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렛츠런팜에서 재클린 앤 드 메릭(오른쪽)과 딸 알렉산드라가 EBH 기법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기승순치법을 시연하고 있는 장면.
KRA말산업연구소 초청, EBH 말 조련 전문가 ‘재클린 앤 드 메릭’ 강연 원고

본 강연문은 2014년 9월 말 KRA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소장 정준용)가 개최한 EBH(증거기반마술) 말 조련 전문가 강연 자료입니다. 초청 강연자인 재클린 앤 드 메릭(Jacqueline Ann de Meric·53)은 미국 최우수 경주마 육성 목장인 ‘마뉴덴 팜(Manuden farm)’의 소유자이자 조련사로 매년 150두의 1세마(18개월령)를 경주마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필소굿’을 기승 순치한 전문가로 알려졌습니다.

재클린 앤 드 메릭은 EBH의 저자인 마틴 블랙으로부터 말조련술을 배운 후 15년간 2000두의 1세마를 조련하면서 터득한 정제된 조련술을 이번 강연 및 시연회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본 강연을 주최하고 자료를 번역한 KRA말산업연구소로부터 협조를 구한 뒤 강연 내용을 시리즈로 엮어 소개합니다. - 기자 말.

안녕하십니까. 마인드풀 호스맨십 클리닉(Mindful Horsemanship clinic)에 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이름은 재클린 앤 드 메릭이고, 여기는 제 딸 알렉산드라 드 메릭입니다. 저희는 오늘 말을 순치시키는 방법을 소개 시켜드리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또한 바라건대 모든 말을 다루는 유용한 팁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이 방법을 마인드풀 호스맨십(Mindful horsemanship)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트릭이나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정말로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말의 표현과 몸짓언어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고, 신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문제입니다.

말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야생에서 먹잇감이 되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변 상황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인식하며 위협에 대해 주로 도망가는 것으로 반응합니다. 만약 그들이 구석에 몰리고 도망갈 수 없다면, 유일한 방어수단은 차거나 물거나 치는 일입니다.

말들은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로 서로에게서 안락과 안전, 방향 등을 얻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몇 가지 단순한 사실을 유념하고 말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려고 노력한다면, 우리가 말에게 하는 모든 것이 훨씬 더 쉬워지게 됩니다.

우선, 말의 표현에 대해 배워봅시다. 말이 귀를 앞쪽으로 두는 것은 귀를 고정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상태에 있다는 것이 명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묘한 단서를 찾아내도록 훈련해야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저는 말의 입과 입술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긴장한 말은 입을 꽉 다물 것입니다. 반면 상황을 받아들이고 학습 경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말은 입을 질겅이거나 입술을 핥고 전체적으로 더 편안한 표현을 나타낼 것입니다. 또한 말이 꼬리를 움직이는 방식에서도 표현 방식이 드러납니다. 단단히 죄어진 꼬리는 두려움을 나타내고 자유롭게 흔들리는 꼬리는 편안함을 나타냅니다.

두 번째로 말은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동물로 어리고 덜 지배적인 말들이 나이가 많고 현명한 말에게 그들을 이끌어주고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어린 말들에게 안전함과 안락함 그리고 가르침을 제공하여 기댈 수 있는, 신뢰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일입니다.

말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직관적이고 예민합니다. 그리고 덤벙대는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동작으로부터 신호를 얻습니다. 어린 말들과의 모든 상호작용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과 그들의 행동 각각에 대해 분명한 결과를 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긍정적인 행동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부정적인 행동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말입니다.

말은 서로의 돋등마루(withers, 양어깨 뼈 사이의 융기)를 부드럽게 물면서 자연스럽게 안락함을 찾고 이것이 기본적인 말의 포옹입니다. 사람들도 말의 돋등마루와 목을 부드럽게 긁어주면 됩니다. 제 생각에 이 단순한 행동은 인간과 말의 상호작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나이와 기질에 상관없이 말은 반응할 것이고 결과는 믿는 대로 나타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 어린 말에게는 당신이 지시한 대로 반응했다면 즉각적인 보상을 해야 합니다. 즉 그들의 긍정적인 행동을 ‘말의 포옹’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말이 잘못 행동했을 때, 우리는 분명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어린 말을 원형 마장에서 순치시킬 때, 깃발로 압박을 해야 합니다. 말이 다시 정상적인 행동을 한다면, 이 압박을 중지해야 합니다.

말은 자신의 행동과 우리의 반응이 직접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고 깨달아야만 합니다. 좋은 행동은 보상을 받고 나쁜 행동은 처벌받는다는 것이 분명해야만 합니다. 처벌은 빠르고 단호해야만 합니다. 망설이는 것은 소용없습니다. 왜냐하면 말은 즉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원인과 결과를 연관 짓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말이 마방에 돌아왔을 때 징계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몇 가지 이유로 끔찍할 정도로 잘못된 일입니다. 첫째, 말은 어떤 행동이 처벌의 원인이 되었는지를 모릅니다. 왜냐하면 말의 사고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마방은 말의 집이고,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이므로 우리는 그의 공간을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세 번째는 말의 시야입니다. 말은 세상을 인간과 매우 다르게 보며 다른 시야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말의 눈은 머리 측면에 위치해 있어 매우 뛰어난 주변 시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코 아래 그리고 머리 위의 시야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각각의 눈에서 개별적으로 본 것을 정보 처리하는 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쟁이 있었습니다. 수 년 동안 각각의 눈이 독립적이고 말이 본 것이 뇌에서 별도로 처리된다고 믿었습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부분적인 사실이라는 주장 그리고 두 눈이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는 하지만 두 눈을 통해 수집된 모든 정보는 동일하게 처리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떤 연구가 옳든 간에 나는 어린 말에게 양쪽 눈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무서운 물체가 한쪽에서 다가오는 것을 허용했던 말이 동일한 물체가 다른 쪽으로 다가오면 놀라는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깃발을 바로 코 아래 혹은 머리 바로 위에 두는 것은 말을 두렵게 하므로 이를 하지 않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려해야 할 훈련 방법의 마지막 측면은 당신 자신의 태도와 마음의 힘입니다.



교정·교열=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제주 렛츠런팜에서 재클린 앤 드 메릭(오른쪽)과 딸 알렉산드라가 EBH 기법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기승순치법을 시연하고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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