생산, 육성, 이용, 사료, 수의, 출판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연관 산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부연하면 경주마산업과 연동되어 있는 중추적인 기반시설이다. 이는 미국, 호주, 일본 등 말산업 선진국들에서 운영되고 있는 장외발매소들의 숫자가 반증해 준다.
우리 국민들은 흔히 경마산업을 정의할 때 마권매매 행위만을 경마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며 또한 편견이다. 이러한 편견 때문에 경마=도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도 밝혔듯이 경마산업을 구성하는 요소는 농민들이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1차 산업을 비롯하여 경마장과 목장건설 등 각종 시설설치 및 보완의 2차 산업, 그리고 마권을 매매하는 소위 서비스분야의 3차 산업, 그리고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4차 산업 등 다양한 산업이 한데 어우러지는 산업이다. 산업별 규모도 선진경마국일수록 1차산업의 규모가 더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경마산업을 구성하는 사업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있다. 경주마의 사료 및 장구, 경마정보산업과 관련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여러 사업들 등을 망라하면 경마산업을 구성하는 사업은 상당히 큰 규모다.
즉 경마산업의 시발은 경주마를 생산·육성을 하는 1차 산업 즉 축산업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경주라는 상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거대한 산업 사이클을 형성하고 있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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