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본지는 「경마는 도박이 아니다」, 「경마는 스포츠다」, 「경마는 국가 경쟁력을 높일 산업으로 지향할 필요가 있다」라는 점을 강조한바 있다. 경마는 이제 더 이상 도박과 관련된 논란이 아닌 필요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국내 무대가 아닌 세계와의 경쟁이 필요한 시기가 직면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당위성(當爲性)의 사전적 의미로는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어야 할 성질”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 표현대로 경마를 시행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추세와 흐름에 따라 국가적으로 아낌없는 지원은 물론이고, 경마에 대한 규제를 풀어 발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우물안의 개구리 마냥 ‘경마는 도박이다’, ‘사행산업이다’라는 왜곡된 주장보다는 거대산업임을 인지하고, 필요성을 분명히 해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경마가 발전을 하기 위해선 세계 경마 선진국과 경쟁을 해야 한다. 현재 한국경마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반면 세계 경마 선진국의 대부분은 국가적으로 경마에 대한 비중과 역할은 상당히 크다.
파트Ⅰ 국가인 미국 말산업의 산업 유발효과는 미국의 영화산업 전체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분류된다. 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초반 미국의 말 사육두수는 920만 두에 달하고, 고용인구 186만 명(직접적인 고용창출 46만명, 간접적 고용창출 140만명), 말 산업 참여인구 460만 명으로, 이로 인한 경제기여효과는 1,015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05년 GDP 대비 0.81%에 해당하며, 경주마시장도 연간 매매 규모가 3조 원을 웃도는 것은 물론, 이중 32%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 산업과 말산업의 산업 유발효과가 엇비슷하다면 경마로 발생되는 경제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파트 Ⅱ 국가인 홍콩은 단일 조직으로는 홍콩 정부의 가장 큰 납세처가 홍콩 자키클럽일 만큼 경마에 대한 규모와 비중이 높다. 홍콩 자키클럽은 거액의 납세로 인해 홍콩인들이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줄 복지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고, ‘더 많은 복지를 위해(For More Charity)’라는 모토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홍콩 경마는 누구나 인정하는 복지재단이라고 하니 한국경마의 현 주소와는 너무나 차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최고 경마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의 경우는 경주마 1두가 현재의 일본 경마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일본 경마의 근간이 된 씨수말 ‘선데이사일런스’의 도입이였다. 1989년 미국 연도대표마인 ‘선데이사일런스’는 일본이 1000만달러에 사들였는데 이것이 일본경마가 현재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14년 일본경마의 상반기 리딩사이어에 오른 씨수말은 대부분 ‘선데이사일런스’계열이다. 상위 랭킹 10위권 내에 7두가 그의 피를 이어받은 씨수말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다. 이중 대표적인 말이 ‘딥임팩트’다. ‘딥임팩트’는 일본 내 3관 대회인 「사츠키쇼」, 「재팬더비」, 「키카쇼」를 연거푸 제패한 최고의 경주마로 현역시절 무려 1280만 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였고, 현재는 단 한 번의 교배료만 해도 무려 1억 5천만원에 달해 세계적인 씨수말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의 일본 경마는 과감한 투자와 선택이 결국 현재의 일본을 만든 셈이다.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아일랜드 경제의 기둥으로 평가가 되고 있는 목장이 있다. 이는 존 매그니어(John Magnier, 1948년생)가 운영하는 쿨모어 목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경주마를 수입해 현재의 거대 목장,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을 시켰다. 지난 2014년 5월에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씨암말 ‘가이드’와 그의 자마(부마 ‘록하드텐’)가 해외로 역수출돼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이 곳이 바로 쿨모어 목장이다. 쿨모어 목장의 대표, 매그니어는 아일랜드 경제성장의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는 아일랜드가 아닌 경마를 접하는 이들은 누구가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인이 됐다. 그의 재산은 현재 국내 유명 그룹의 회장보다도 많다고 추정되고 있어 그가 운영하고 있는 목장의 규모와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대변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미국, 홍콩, 일본, 아일랜드는 모두 한국보다는 경마선진국으로 통한다. 이들 국가에서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파트Ⅲ 국가인 우리나라가 세계 경마 시장과 경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국민들의 경마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관심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경마 관계자가 노력할 것이 아닌 매스컵, 국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하고, 경마에 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 경주마를 생산해 내야 한다. 우수 경주마를 생산해 내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목장이 생겨야 한다. 일본의 샤다이 목장이나 아일랜드의 쿨모어 목장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한국 마사회는 최근 싱가폴에 국내 경주 실황을 수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한국마사회는 경주실황 송출을 통해서 싱가폴 현지 베팅금액의 일정부분을 로열티로 받게 되는데, 2014년 약 230억 원과 2015년 약 500억 원의 매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싱가폴에 국내 경주실황이 중계됨으로써 한국 경주마의 아시아권 수출 포석 확보라는 추가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권 경마 선진국인 싱가폴에 경주실황 수출로 향후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에 경주마 수출 확대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싱가폴은 한국보다는 경마 선진국이다. 그러나 한국경마가 싱가폴을 상대로 경주 수출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 한국으로선 작은 성과로 볼 수 있으나 경마를 통해 세계 경마 선진국과 경쟁을 하기 위한 첫 발을 디딘 셈이나 나름 없다.

한국경마가 탄생한지 90년이 넘어서고 있다. 향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마 탄생 1세기를 맞이한다. 경마 시행 100년을 앞둔 현 시점에서 세계 경마와 경쟁을 하기보다는 아직도 국내에서 경마를 스포츠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우수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경마는 성장을 위한 전진이 아닌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고, 일부 경마관계자만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경마를 시행하는 세계 국민들이 경마를 축제로 여기고 국민 전체가 성원하고 열광하는 시점에서 한국경마는 국민들에게 경마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사행산업감독위원회를 대상으로 경마의 합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마가 탄생한지 1세기를 맞이할 현 시점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경마가 세계경마와 경쟁을 하기 위해선 좀 더 공격적인 운영, 과감한 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국민들에게 경마는 ‘도박이 아니다’, ‘사행산업이 아니다’, ‘건전한 스포츠다’, ‘유망한 거대산업이다’라는 것을 글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뉴스로 국민들에게 전달을 한다면 의식전환의 효과는 빠르고 강할 것이다.

심호근 기자 keunee120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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