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목장 부지에 세워진 승마경기장. 제주도는 승마 경기에 대비해 5년 전부터 사업비 71억 원을 들여 지난 6월 말 실외경기장과 실내마장, 마방을 완공했다. ⓒ레이싱미디어
대한승마협회, 대회 10여 일 앞두고 일방적 통보
원희룡 지사, “사실 관계 확인해 책임 따질 것” 밝혀

대한승마협회가 제95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을 10여일 앞두고 승마 경기를 제주에서 치르지 못하겠다고 통보해 ‘말의 고장’ 제주의 승마·말산업 및 체육 관계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승마협회는 15일 홈페이지에 “전국체전 승마 경기는 내륙에서 개최됨을 알려 드리며, 장소가 확정되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도 20일자로 도체육회 등으로 공문을 보내 대한승마협회의 최종 확인 결과를 수용해 인천광역시 드림파크승마장으로 경기장을 변경해 개최한다고 밝혔다.

제95회 전국체전은 28일 제주에서 개막하는데 승마 경기는 29~30일 제주대 승마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이미 103명의 선수가 참가 등록을 마친 상태. 제주도는 승마 경기에 대비해 5년 전부터 사업비 71억 원을 들여 지난 6월 말 제주대학교 목장 부지에 실외경기장과 실내마장, 마방 등을 완공했다.

대한승마협회는 “비가 내린 뒤 승마장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마사도 250실 정도 필요한데 50여실밖에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전국승마선수협의회(회장 전재식)도 마필 보호와 경기력 향상 차원에서 내륙 개최를 환영한다는 선수 78명의 서면 결의를 발표했다.

전국승마선수협의회는 18일 협회 자유게시판과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승마 경기 내륙 개최 확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재식 승마선수협의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제주대 승마장 같은 해사 바닥은 본 적이 없으며, 배수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사고 우려가 크다”며, “만약 제주도에서 경기가 강행되면 체전에 출전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선박으로 제주까지 가면서 말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행여 사고가 날까 하는 우려도 있으며, 제주도 승마장 바닥이 고르지 않아 말이 다리 등을 다칠 위험이 큰 데다, 천막으로 된 마사에 머물 경우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 환경상 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선수들 측에서 먼저 문제 제기를 했다”며,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렀던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체전 경기를 했으면 하는 게 선수들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승마협회는 승마경기장 승인을 위해 두 차례 현장 점검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은 경기장 시설 주체인 제주대학교가 개선해 모두 보완을 마친 상태. 하지만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는 “실사 결과 말 먹이통은 시멘트로, 물통은 쇠로 제작돼 말이 다칠 수 있고, 마방이 부족해 재료 교체와 마방 추가 설립을 교체해달라고 했다”며, “승마대회에서 사고나 가면 협회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 전국 체전에 불참하게 되는 선택을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승마협회 등 도내 관계자들은 경기장 시설에 대한 문제는 모두 해결됐으며, 승마 경기가 어디서 치러질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승마장 바닥 공사 때 승마협회와 충분히 협의해 진행했으며 협회에서 물 빠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함에 따라 보강 공사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방적 경기장 변경 공고에 대해 “대한승마협회에서는 경기장 바닥 배수, 가마사의 안전, 펜스시설 미비를 이유로 전국체전 개최지인 제주특별자치도와는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내륙에서 개최한다며 장소는 추후 알려준다고 공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역량을 모아 제주 개최를 성사시켜 나갈 계획이지만, 만약 제주 개최가 무산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원희룡 도지사도 2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제주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제주에서 개최가 어려운 그런 사정이 정말 있는지 미리 말해줬다면 피 같은 도민의 혈세로 경기장을 정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 책임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또 “(대한승마협회가) 일부 선수들의 민원을 앞세우고 있지만 결국 협회 내부의 정치와도 관련이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인천에 있는 아시안게임승마경기장이 얼마나 잘 지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막판에 얌체같이 인천에서 치르겠다고 하는 그런 선례는 있어선 안 된다”고 승마협회를 겨냥해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제주도 내 일부 승마인들은 협회의 대응 논리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상주 등 다른 공식 대회 유치 승마장조차 ‘완벽’한 곳 없이 국내대회를 계속 지속해 왔으면서 유독 제주를 문제 삼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 문제가 있었으면 사전 실사 때 즉각즉각 함께 처리하지 못한 것 역시 협회 측의 한계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게다가 관련 보험사와 제주도, 협회와의 ‘밀약’이 틀어져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전국체전에서 승마 경기가 열리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 결국은 협회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한편, 오는 28일 개막해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올해 제95회 전국체육대회는 제주 종합경기장 등 주요 경기장 10곳과 소규모 경기장 35곳에서 진행된다. 도내에 경기장이 없는 사이클 트랙 경기와 사격 화약 경기는 나주, 조정 경기는 충주, 핀수영 경기는 인천에서 각각 열린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제주대학교 목장 부지에 세워진 승마경기장. 제주도는 승마 경기에 대비해 5년 전부터 사업비 71억 원을 들여 지난 6월 말 실외경기장과 실내마장, 마방 등을 완공했다. ⓒ레이싱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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